열정으로 찾아내고 애정으로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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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으로 찾아내고 애정으로 쓴 글
  • 충청리뷰
  • 승인 2019.05.2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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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작가 이충렬의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
정 재 홍 수필가

전기’와 ‘평전’을 구분하고 정의해 주십사 선생님께 여쭤보았습니다. “‘평전 작가’는 무덤 속에 있던 주인공을 꺼내어 다시 정성스럽게 염殮을 하는 이라 볼 수 있고, ‘전기 작가’란 관 속에 있던 주인공을 불러내 술 한 잔 하면서, 그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씀 주셨습니다.

‘평전’이란 주인공에 대한 저자의 평가가 포함된 ‘평이 있는 전기’를 줄여 말하는 것입니다. 그와는 다른 성격의 ‘전기’는 스토리텔링, 이야기 구조를 통해 주인공의 살아온 삶의 전부를 보여주는 일입니다. 철저하고 완벽한 고증이 우선되어야 하며, 최대한의 객관성을 유지해서 서술해야하는 것이지요. 그러한 이유로 전기는 스토리텔링이 훈련된 작가가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전은 주인공의 삶을 학문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학자들이 저자가 되면 옳을 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푸른 오월입니다. ‘어린이’를 떠올리게 되는 오월이면 저는 동화작가 권정생을 생각합니다. 권정생의 동화 속 어린이는 가난과 불행의 근본을 알게 합니다. 시련과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성장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깊이 깨닫게 하는 이야기 구조를 담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불행한 어린이가 부자를 만나 도움을 받고 행복해진다는 틀에 박힌 내용은 권정생의 동화 안에서 찾아 읽어볼 수 없습니다. 그러한 편편의 작품으로 한국아동문학의 궤적을 바꿔 돌려 세우며 큰 족적을 남긴 작가로 자리매김합니다.

권정생의 전기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은 그러한 동화작가의 드러난 것은 드러난 것대로 소박하게 이야기하고 있으며, 알려지지 않았던 소소한 일들까지 모두 찾아 꼼꼼하게 들추어냅니다. 가령 1955년 열여덟 살의 권정생이 쓴 단편소설 ‘여선생’이 청소년 잡지 <학원>에 권정생이 아닌 전경수라는 이름으로 독자문예란에 실렸던 것이라든지, 마흔 이후 아름다운 만남을 이어간 한 여성 전도사 얘기를 일례로 들 수 있습니다.

열정으로 찾아내고 애정으로 다듬어 써내려가는 글이기에 오롯이 감정이입이 되고 그렇게 대화하듯 풀어내기에 이충렬 작가의 글은 쉽게 읽히기도 합니다. 권정생의 애잔한 사연을 알아내고 흘린 눈물도 그렇거니와 작가 이충렬의 애절한 문장에 그만 감정이 뭉클하며 복받쳐 오르고 말게 되니, 그의 글재주를 당해낼 재간이 없는 저는 한 움큼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 맙니다.

자발적인 가난을 택했던 권정생 작가
동화작가 권정생은 ‘가난’과 ‘병마’를 한평생 보듬고 살았습니다. 어쩌면 자발적인 가난입니다. 돈이 없던 게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쓰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러한 의식은 기독교 정신의 바탕에 깔린 근본이기도 합니다. ‘이건 어린 아이들로부터 왔다. 어린 아이들에게 되돌려준다’는 생각을 가진 것입니다. 돌아가신 후에 밝혀졌듯이 돈 10억 원이 쌓여 있었는데도 ‘이건 내가 아이들에게 되돌려줘야 할 돈이지, 내 돈이 아니다’하는 생각이 실천에 옮길 수 있었던 촉매가 아니었겠는지요?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 이충렬 지음 산처럼 펴냄

이충렬 작가는 지금 ‘단원 김홍도’를 준비하며 집필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권변호사 조영래’ 이렇게 두 사람의 전기는 반드시 쓸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KTX 노동자들의 이야기, 인물과 사건에만 집중해서 그 사람들의 아픈 슬픔을 만든, 못된 짓을 일삼는 사악한 무리의 우두머리가 누구인지를 들추어내고 들여다보는 노동자들의 집단 전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집단 전기’를 책으로 만들어 후배 전기작가들에게 ‘전기’ 장르에 대한 집필 동기를 부여하고자 하는 이충렬은 전기작가 1세대로서의 작은 기대와 큰 포부를 함께 품고 있기도 합니다.

그 아득히 멀어졌던 시간을 지금으로 불러와 마주하게 되는 순간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를 불러내어 술 한 잔 하면서, 그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이 있는 책 속 그곳에 한 차례 함께 다녀오니 저도 더불어 아름다워져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 그의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의 일부입니다.

전기작가 이충렬 선생이 늘 암송하는 이 시구詩句에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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