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세계직지문화협회, ‘환골탈태’ 해야
상태바
(사)세계직지문화협회, ‘환골탈태’ 해야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9.05.29 0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사회에서 회장·부회장·사무총장 사퇴안 가결, 총회 방해설로 ‘시끌’
비상대책위 구성키로…직지세계화에 도움될 전문가 선출해야
(사)세계직지문화협회가 추진하는 1인1책펴내기사업의 홍보용 판넬

(사)세계직지문화협회가 발전적인 해체를 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이 협회 이사들은 최근 회의를 열어 회장·부회장·사무총장의 사퇴안을 가결하고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설 때까지 비상대책위를 운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후 일부 이사들은 재적이사 1/3 이상 동의를 받아 회장에게 임시이사회 소집을 요구해 30일 비상대책위 구성을 위한 임시이사회가 열린다. 이어 총회는 6월 13일에 예정돼 있다.

세계직지문화협회는 청주시로부터 매년 인건비 및 운영비 1억원, 1인1책펴내기 사업비 1억6000만원, 직지 전국순회전에 1억원 등을 지원받고 있다. 월급을 받는 사무 직원은 사무총장과 직원 2명이 있다. 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이며 비상근직이다.

 

총회 개최 방해 했나

그런데 지난해 12월, 청주시의회가 올해 예산을 편성할 때 인건비 및 운영비를 절반 삭감했다. 그러자 회장단은 청주시를 방문, 예산을 다시 살려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역대 시의회는 그동안 이 협회에 왜 청주시 예산을 주느냐며 몇 차례 문제제기를 했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올해 예산을 절반밖에 확보하지 못해 6월 말이면 곳간이 비게 생겼다. 그렇다고 시민들이 조금씩 내서 모은 후원금을 쓸 수는 없지 않느냐. 그래서 이사회가 열렸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장단이 총사퇴 하자는 안건이 올라왔다. 격론 끝에 표결해 사퇴안이 가결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사회가 열린 날 오후에 총회까지 해서 사퇴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회장, 부회장 사퇴는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사들을 뺀 일반회원이 1명 밖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회의 개최를 의도적으로 방해한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이 날 총회는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실제 이 협회 관계자 모 씨가 총회 개최를 방해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사퇴압박을 받던 모 씨는 주변사람들에게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해왔다는 후문이다.

임시이사회에서 비상대책위를 구성하면 비상대책위가 차기 회장을 선출한다. 아울러 회장은 사무총장을 임명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현재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사퇴하지 않기 위해 다른 방법을 쓸 가능성도 있다는 게 주변 사람들 말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세계직지문화협회는 표류할 것이고, 이에 대한 책임은 현 회장단이 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협회 관계자들은 회장단 사퇴안을 깨끗하게 처리하고 직지세계화에 도움이 될 만한 회장과 사무총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청주시에서 직지를 국내외에 홍보하고 연구하는 기관으로는 고인쇄박물관이 있고, 민간에서 직지를 홍보하고 직지세계화를 추진하는 곳은 (사)세계직지문화협회다. 이 협회는 지난 2005년 3월 창립됐다. 협회측은 직지의 가치를 전세계에 알려 정보·문화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직지세계화사업을 추진·지원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창립된지 올해로 14년이 넘었지만 존재감이 없다. 협회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이 협회는 직지세계화 후원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계획수립과 집행, 직지금속활자 관련 학술연구 및 교육사업, 직지관련 국제교류·전시·홍보, 국내외 직지찾기운동 사업, 직지관련 국가 및 지자체 위탁사업 등을 추진한다고 정관에 명시했다. 하지만 직지세계화를 위한 연구, 교육, 인재양성, 국제교류 등은 시작도 못하고 청주시 보조금을 받아 행사하는 조직으로 전락했다. 주요 사업은 1인1책펴내기와 직지홍보 순회전시회, 직지사랑전국백일장대회 등이다.

협회는 설립당시 목표 모금액을 100억원으로 정했다. 이 기금을 마련하고 이자수입으로 직지관련 사업을 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여기서 차질이 빚어지면서 협회 자체가 유명무실 해졌다. 故 박병선 박사가 2012년 750만원의 상금을 기부한 것 외에 기금이 거의 없다고 한다.

 

차기 회장 자리 탐내는 사람들

이 협회는 직지와 관련없는 명망가들이 회장을 해왔고, 퇴직공무원이나 선거공신이 사무총장을 맡으니 유명무실 해질 수밖에 없다. 창립 당시 회장은 이수성 전 국무총리가 맡았고 정종택 전 충청대학장, 이상훈 故 충북지역개발회장, 유기영 전 청주시의장, 채희대 전 농협충북지역본부장 등이 이사로 들어갔다. 현재는 나기정 전 청주시장이 회장을 맡고 있다.

사무총장은 반광록 씨 등 청주시 퇴직공무원과 강호천 충북도교육청 퇴직공무원이 해왔다. 이후 지난 2014년 청주시장 선거 때 이승훈 전 시장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승철 씨가 하고 있다. 이 총장은 이 전 시장이 당선된 뒤부터 재직했으나 한범덕 시장 취임후에도 그대로 있어 뒷말들이 상당히 많았다.

이사는 모두 22명인데 이들 또한 창립초기 때부터 해온 사람들이 많다. 정관에는 “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하되 감사는 2년으로 한다. 단 연임할 수 있다”고 돼있다. 임원은 회장, 부회장, 이사, 감사를 말한다. 여기에 ‘연임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인지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사들 중에는 건설회사 대표, 전 시의원, 전 공무원, 농자재 대표 등 직지와 관련없는 사람들이 들어가 있어 이 또한 문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계직지문화협회가 일을 제대로 하려면 직지와 금속활자에 대해 체계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주도해야 한다. 현재 몇 몇 사람들이 차기 회장과 사무총장 자리에 욕심을 낸다는 소문이 있으나 일부는 직지와 별로 연관성이 없거나 흠결을 가진 사람이라는 얘기들이 돌고 있다. 이에 모 씨는 “다시 이런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면 협회의 앞 날은 불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이 협회는 1901년 창립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구텐베르크협회를 본따 만들었다. 구텐베르크협회는 1900년 독일 마인쯔시에 구텐베르크박물관이 생기면서 시민중심으로 결성됐다. 여기서는 후원업체 기부금과 회원 회비 등을 모아 구텐베르크 연구 및 연구연감 발행, 구텐베르크박물관 지원, 구텐베르크상 시상금 지원 등의 일을 하고 있다. 구텐베르크협회가 세계 인쇄출판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업적을 남겼거나 진흥사업에 기여한 인물을 선정, 시상하는 구텐베르크상은 명성이 자자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