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와 맨발의 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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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와 맨발의 탁발
  • 충청리뷰
  • 승인 2019.06.0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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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익는 냄새가 어둠을 깨운다. 땅의 냉기가 발바닥을 타고 머리끝으로 가면서 닫혀있던 모든 감각들을 깨운다. 주황색 가사(袈裟)를 입은 스님들이 수묵담채의 새벽공기를 가른다. 매일 반복되는 맨발 수행인 탁발(托鉢)이 시작됐다. 탁발은 수행자의 자만과 아집을 버리게 하고, 무소유의 원칙에 따라 끼니를 해결하는 것조차 남의 자비에 의존하는 수행 방식이다.

6시경이 되면 작은 종소리와 함께 스님이 앞장을 서고 어린 사미승(沙彌僧)들이 뒤를 따른다. 공양주들이 정성을 다해 준비한 음식물을 발우에 담는다. 스님들은 답례로 신도들에게 무량공덕(無量功德)을 누리길 비는 축언을 해준다. 따뜻한 찹쌀밥 한 덩어리가 발우에 떨어지는 순간이 바로 삼륜공적시(三輪空寂施)다. 베풂을 실천하는 신자와 수행을 하는 스님 그리고 보시의 재물, 이 세 가지 요소(三輪)는 공(空)이다. 그래야만 진정한 보시이며 탁발이다.

/우희철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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