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최선을 다한 나에게 찬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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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최선을 다한 나에게 찬사를
  • 충청리뷰
  • 승인 2019.06.0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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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자전적 소설 『야간비행』
구 효 진 임상심리사 심리전문서점‘앨리스의 별별책방’대표

사소한 듯 조용히 내 마음을 갉아먹고 있는 고민, 누구에게도 꺼내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에는 백 마디 말보다 한 줄의 문장이 깊은 위로가 된다. 마음속 독소를 날릴 수 있도록 당신을 위한, 당신에게 맞는 책을 처방한다.

<사연> 28세 남자. 어렵게 원하던 회사에 들어왔지만 밖에서 볼 때와는 다른 현실 때문에 고민입니다. 10년 뒤 내 모습을 상징하는 팀장님은 매사에 퉁퉁거리며 ‘답정너’의 모습으로 지시로 가득하며, 소통이 되지 않습니다. 답답한 조직문화를 1년 동안 경험하면서 무기력함이 느껴집니다.

학업과 무관한 스펙을 쌓고 몇 년을 따로 공부하고 들어왔는데 막상 현실은 고인 물과 같아 더욱 답답합니다. 그간 공부한 시간이 아깝고 이런 곳에 오려고 그 많은 노력을 기울였나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업무를 주관하면서 대책도 없이 진행하는 조직을 보면서 하루하루가 답답합니다. 이유도 모른 채 그저 시키는 대로 일해야 하는 내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져서 일요일 저녁이면 머리가 너무 아픕니다.

인간의 사회화는 적응과 관련이 있다. 긍정적응을 위해서는 자신의 내부적 동의가 필요하다. 이를 내적합의라 한다.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는 속담처럼 사회가 요구한다고 해도 내가 원하지 않으면 적응을 거부한다는 얘기로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의 삶에서 내적 합의는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내적합의에는 동기(motivation)가 중요한 변수이며, 동기가 높을수록 긍정적 합의를 보인다. 동기는 인지, 정서가 함께 구성을 이루고 있어 때론 뇌가 인정했다 하더라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전혀 발휘하지 못할 때도 있다. 이렇듯 인간은 복잡하고 오묘한 내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내 삶이 하락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는 전체를 조금씩 나누어 부분으로 생각해보고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야간비행 생텍쥐페리 지음 행복한책읽기 펴냄

당신은 일상의 많은 시간을 어디에서 보내고 있는가? 현대인은 집보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욱 많다. 그래서인지 직장이 마치 내 삶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것 같다. 과연 직장이 내 삶인 것일까? 그렇다면 직업은 무엇일까? 꿈은?

“지금 그대로 참 잘했다”
필자의 17년 사회생활을 돌아보면 직장은 4번, 직업은 2번 바꾸었다. 현재 직업은 임상심리사이다. 지금의 직장은 동네책방이며, 꿈은 작가이다. 직업을 꿈에 가깝게 가려고 노력한 적도 있었고, 직업인으로 만족했지만 직장이 내 직업을 다 대변하지 못하는 곳도 있었으며, 직업보다 직장을 더욱 내세우기 좋은 곳도 있었다.

직장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직업이 마음에 들 수 있으며, 직업과 직장 그리고 꿈은 각기 다를 수 있다는 얘기이다. 우리는 직장과 직업 그리고 꿈을 분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야 내적합의에 근거가 되고 동기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텍쥐페리의 자전적 소설인 『야간비행』은 조종사이자 작가였던 그가 항공 회사에서의 야간우편 항로 개척 업무 경험을 토대로 쓴 작품이다. 지금이야 야간 비행기를 타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었지만, 그 당시는 항로를 개척하는 시기였으므로 무엇보다 두렵고 무서운 비행업무가 아니었을까?

죽음을 무릅쓰고 밤하늘을 나는 현장의 조종사와 책상 앞에서 현장의 모습을 추측하여 강요를 거듭하는 본부장, 묵묵히 나사를 조이는 늙은 수리공, 감성을 표현하지 않고 건조한 보고서만 써야 하는 감독관 등 그들은 야간 항로 개척에 함께 투쟁하며 실패하고 승리하면서 묵묵히 나아간다. 땅에서 보기에는 별과 달이 반짝이는 조용한 하늘이지만 누구에게는 투쟁이었고 전쟁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척자의 모습에 감동을 느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스스로 목적을 찾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무언가의 목적에 스스로를 종속시키고 희생하는 것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값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저 흐르듯 살아내는 것도 큰 결과임을 간과하지 말고 오늘 최선을 다한 나에게 찬사를 보내보자. “지금 그대로 참 잘했다.”

구 효 진
임상심리사
심리전문서점‘앨리스의 별별책방’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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