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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 건물 만족하십니까홍강희 편집국장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 금천중학교 바로 옆에 도서관이 생긴다. 금빛도서관이다. 지금은 내부공사를 하는 중이고 오는 8월 말이나 9월 초에 개관한다. 나는 주말에 틈틈이 도서관 앞을 지나다니며 건축과정을 지켜보곤 했다. 도서관이 없는 금천동에 생기니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외관은 적잖이 실망스럽다. 이 실망감은 지난해 공사 현장에 건물 조감도가 내걸리면서부터 시작됐다. 외관만 보면 학교건물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20세기 학교건물 말이다. 멋과 상상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반듯반듯하게 지어진 흰 건물은 무뚝뚝하고 딱딱하기 그지없다.

요즘의 도서관은 다목적 문화공간 역할을 톡톡히 한다. 외관과 공간배치 면에서 과거 도서관의 틀을 과감히 깬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넘치는 상상력으로 지어져 누구나 들어가보고 싶고, 공간 배치 또한 자유롭고 편리한 곳이 많다. 굳이 북유럽의 아름다운 도서관 이름을 대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도 벤치마킹 할 만한 곳이 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대 교수의 저서 ‘어디서 살 것인가’를 읽고 무릎을 탁 쳤다. 바로 ‘학교 건축은 교도소’라고 한 대목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 담장이 있는 대표적인 건축물을 꼽자면 학교와 교도소다. 둘 다 담을 넘으면 큰일 난다. 둘 다 운동장 하나에 4~5층짜리 건물로 이뤄져 있다. 우리나라 학교건축은 교도소 혹은 연병장과 막사의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공간에서 12년 동안 생활한 아이들은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전국 어디나 똑같은 학교에서 키워지는 아이들을 보면 닭장 안에 갇혀지내는 양계장 닭이 떠오른다”고 잘라 말했다.

그래서 유 교수는 “학교 건물은 저층화되고 분절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사람 몸의 50배 정도 크기의 주택 같은 교사가 여러 채 있고, 그 앞에 다양한 모양의 마당이 있는 공간에서 커야 한다. 1학년 때는 삼각형 모양의 마당에서 놀다가 2학년이 되면 연못있는 마당에서 놀고, 3학년이 되면 빨간색 경사지붕이 있는 교실 앞마당에서 놀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가진 정상적인 인격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주시내 학교를 둘러보면 운동장과 하나의 건물로 이뤄진 재미없는 건물 일색이다. 30~40년전 학교와 지금 학교가 다른 게 없다. 그러나 서로 다른 모양과 색깔의 낮은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그 둘레에 숲이 있는 학교가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상상만 해도 기분좋다. 그럼 혹자는 돈을 아끼기 위해 좁은 땅에 고층으로 짓는다고 할 것이다. 마치 고층아파트가 경제적인 것처럼. 하지만 전문가와 상의하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교육당국에서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고 관행대로 짓기 때문에 이런 학교건물이 양산되는 것이다.

도서관의 외관은 학교건물 같고, 학교는 교도소와 다를 바 없다면 정말 문제 아닌가. 지금은 다양성이 존중되고 극대화되는 21세기다. 자고 나면 새로운 게 개발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시대다. 그래서 두 가지 중요한 하드웨어인 학교와 도서관의 외관과 공간배치를 크게 바꿀 것을 교육당국과 지자체에 건의한다. 상상력과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혁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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