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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겨웠던 강릉단오제 그 곳에 내가 있었네신주빚기·산신제·성황제·민속놀이 등 볼거리 많아

‘문화공간 그루’ 김동호 최경아 원혜진 셋과, 그루의 강습 동호회인 풍물패 ‘벼리’ 회원 여섯은 단오를 맞아 강릉으로 향했다. ‘그루’에서 떠나는 공식 출장이다. 괴산 동아리 풍물패 ‘벼리’의 30대부터 60대까지 8명의 회원들 중 6명이 3월부터 계획하고 준비했다. 올해 단오는 마침 징검다리 4일 연휴라 어디든 떠나기 좋은 때이다. 6일부터 8일까지, 2박3일 꽉찬 3일 일정으로 굿보러 떠나는 길. 떠나기 전 확인한 날씨예보가 ‘태풍급 바람과 비’여서 우리는 우산과 우의를 준비해 길을 나섰다.


강릉단오제는 고대 부족국가의 제천의식과 농경의례에서 비롯된 향촌제로, 1967년에 국가무형문화재 제 13호, 2005년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되었다. 매년 강릉단오제 공개행사와 관노가면극 발표회를 열고 있다. 2003년부터는 상설공연으로 관노가면극 공연과 <에시자, 오시자>, <굿 with Us>, <당금애기>, <다노네, 다노세> 등의 기획공연, 창작공연을 올린다고 한다. (강릉단오제 전수교육관 홈페이지 제공)


  • 굿을 온전히 보존한 강릉단오제
    강릉단오제는 일제 강점기와 성급한 근대화를 지나며 사라져 버렸거나 박제화 되어 천대받는 전통문화, 굿을 비교적 온전히 보존하고 있다. 2019년에는 6월 3일부터 10일까지 <지나온 천년, 이어갈 천년>이라는 표어로 가장 양기가 왕성한 단오에, 한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했다. 신주 빚기, 산신제, 성황제, 영신제, 영신행차부터 시작하여 송신제로 마무리하며 관노가면극, 기획 공연들, 초청 공연, 무대예술제, 각종 경연대회, 청소년어울림한마당, 국외초청공연까지 볼거리가 아주 화려하다.

    아리마당. 삼면은 의자가 있는 관객석이고 다른 한 면도 천변으로 오르내리는 계단이어서 사면 모두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주로 농악놀이, 탈춤 등의 공연을 한다.


    이외에도 단오체험 시민참여, 민속놀이 등 다양한 행사들이 있고, 갖가지 부대행사들이 줄지어 있었다. 6일 새벽에 출발하여 강릉에 도착한 우리는 나누어주는 단오주를 한잔씩 마시고, 단오제단 굿당부터 찾았다.


    괴산 고추축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서커스, 놀이동산, 식당, 가게 등 길고긴 천막 아래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걸어다녔다. 우리 일행은 3일 동안 따로 또 같이 단오제단, 아리마당, 수리마당, 그리고 전수교육관까지 다니며 여러 공연을 보았다.


    첫 날은 굿당에서 인간문화재 빈순애 선생님의 굿을 보다가, 오후 1시 아리마당으로 가서 강릉학산오독또기를 보고, 공연에서 나누어주는 막걸리를 얻어마시고, 전수교육관에 가서 사물놀이(무속악) 경연대회를 보았다. 아리마당과 굿당 사이를 지나가다 민속놀이 마당의 씨름을 넋놓고 구경하기도 했다.

    단오제단. 굿을 하는 무당, 절하는 것을 돕는 무당, 화재 예방을 위해 바로바로 재를 치우는 사람들이 있다.
    수리마당. 높은 무대와 화려한 조명을 갖춘 공연장
    ‘문화공간 그루’와 풍물패 ‘벼리’의 단체사진


    늦은 점심으로 남대천 가의 식당에서 막국수를 먹고 다시 흩어졌다. 4시 수리마당의 전주판소리합창단 공연을 보고, 새벽부터 움직이고 추워 떨었던 몸을 쉬기 위해 숙소로 들어가기로 했다. “퇴각하라”는 단체톡 한 마디에 모두 차로 모여 숙소로 이동했다. 우리가 차를 빼고 나올 때, 마침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며 행사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저녁 내내 보고 싶은 좋은 공연이 줄지어 있었지만, 건강을 생각해야할 나이.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다음날은 종일 비가 내렸다. 매운탕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길을 나서, 농악경연대회와 굿을 보았다. 비가 오니 굿당이 썰렁했다. 굿당은 남대천 쪽에서 세찬 비바람이 들이쳐 비옷을 입고도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웠다. 점심으로 감자전, 따뜻한 계란찜과 막걸리를 가볍게 먹었다. 아리마당을 지나다가 삼사십명이 신나게 뛰어다니는 김천빗내농악이 한창이길래 우리도 함께 춤을 추며 공연을 보고, 수리마당에서 전통타악 아작 팀의 공연을 보았다. 날이 너무 추워서, 그리고 더러워진 바지와 젖은 발을 수습하기 위해, 우리는 중앙시장에 들렀다가 숙소로 들어갔다.


    떠나기 싫었던 굿당
    마지막 날은 맑았다. 바람은 차고 최고기온이 22도 정도였지만, 하늘이 맑고 햇살이 좋아 기분이 상쾌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굿당으로 이동했다. 꽤 유명하다는 이불장을 구경하기도 하고, 아이스 막걸리를 마시며 굿을 보기도 했다. 점심을 대충 해결하고 아리마당에서 고성농요를 조금 보다 다시 괴산을 향해 출발했다. 토요일 수많은 인파에 휩쓸리다보니 안그래도 지친 몸이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었다. 다음에는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아 잠깐씩 쉬며 단오제 내내 공연을 보아야겠다.


    첫날엔 귀가 아팠던 굿당이 마지막 날에는 떠나기 싫은 장소가 되었다. 능청스런 인간문화재 무당 선생님의 재담도, 춤을 잘 추던 제자 무당도, 소리를 잘하던 제자 무당도 어느새 그리워졌다. 집에 돌아와서는 다시 굿당에 앉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곳에서 심사와 촬영을 위해 온 대학원 시절의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났는데, 만약 나도 박사를 했더라면 지금 그들과 함께 굿판을 다니고 있겠지 하고 잠깐 아쉽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금 나는 괴산에서 잘 놀고 있으니, 더 잘 놀 방도를 궁리하는 것으로 마무리. 단순한 관람객보다는 여러 행사 중 하나에 참가하는 것을 고려해볼 것. 주차 고민 없이 시내로 숙소를 잡을 것. 중앙시장을 애용할 것. 이번에 풍물패 ‘벼리’ 막내가 추천해준 방법대로 편의점 아이스컵에 단오막걸리를 부어서 들고 다니며 먹어야지. 막걸리가 싱거워지므로 얼음은 조금 뺄 것. 아래의 홈페이지를 통해 단오제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다만 비오고 바람불던 바로 그 느낌은 없겠지만.

    원 혜 진
    ‘문화공간 그루’ 대표


    https://www.youtube.com/results?search_query=%EA%B0%95%EB%A6%89%EB%8B%A8%EC%98%A4%EC%A0%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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