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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시간강사는 다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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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시간강사는 다 어디로 갔나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6.1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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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신분 보장 및 처우개선 부담감으로 채용 꺼려
충북지역 4년제 사립대학 지난 7년간 대량 해고

강사법이 오는 8월부터 시행된다. 2010년 5월, 조선대 시간강사 자살 이후 강사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고, 2011년 12월 일명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시간강사, 대학 모두의 반발로 2012년부터 5년간 법 시행이 4차례 유예된 바 있다. 그러다가 2018년 강사, 대학, 전문가로 구성된 대학강사제도 개선협의회가 합의안을 내놓는다. 시간강사 1년 이상 임용 원칙 및 방학 중 임금 지급 등을 골자로 한 법률개정안이 나왔고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강사법 시행으로 오히려 강사들의 설자리가 위축받고 있다. ‘돈’의 셈법으로 봤을 때 시간강사 채용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4년제 사립대학들이 시간강사를 눈에 띄게 줄여 나갔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전국의 사립대학 152교(일반 150교, 산업 2교)에 대해 대학알리미 ‘2011~2018년 전체 교원 대비 전임교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7년간 시간강사 수는 전국 6만 226명에서 3만 7829명으로 37.2%가 줄었다. 지난 2011년 강사법이 발효된 이후 7년간 시간을 끌면서 벌어진 일이다.

 

전임교원 강의 수 늘리기

 

대학은 시간강사를 줄이는 대신에 초빙교원, 기타교원으로 전환했다. 따라서 비전임교원 중 기타교원은 2011년 1만 2445명에서 2018년 2만 1998명으로 9554명 76.8%가 증가했고, 초빙교원도 4329명에서 4676명으로 347명 8%가 늘었다. 전임교원 또한 2011년 4만 7801명(35.9%)에서 2018년 5만 4153명(42.9%)으로 6352명(13.3%)증가했다. 이는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평가에서 전임교원 확보율,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이 평가지표로 들어가면서 대학들이 시간강사를 줄이고 전임교원 수를 늘린 결과이다.

강사법 시행으로 오히려 시간강사들의 일자리가 줄어든 셈이다. 시간강사의 감소율은 수도권 대학보다는 지방대학에서 두드러졌다.

시간강사 감소율 분포에 따르면, 감소율이 50% 이상인 대학이 전제 152개교 가운데 41교(28.3%)였다. 즉, 대학 4곳 중 1곳이 시간강사를 절반 넘게 해고한 것이다. 충북도내 대학들의 경우 △청주대는 413명에서 152명으로 261명 줄었다. △서원대는 344명에서 164명으로 180명 △유원대는 148명에서 101명으로 47명 △세명대는 270명에서 195명으로 75명 △꽃동네대는 34명에서 30명으로 4명 감소했다.

강사법이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개선 및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지만 이처럼 부작용이 야기된 것은 근본적으로 ‘돈’의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청주대 A교수는 “대학 재정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대학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뻔하다. 전임교원 시수를 확대하거나, 대형강의, 사이버 강의 등을 열어서 시간강사의 일자리를 줄이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대학 사회가 돈의 논리로 작동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강사법 시행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는 대학에서도 나오고 있다. 대학에서는 강사법 시행으로 시간강사에게 ‘교원’의 지위가 부여되는 부담감과 공개채용 방식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공개채용 방식 부담스러워

 

이전에는 시간강사 채용은 학과(장)의 권한이었다. 최근 서울 주요대 중 고려대가 처음으로 강사 공개채용에 나섰다. 고려대는 채용 자격 기준을 기존보다 높게 잡았다. 고려대는 2단계 채용절차 중 1차 기초평가에서는 지원자의 학력·경력·강의계획안을 보고, 2차 평가에서는 최근 3년간의 연구실적, 지원자가 제출한 교육철학기술서를 근거로 면접 등을 진행키로 했다. 이제 강사법이 시행되면 이러한 규정은 전국 대학으로 확대된다.

 

충북대가 공개한 강의료를 보면 전업강사와 비전업강사의 강의료가 3배 이상 차이난다. 강의료는 대학마다 교육부가 정한 단가를 기준으로 해마다 따로 정한다.

 

충북대 관계자는 “시간강사뿐만 아니라 초빙교원, 겸임교원, 기타 비전임교원(석좌교수, 객원교수, 연구교수, 산학협력교수)까지 채용 공고를 내야 하는 데 행정력이 엄청나게 소요된다. 충북대의 경우 시간강사만 300~400명이고, 비전임교원도 200~300명이나 된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대학의 자율성이 사라질 수 있다. 대학 내 전임교원인 교수 외에 다양한 이름으로 강의를 맡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전업 시간강사뿐만 아니라 강의를 맡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까지 법적용이 되니 대학 일선에서는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다”라고 강조했다.

시간강사는 전업강사와 비전업강사로 나뉜다(도표참조). 전업강사는 충북대의 경우 시간당 9만원 내외의 강의료를 받지만, 비전업강사는 3만원 내외로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전업과 비전업 강사를 직업의 유무로 구분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구분이 모호하다. 전업강사를 하고 싶어도 선배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비전업강사 신분에 머물러야 한다.

이에 대해 충북대 B교수는 “솔직히 전업강사와 비전업강사의 강의의 질을 구분하기 어렵다. 대학 내 과목에 따라 전업과목이 있고, 비전업 과목이 있게 된다. 공개채용을 한다고 해도 타 지역에서 낮은 강의료를 받고 수업을 하러 올지 의문이다. 비전업 과목의 경우 시간당 3만원인데 차비빼면 무엇이 남을까 싶다. 지방 대학의 강의의 질이 더 열악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학 관계자는 “예전에는 학기마다 시간강사를 채용했는데 이제는 1년 단위로 채용하게 된다. 교원의 지위가 부여됐기 때문에 나중에 강의가 없어지면 소청심사를 요청할 수도 있다. 대학의 커리큘럼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어쩌면 강의가 한번 개설되면 사라지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교수들이 해외연수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전업강사가 강의를 하고 있으면 그 자리를 빼앗을 수도 없기 때문에 강의를 못하는 사례도 생길 수 있다. 전체적으로 대학사회의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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