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와 청주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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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와 청주시의회
  • 충청리뷰
  • 승인 2019.06.1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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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이런 동반자적 관계도 없다. 아름다운 동행이라고도 한다. 이들 두 기관의 책임자들이 요즘 똑같이 시민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고 있으니 말이다. 굳이 ‘많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이들에 대한 반감이 과거 절대적 지지자들한테까지도 노골화되고 있어서다. 지난 호에 충청리뷰도 이 문제를 기사화했는데 역시 반응이 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냉정하게 파고 들라는 주문이 잇따랐다.

사실 현재 청주시를 괴롭히는 현안들 즉 도시공원 민간개발을 비롯해 청주테크노폴리스 사업, LNG발전소 건립, 시내버스 준공영제 등은 하나같이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들이다. 집단민원의 성격이 강한데다 관계인들 사이에서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이들 문제를 취재, 보도하는 것도 여러모로 신경쓰인다. 기사를 쓰는 기자는 물론이고 해당 언론사까지 특정인 및 특정기관과 서로 씻지 못할 감정을 키워 큰 후유증으로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늘 그렇듯 행정 사안에 대한 민원은 그 전개과정이 명쾌(?)하다. 이의를 제기하는 측은 해법이나 대안보다는 우선 문제점 위주로 목소리를 높이게 되고 이에 대응하는 행정부서는 사안별 대처에 따른 부담감으로 쉽사리 대화에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 이의 해소책으로 지자체마다 무슨 TF나 거버넌스, 위원회 등을 내세워 책임의 분산을 꾀하려 하지만 이 역시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 일만 더 꼬이게 만든다. 지금 청주시가 꼭 이런 꼴이다. 똑같은 사안임에도 시민단체는 ‘독선’이라 하고 청주시는 할만큼 했다고 맞선다.

어쨌든 한범덕 청주시장은 지금부터라도 특정 사안에 대한 논의를 더 넓혀갈 필요가 있다. 시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관료출신 시장님의 행정 전문성보다는 자치시대 민선 시장님의 협치와 공동체 정신이다. 시민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한 선 경청과 후 설득을 바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몰제에 해당하는 도시공원의 민간개발을 더 이상 늦출 수가 없어 밀어붙였다면 차라리 시간에 쫓긴다는 ‘그 어쩔 수 없는 사정’을 당시의 민관거버넌스에 상정시켜 조금이라도 더 고민을 공유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의 파행은 훨씬 덜했다. 누구는, 열린 리더십으로 민관 일체감을 이끌어 내 전국 지자체들과 경합끝에 양수발전소 유치에 성공한 박세복 영동군수를 배우라고 한다.

일이 꼬일 경우의 최 상책은 시간끌기다. 그 또한 잊혀지기 때문이다. 청주시 입장에선 구룡산 촛불시위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겠지 싶겠지만 안 그렇다. 역사가 증명하듯 시민저항의 추동(推動)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또 다른 ‘타깃’을 만들어 냈고 그 파괴력 또한 점점 더 커졌다. 지금까지는 시민들이 청주시의 독단적 결정에 초점을 맞춰 돌팔매질을 했다면 앞으로는 그 독단적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궁극적인 이유와 배경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미 시행되고 있는 도시공원 민간개발의 공모를 놓고 최근 사석에서 불거지고 있는 모 업체의 특혜의혹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구룡산촛불집회 / 사진=두꺼비마을신문

같은 맥락에서 청주테크노폴리스의 매장문화재 문제도 이 시점에선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당초 이 문제를 처음 공론화한 충청리뷰가 그 계기를 지면을 통해 밝히며 커밍아웃을 했는데도 청주시는 여전히 ‘문제없다’로 일관하고 있다. 문화재 시굴 및 발굴에 참여한 한 교수로부터 “우리는 나설 수가 없으니 제발 언론이 나서달라”는 청탁 아닌 청탁을 받고 기획기사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남는 궁금증은 이렇다. ‘그렇다면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매장문화재 발굴이 어떻게 해서 일사천리로 조용히 진행됐느냐’는 것이다.

오랜 기간 이 문제를 취재해 온 기자들이 내린 결론은 분명 어느 시점에선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거라는 추론이다. 과거 공안 독재 시절의 무슨 ‘대책회의’같은 과정이 개입했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 역시 앞으로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

최근 언론에 의해 냉혹할 정도로 제기된 청주시의회 무용론과 하재성 의장의 리더십 부재는 이미 드러날 대로 드러난 터라 솔직히 재론할 생각이 없다. 현직의 시의장이 여론과 언론에 의해 무능과 무책임이란 꼬리표를 단 것도 전례가 없었던 것같다. 도의회 의장은 합격, 시의회 의장은 불합격이라는 보도 프레임이 만들어진 것도 그렇다.

사실 지금 논란을 빚고 있는 현안들은 하나같이 지방의회가 발벗고 나서도 부족할 정도로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민감한 것들이다. 그런데도 의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청주시는 제대로된 참모가 없는 상태에서 시장이 원맨쇼라도 하지만 청주시의회는 의장 이하 모든 의원들이 관람석에 앉아 이 원맨쇼를 보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들린다. 이 와중에 박완희 의원등 시장과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도시공원 개발에 정면으로 맞서는 집단행동이 그나마 청주시의회의 존재감을 알릴 뿐이다.

자료를 검색해보니 하재성 의장은 지난 신년 인터뷰에서 집사광익(集思廣益)이라는 말을 언급하면서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을 더욱 견고히 해 시정이 올바르게 추진될 수 있도록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집사광익은 말 그대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 더 큰 효과와 이익을 얻어 시민들을 잘 살게 하겠다는 뜻이다. 이랬던 그가 졸지에 무능과 무기력의 아이콘으로 추락하고 있다. 개인의 수치가 아니라 시민의 불행이다.

많은 시민들은 말한다. 인구 100만 도시를 천명하는 통합 청주시가 과거 교육문화의 도시라는 이미지처럼 그 규모에 걸맞는 비전과 내공을 갖추지 못했다고... 한데 안타깝게도 이 자리를 대체한 것은 미세먼지 전국 1위, 아파트미분양 최장기 관리지역이라는 모욕적인 오명이고, 거기다가 이번 고유정 사건처럼 무슨 엽기적인 일만 터졌다 하면 청주가 단골로 등장한다.

그렇다면 청주시와 청주시의회, 더 나아가 한범덕 시장과 하재성 의장이 정작 동반자적 자세로써 아름다운 동행을 모색해야 하는 ‘목적지’는 분명해졌다. 각자의 역할을 확실하게 회복하는 것, 청주시는 개발업자가 아닌 시민을 위한 행정을 펴고 청주시의회는 이를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는 자세 말이다.

이 단순한 사실을 계속 부인하고 애써 외면하려 한다면 이들을 기다리는 건 시민배신감의 대폭발일테고 지금 그 기운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둘은 지금 여론의 동네북, 한씨 아저씨와 하씨 아저씨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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