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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질식사고, 만만히 봐서는 안돼
원 정 훈 충북대 안전공학과 교수

이맘 때 뉴스 등에서 간간이 보이는 사고 소식 중 하나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질식사고다. 지난 11일 뉴스를 보던 중 전남 나주의 농협하나로마트 신축 건물 내 물탱크에서 에폭시 작업을 하던 작업자 4명이 질식한 사고가 눈에 들어왔다. 다행히 심각한 사고는 아니라고 한다.


순간 2016년 청주의 한 유제품 공장의 정화조에서 작업자 2명이 질식하고 1명이 의식불명된 사고가 기억났다. 내가 지역방송의 한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고 경위와 안전불감증의 문제를 제기했던 사례이자 수업시간에 자주 얘기하는 지역의 대표적인 질식사고 사례이다. 당시 사고는 옥산의 한 유제품 생산업체 공장 내 별관 건물인 복지관(식당, 숙소)의 정화조에서 오폐수를 처리하는 중에 발생했다.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정화조에서 악취가 나자 시설관리를 담당하는 권 모씨가 정화조 점검에 나섰다가 유독가스를 들이마시고 의식을 잃었다. 지나가던 직원 2명이 살려 달라는 소리를 듣고 정화조로 뛰어들었다가 역시 의식을 잃었다. 이 사고로 2명은 현장에서 사망하고 1명은 의식불명됐다. 쓰러진 작업자 3명은 오물이 발목까지 차 있는 상황에서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아 참변을 당했다.


3년 전의 사고를 다시 꺼낸 이유는 유독 여름철이 질식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이며, 이런 현상은 계속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특히 정화조와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는 여름철에 질식사고 확률이 높아진다. 여름철에는 폭염으로 정화조 내부의 인분 등이 빠르게 부패하며 황화수소와 같은 유독가스의 발생이 많아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름철에는 밀폐 공간에 미생물이 번식하고, 암모니아 가스나 일산화탄소 등이 발생하면서 공기 중 산소 농도가 18% 미만이 되는 산소 결핍상태가 된다. 심할 경우 실신 후 5분 내 사망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되기도 한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매년 10~20명의 작업자들이 질식으로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질식사고는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으며,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원칙만 지키면 막을 수 있다. 작업 전 산소 농도 및 유해가스의 농도를 측정하고, 적정상태가 되지 못할 경우 환기를 시키며, 호흡용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작업하면 질식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


사업주는 작업자에게 적합한 안전보호구를 지급해야 하고, 질식사고에 대한 안전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은 교과서적인 기본내용이다. 안전보호구 지급과 안전교육에 드는 경비는 얼마 되지 않으나, 기본적인 것을 사업주가 외면함으로써 고귀한 생명의 죽음이라는 더 큰 희생을 가져온 것이다. 안전에 대한 투자비용이 크다고 혹자는 말하지만, 실제로 들어가는 비용이 큰 것인지는 사업주와 우리 모두 스스로 깊게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어쩌면 습관적으로 우리 모두는 ‘안전은 비용’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작업자들의 안전의식이다. 평상시 했던 점검이라는 생각으로 안전보호구 없이 작업하는 안전불감증 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나가던 직장 동료가 위험에 처한 작업자를 보고 안전보호구 없이 구하러 들어가는 것도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발생된 안전사고 중 하나이다. 안전교육을 강화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것은 안전에 대한 인식의 변화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안전불감증의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 난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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