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두봉 예술가’들의 20년 꿈이 산산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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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두봉 예술가’들의 20년 꿈이 산산조각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6.2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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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원 민간개발로 소중한 전시공간 사라질 위기
잠두봉 예술가들이 벌인 마을 잔치 모습.

잠두봉을 가꾸는 예술가들이 있다. 잠두봉에 반해 지난 20여년간 주민과 예술가들이 뭉쳐 꽃과 나무를 심고 작은 전시회를 열어왔다. 이들은 ‘잠두봉을 가꾸는 예술인들’이란 단체를 만들어 활동해왔다. 하지만 도시공원 일몰제로 이들의 공간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잠두봉은 현재 포스코 건설사가 아파트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재갑 씨.

모임 회원인 이재갑 씨는 “순수하게 결성된 모임이었다. 각자 일터가 있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한 곳에 모였다. 이러한 모든 시간과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라고 밝혔다.

잠두봉 예술가들은 수 십 년간 가꾸었던 그들만의 기억들이 포크레인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도시공원 개발의 문제점에 대해 의견서를 냈다. 이들은 “마을에서 사람 향기와 정마저 잃게 될 수 있다. 청주시의원, 청주시, 건설사, 정치인들이 깨어나서 잠두봉을 가꾸는 이들의 보금자리가 다시 마련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공청회가 주민들이 출근한 낮시간에 이뤄져 사실상 개발을 위한 통과의례처럼 진행됐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공동체에 대한 고려도 전혀 없었다”라며 안타까워 했다.

충북대 사범대학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이재갑 씨는 교사 생활을 3년 하다 그만두고 전업작가로, 직장인으로 살아왔다. 이 씨는 매일매일 페이스북에 잠두봉이 어떻게 파괴되는 지 사진을 올린다. 이 씨는 “교사생활을 더 하지 않았던 것은 부조리한 학교생활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그림을 그리며 위로받고 살았는데, 개발이익으로 사람들의 소중한 가치가 상실되는 것 같아 안타까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잠두봉을 사랑하는 예술가들이 다시 작품활동을 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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