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유래 소재를 제품으로
생체모방과학연구소 ‘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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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유래 소재를 제품으로
생체모방과학연구소 ‘또르르’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06.27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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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유래 소재 기반 ‘에코실린더기술’로 특허 4건, 출원 7건
기술 바탕으로 화장품 제조, 품질 인정받아 해외진출 타진

지역에서 태어난 기업이 지역에서 터를 잡고 성장할 수는 없을까? 물론 어려움은 있겠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충청리뷰는 충북의 건강한 기업생태계 구축을 위해 지역에서 창업해 세계와 경쟁하고 성장해 갈 기업들을 발굴·소개한다.

 

“또르르” 라는 소리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또르르”는 작고 동그스름한 것이 가볍게 구르는 소리를 표현하는 동시에 물이 굴러가는 깨끗한 이미지도 포함돼 있다“고 윤길영(53) 생체모방과학연구소 ‘또르르’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과학적으로 풀어보면 물이 또르르 구르기 위해서는 불순물이 없는 자연 상태에서 수소 2개, 산소 1개로 구성된 1분자의 물이 서로 수소결합을 통해 육각형 모양을 이뤄야 한다. 깨끗한 물은 접촉면과 경사각이 105도를 이루어야 굴러간다. 이를 ‘또르르 효과’라고도 부른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이에 착안해서 회사에 ‘또르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름처럼 깨끗함을 강조하는 바이오 융·복합기술 업체다. 많은 분야에서 바이오 융·복합이라는 단어를 쓰기 때문에 자연에서 소재를 찾는 ‘신자연주의’ 관점에서 에코실린더 기술이라고 표현한다.

윤길영 ‘또르르’ 대표 /육성준 기자

2014년 창업한 ‘또르르’는 기초화장품 등 피부별, 연령별로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한다. 또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원천 기술들을 갖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화장품이나 의약품등에 들어가는 천연물 유래 소재를 중심으로 연구했다. 화학식으로 조합한 소재가 아니라 되도록 자연에서 재료를 찾았다. 이를 실체화(소재화), 제품화 할 수 있도록 기술력을 키워왔다”고 설명했다.

‘또르르’는 기술력을 강점으로 화장품, 기능성 식품, 신약후보물질들을 개발한다. 특허 4건과 7건의 기술출원을 마친 상태다. 이를 위해 윤 대표를 비롯한 6명의 직원들이 피땀 흘려 노력했다. “회사의 철학은 ‘go together(동행)’다.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해서 꿈을 이뤄간다”며 “주로 자연에서 소재를 찾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자연을 접할 기회를 많이 갖도록 시간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몽골의 대자연 느껴봤나?

 

윤 대표는 창업하기에 앞서 대학연구소에서 생물분야를 연구하던 연구자다. 대학시절 생물학을 전공하고 식물 생리·생화학 분야의 석·박사를 취득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약 8년간 미국 대학연구소에서 천연물 유전체와 환경스트레스 유전체 분야에서 연구를 하였다.

그런 그에게 선택의 시간이 찾아왔다. 연구소에서 일하며 기업들과 협력하는 것과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기재하기 위해 연구를 더 하는 것 중에 하나를 골라야 했다.

그는 “어쩌면 돈을 더 벌수도 있었겠지만 좀 더 연구해서 성과를 내고 싶었다. 기업과 협력하는 것은 접어두고 연구에 박차를 가해 환경스트레스와 관련된 유전체 및 유전자 발현 네트워크에 관한 논문을 썼고 나름 이름을 알렸다”며 멋쩍게 말했다.

이후 미국 대학연구소에서 연구 활동 중 우리나라의 한 벤처기업으로 스카우트됐다. 미국에서의 연구는 몽골에서 바이오 에너지, 사막화방지 기술과 접목해서 활용하였으며, 해외법인장으로 발령받아 5년여 일하며 해외사업 개발과 글로벌 네트워크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 시간들이 그에게는 자연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는 시기였다.

“몽골의 자연은 언덕을 넘으면 마을이 있을 것 같은데 또 언덕이었다. 비행기가 없기 때문에 현장을 보기 위해서는 차로 몇 날 며칠을 갈 때도 있다”며 “우랄 알타이 산맥을 넘고 광활한 초원을 걸으며 인간의 존재에 대해 생각했다. 많은 영감을 얻었고 새로운 도전을 위한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고 회상했다.

지금도 틈만 나면 자연과 가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해외에 갈일이 있으면 그 나라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을 방문한다. ‘또르르’는 현재 일본 사무실과 미국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관련 기관, 대학 및 기업들과 MOU를 맺고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 때문에 해외 방문이 잦은 그에게는 비교적 영감을 얻을 시간이 많은 편이다.

 

‘또르르’에서 만든 기능성 화장품 /육성준 기자

“100년 기업 되겠다”

 

현재는 화장품이 주력이지만, 윤 대표는 뼛속부터 연구자다. 생활 전반에서 얻는 정보를 어떻게 하면 소재화, 제품화할지 고민한다. 우선 개발한 소재·제품들의 시장 반응을 좀 더 살필 계획을 갖고 있다.

1단계 목표는 생산시설을 갖추는 것이었다. 그는 “회사의 진일보를 위해 올해 팁스(TIPS)에 도전했으나 떨어졌다. 그렇지만 배운 점도 많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보완점들이 지적됐다. 덕분에 회사가 어떻게 하면 더 성장할지 윤곽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팁스는 민·관이 협력하는 투자방식이다.

비록 이번에는 투자지원에서 떨어졌지만, 이를 밑거름으로 제품들을 보완해갈 계획이다. 첫 번째로 대전 연구개발특구에 플래그숍(flag shop)도 준비 중이다. 플래그숍은 점포가 많은 회사의 본점을 의미하지만 대개는 제품을 알리기 위해 본사에서 직접 투자 운영하는 점포를 말한다.

윤 대표는 “무엇보다 소비자의 욕구를 판단하는 일이 중요하다. 매장을 통해 어떤 제품과 기능이 호응이 좋은지를 파악해서 새로운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를 발판으로 새로운 목표도 세웠다.

그는 “아직 정확한 용어가 없지만 ‘또르르’는 리허빌리 메이커(rehabili-maker)가 되고 싶다. 리허빌리티(rehability)는 의약용어로 재생, 재활로 번역된다. 여기에는 육체적·정신적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생, 재활이라는 단어의 뜻이 굳어져 있다 보니 마땅히 번역할 단어를 찾지 못했지만 그는 이 개념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영국에서 시작한 지속가능성을 의미하는 ‘로하스’나 네덜란드에서 시작한 ‘휘게’의 뒤를 이을 새로운 생활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대표는 가끔씩 ‘메기가 아무리 입이 커도 강물을 다 먹지 못한다’는 어머님이 해주신 말씀을 생각한다. 어쩌면 제가 꿈꾸는 일이 쉽게 이룰 수 없는 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어가는 것은 사람이다. 목표를 두고 할 수 있는 범위의 일을 찾으며 주변의 관련 분야와 때로는 전혀 다른 분야와도 열린 마음으로 협업해 가며, PQR의 실천 즉, 소비자우선주의(Priority), 제품과 기술의 품질향상(Quality) 그리고 회사의 사회적 책임(Responsibility)을 통해 100년 기업을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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