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퍼의 삶과 철학을 알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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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퍼의 삶과 철학을 알고 싶은가
  • 충청리뷰
  • 승인 2019.06.2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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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리히 본회퍼의 『나를 따르라

여수 돌산의 갈릴리교회에는 번역도 하는 김순현 목사님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어촌 주민들을 벗 삼아 창조 영성을 익히고, 영성 고전을 번역하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목사님을 처음 뵐 수 있었던 건 3년쯤 전의 일이었습니다. 출판사 ‘복 있는 사람’에서 디트리히 본회퍼의 『나를 따르라』, 『옥중서신-저항과 복종』, 『성도의 공동생활』을 새롭게 번역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책방에서 세 권의 책을 냉큼 구해서 읽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를 뵌 지도 오래되었던 터라 책들을 가방에 챙겨들고 부모님이 계시는 여수로 갔습니다. 그리고 그때 어느 하루 부모님과 함께 돌산에 있는 갈릴리교회를 무작정 찾아갔더랬습니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 낯선 도로를 굽이굽이 돌고 돌아서 갈릴리교회에 도착한 시각은 예배를 마치고 교인들이 차려낸 점심식사를 마침 시작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만나자는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 들어선 초면의 낯선 우리 가족을 아무런 스스럼없이 따뜻이 환대해주셨습니다. 진수성찬의 식사자리에 기꺼이 함께 하기를 권하시며 처음이라서 어색했을 법한 계면쩍음을 간단없이 물려내셨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교회의 아름답게 잘 꾸며진 정원에서 짧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마침 제가 아는 양재성 목사를 번역하는 김순현 목사님도 함께 알고 계셨기에 간극은 훨씬 더 일찍 좁혀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생명과 평화의 길을 걷는 녹색교회’를 갈릴리교회의 내세움 말로 내걸고, 생명 긍정과 생명 살림, 생명과 생명이 어우러져 이루는 조화와 평화를 삶의 초점에 맞추어 지내오신 목사님이십니다.

나를 따르라 디트리히 본회퍼 지음 김순현 옮김 복 있는 사람 펴냄

목사님의 ‘정원 일의 즐거움’은 제35회 환경주일 연합예배와 녹색교회 시상식에서 2018년 녹색교회로 선정되면서 기쁨이 배가 되기도 했을 것이며, 이미 앞서 참 아름다운 교회 갈릴리교회를 찾았던 일은 제 눈이 호사를 누렸던 참 행복했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2015년은 본회퍼 순교 70주기
디트리히 본회퍼의 역작이자 명저인 『나를 따르라』와 『옥중서신-저항과 복종』의 번역 의뢰를 받은 건, 디트리히 본회퍼의 순교 70주기가 되는 2015년 봄의 일이었습니다.

‘이미 과분하게도 본회퍼의 전기를 3종이나 번역한 상태였기에, 그의 생애와 사상을 알리는 일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번역의뢰를 고사했으나, “번역본은 여럿이어야 합니다. 이미 몇 권의 번역본이 나와 있기는 하지만 아쉬움이 없지 않고, 무엇보다도 독자들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번역서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때마침 본회퍼 전기를 번역 출간하면서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정보와 지식도 상당히 축적한 상태이니 좀 더 정밀하면서도 무난히 읽히는 번역본을 내보자”는 출판사 대표의 끈질긴 설득으로 번역을 시작하고 마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김순현 목사님의 생각은 참 아름답습니다. 『나를 따르라』의 책 마지막 장에 <옮긴이의 글>에 남긴 부분을 함께 읽어봅시다. ‘책 한 권이 세상 나들이를 할 때에는 웬만한 크기의 숲이 하나 사라진다고 한다. 아름드리나무들이 속수무책으로 베임을 당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창조 영성을 등에 업고 살아오면서, 나무 심고 꽃 심어 가꾸는 즐거움에 푹 빠져 온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숲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나님의 발 받침대(사66:1)이자 “하나님의 몸”의 일부인 숲을 막무가내로 해치지 않으려면, 번역을 하더라도 꼭 필요한 책만 하리라는 나름의 기준을 세워 온 터’였음에도 부득이 응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고 술회하고 있습니다.

디트리히 본회퍼는 누구?
디트리히 본회퍼는 반나치 저항운동에 가담했습니다. 히틀러의 독재정권에 항거했고요, 1943년 4월5일 비밀국가경찰인 게슈타포에 의해 체포되었습니다. 본회퍼는 바이에른의 플로센뷔르크 강제수용소에서 히틀러 제3제국이 무너지기 직전인 1945년 4월9일, 게슈타포 장관의 직접 명령으로 39세를 일기로 교수대에서 처형된 청년 신학자입니다.

그는 히틀러에게서 악이 빛, 선, 진실을 가장하고, 역사적 필연성과 사회정의를 가장하고 있음을 간파했던 것입니다. 본회퍼는 그의 저서 『윤리』에서 히틀러의 이러한 위선과 허위와 가장을 다음과 같이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거짓말쟁이의 입에서 나오는 진실은 아무리 미화해도 역시 거짓말이요, 인간에게 적대하는 자의 형제애의 행위는 아무리 좋아도 역시 증오이다” 이것은 민족애가 정의의 탈을 쓰고 국민을 현혹케 하고 있는 허위와 위선의 잔악한 독재자 히틀러를 두고 한 말입니다.

이 책으로 하여 울창한 숲이 사라졌으되 우리는 디트리히 본회퍼의 삶을 진정으로 깨달아 마음속 새길 수 있게 됐으니 번역을 하더라도 꼭 필요한 책만 하리라는 나름의 기준에 부합하는 가장 빛나는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정 재 홍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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