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는 표번하지 않는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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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는 표번하지 않는다는데…
  • 충북인뉴스
  • 승인 2004.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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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의 편집위원
   
#지난 19일 밤 지역방송 심야토론. 주제는 신행정수도 무산 이후 정부의 대책은 무엇이어야 할 것인가에 맞춰졌다. 오송분기역 유치추진위 대표는 “헌재의 판정을 무시할 수 없지만 정부대책은 사실상 행정수도 이전에 버금가는 내용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헌재 판정직후 크게 반발했던 지역구 출신 여당 국회의원은 “그럴 경우 정부가 헌재에 불복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국민의견 수렴은 더 어렵게 될 것”이라며 “여기에 정부 여당의 고민이 있다”고 했다.

#시간을 훨씬 거슬러 올라가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시절 “신행정수도 건설을 국민투표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이 말은 모두가 아는 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현 정권은 결과적으로 심대한 정치적 타격을 자초한 셈이 됐다. 19일 토론에서 드러낸 여당 의원의 인식이 이제나 그때나 정부 여당의 지배적 판단이었다면 헌재의 위헌판정은 없었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처신은 낯이 간지럽다 못해 뜨거울 지경이다. 신행정수도 찬성→입법이후 돌연한 반대→헌재 판정이후 충청권 민심이 흉흉해지자 “대책기구를 만들겠다”며 호들갑떠는 모습은 기막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어느 보수언론은 조상묘역을 수용당할 처지의 특정문중 집안행사까지 친절하게 찾아가 “조상들 뵐 면목이 없게 됐다…”며 탄식하는 장면을 대서특필할 만큼 집요하게 반대논리를 전파하더니 헌재 판정이후 공황에 빠진 충청권 민심을 보듬는 기사를 내놓는 등 놀라운 변신능력을 보여줬다.

물론 세상의 틀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했는데 구태의연한 인식과 가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역시 조롱대상일 것이다. 하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태도를 바꾸게 됐다면 그 불가피한 이유에 대한 정정당당한 설명이 따라야 옳다. 개인도 그럴 진 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지도자나 기성권력 시스템들은 깊은 사변을 통한 변신과정을 국민에게 이해시키지 않는 한 더더욱 정당성을 유지할 수 없다. 하지만 위 사례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변화에 따른 입장이나 인식 변동과는 무관하다. 결국 우리가 목격하는 것들은 찰라적 이해득실에 따라 잽싸고도 가볍게 말을 바꾸는 ‘표변’들뿐이다. 과거 군자는 표변을 가장 혐오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가지 예외가 발견된다. 개혁 및 경제문제에 대한 여야간 인식과 대응방식은 미련할 정도로 서로가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도통 타협점이 찾아지지 않는 여야의 교착상태는 그래서 국민들을 질식케 한다.

한쪽은 “내가 있는 한 경제는 걱정 없다”며 개혁입법들을 쉼 없이 밀어붙이고 있고, 다른 쪽은 “위기에 빠진 경제는 돌보지 않고 합의되지 않은 개혁논리를 독점한 채 도덕적 무결점 환상에 빠져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진보는 순수한 경제걱정 조차 “개혁을 막아보려는 보수주의자들의 반동”으로 치부하고, 보수는 경제를 내세워 개혁에 발목을 잡으려 하는 것이다. 모두가 진정한 우국의 심려라기보다는 정략적 냄새가 더 풍긴다.

여기에 민초들의 우리 사회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고 동시에 순진한 기대는 증발한다. “잘못된 역사와 모순이 축적돼 있다면 서로 힘 합쳐 바로 잡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해 나갈 것인가도 중요하다. 또 올바른 개혁이라면 삶의 가장 긴요한 기초인 경제도 보살펴야 하는 것 아닌가. 둘의 병행은 불가능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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