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게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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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게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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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09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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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
구 효 진 임상심리사 ‘앨리스의 별별책방’대표

사소한 듯 조용히 내 마음을 갉아먹고 있는 고민, 누구에게도 꺼내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에는 백 마디 말보다 한 줄의 문장이 깊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마음속 독소를 날릴 수 있도록 당신을 위한, 당신에게 맞는 책을 처방한다.

<사연> 30대 중반 남. 몇 년 전부터 증가되기 시작한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3개월 전 부터는 몸이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해서 정말 힘들어요. 게다가 좋아하는 이성이 있는데 몇 달째 준비만 하고 말을 못 꺼내고 있어요. 내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말재주도 없고 재미도 없는 제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일은 일대로 힘든데 마음속 이야기를 나눌 친구도 없고, 그녀에게 좋아한다는 말도 못하고 가슴앓이만 하는 저를 보면 제가 다 답답해요.

놀이터를 지나던 중 딱지놀이를 하던 꼬마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둘 중 한 아이가 뜻대로 잘 되지 않는지 두 손을 허리춤에 올리고 씩씩대는 모습은 미소를 불렀다. 그러나 그 아이를 위로하는 다른 아이의 한 마디에 그만 흐르던 미소도 가던 발걸음도 멈추고 말았다. “야, 스트레스 받지 마, 머리(카락) 빠져!”

처방책: 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최인자 옮김 문학동네 펴냄

스트레스는 현대사회에서 대여섯의 어린아이에게도 부정적인 의미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이 스트레스도 긍정적인 측면은 분명히 존재한다. 필자에게 미소를 짓게 했던 아이는 분명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금은 스트레스로 얼굴이 벌개져 씩씩대고 있지만 집으로 돌아가 ‘딱지’를 잘 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고, 연습해보게 될 수도 있다. 며칠 뒤 그 아이는 원하는 수준만큼 딱지 다루는 기술을 선보이게 되어, 허리춤에 있던 두 손은 머리위로 올라가 만세를 부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스트레스는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위한 에너지원이 되기도 한다.

최근 고통으로만 인식되어 오던 스트레스를 관리의 대상으로 인식하여 운동, 취미활동, 종교, 여행등 다양한 방법을 제안하고 있는데 특히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명상이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에서 이미 오래전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하였고, 변화에 민감한 도시 뉴욕에서는 명상버스가 있으며 학교에서는 수업과 접목하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소설은 상처 껴안을 수 있는 힘 줘”
2018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통계에 의하면 명상을 하는 미국인의 수는 전체 14.2%로 5년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에서도 명상프로그램을 도입하여 개인의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을 주고자 기업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으며,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임상현장에서도 치료의 수단으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방법으로 ‘마음챙김명상’에 대한 정보는 명상앱이나 검색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부정적으로만 느껴지는 <내 안의 늑대>를 길들이는 방법으로 일상에서 가볍게 명상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지난 6월 <2019년 서울 국제도서전> 관람 중 필자가 참석한 세션 대담에서 한강 작가는 “상처를 소설이 치유할 수 있나요?”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상처는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해요. 소설은 그저 상처를 껴안을 수 있는 힘을 가지게 해줍니다” 라고 하여 처방책으로 소설을 권하는 필자의 마음에 위안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일상에는 하나의 사건과 하나의 감정만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인생의 무대는 희극과 비극을 오가며 시종일관 변화무쌍하다.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은 작가 특유의 기사형식 문체로 사건의 중심에 빠지도록 하는 흡입력을 지니고 있으며, 증오, 질투, 소외, 사랑, 희생, 화해 등 인생의 보편적인 주제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세기와 장르를 넘나들며 사랑받고 있는 이 소설은 분명 힘이 있다. 책속 주인공의 삶을 만나며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활자와 행간의 의미에 공감하며 나의 일면을 마주하여 내안의 나를 느끼고 경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는 분명 당신을 끌어안고 토닥여 주는 손길이 될 것이다.

구 효 진
임상심리사
‘앨리스의 별별책방’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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