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는 아무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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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는 아무나 하나
  • 충청리뷰
  • 승인 2019.07.09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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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역대 총선에서 ‘세대교체’라는 말이 단 한 번도 거론되지 않은 적이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둔 요즘도 마찬가지다. 사람들과 정치얘기를 하다보면 누구랄 것도 자연스럽게 이 말을 입에 올린다.

개중엔 “현역 국회의원들이 요즘처럼만 일하면 평생 찍어준다”는 이들도 있다. 국회의원들이 최근 국회 파행이라는 극도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역구를 자주 찾아 유권자들과 스킨십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반응이다. 총선이 1년도 안 남았으니 현역은 물론이고 정치신인들 또한 몸이 다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젠 지긋지긋한 꼰대정치를 끝장내자!” 며칠 전 한 커뮤니티가 청년정치를 주제로 연 2030 세대들의 공론장에서 나온 외침이다. 이 자리에서 사회자가 “정치하면 무엇이 떠오르냐”고 물었더니 참가자 모두가 “싸움질”이라고 합창했다고 한다. 냉정하게 말하면 민주국가에서 정당과 정치인들의 기본 역할은 싸움질이다. 권력을 놓고, 또 정당정책과 이념의 관철을 위해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의 이름을 걸고 다투는 것이다. 정쟁(政爭)이라고 해서 마냥 백안시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치에서의 싸움질은 이같은 국가적 제도와 명분으로 준용, 중시하는 다툼이 아니라 오로지 정치와 정치인들만을 위한 사사로운 아귀다툼이라는 게 문제이고 지금 국민들을 지치고 식상하게 만드는 것도 바로 이거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모든 정치 싸움, 즉 정쟁에 “저게 과연 국민의 삶에 무슨 도움이 되나”를 대비시키면 답은 분명하게 나온다. 국민들은 선거제도 개편과 정치개혁을 간절하게 바라는데도 그들은 서로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국회를 대책없이 공전시켰다. 이 와중에 우리나라가 졸지에 ‘막말의 전성시대’라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 것이다.

꼭 정치적인 논리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통상 유권자들은 선거 하면 무슨 ‘변화’를 바라고 있고, 자신도 그 흐름에 같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숨기지 않는다. 이 것만 본다면 세대교체는 유권자 정서의 실현가능한 상수(常數)가 될 수도 있지만 결코 안 그렇다. 지금까지 총선에서 미력하나마 세대교체를 성사시킨 요인은 유권자 의지보다는 선거판의 갑작스런 돌발 변수와 이에 따른 특정 바람현상의 역할이 더 컸다. 유권자 인식과 행동의 불일치가 총선에서는 유독 심했던 것이다.

왜 그럴까. 지금 청주권에서 어느 때보다도 세대교체의 타깃이 되고 있는 현역, 특히 4선 의원들을 예로 들어보자. 정우택(청주 상당), 오제세(청주 서원), 변재일(청주 청원) 의원이다. 단순히 나이로만 본다면 우리나라 정치판의 통계로도 이들은 이미 은퇴했어야 한다. 각각 만 나이로 66세(정), 70세(오), 71세(변) 이기에 우리나라 국회의원 평균 연령 59.4세와 현행 법으로 규정된 국민 정년퇴직연령 58세를 기준하면 이들은 정치인으로서 장수를 누려도 엄청나게 누리고 있다. 만약 이들이 내년 총선에서 5선에 성공한다면 무려 20년이나 국회의원을 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고위관료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행정고시 합격으로 처음부터 관리자의 직함으로 살았으니 본인들은 평생을 “공직으로 봉사하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비판론자들은 “평생을 대접만 받고 살았다”고 한다. 실제로 이들에 대한 세대교체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후자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을 얘기한다. 그만큼 누렸으니 이젠 스스로 알아서 물러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고무된 지는 모르겠지만 정치신인들이 세대교체의 기치를 내걸고 각 각의 선거구에서 도전장을 내밀거나 내밀려는 태세다. 표면적인 것만을 보면 유권자의 표심을 쉽게 움직일 법도 하지만 이게 힘들다는 것이다. 현역들은 국회의원이라는 역할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와는 상관없이 자기들에게 표를 줄만한 사람들을 참으로 오랫동안 관리해 왔다.

국회의원으로 16년이나 밀착 관리했고 또 그 이전의 고위관료시절을 감안한다면 20~30여년, 많게는 무려 40여년이나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려온 것이다. 그러기에 자기 선거구의 직능단체 등 막상 선거 때 표를 몰아줄 조직을 완벽하게 꿰차고 있는 것도 부족해 요즘엔 소소한 애경사까지 일일이 챙기며 그 인맥을 다지고 있다. 정치 신인들이 이런 아성을 깨겠다고 덤벼들고 있지만 실상은 어쩔 수없이 ‘계란으로 바위치기’이다. 세대교체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는 ‘젊은 정치인=깨끗한 정치’ 혹은 ‘정치 신인=당파적 이해를 넘어서는 새로운 비전’이라는 등식도 이같은 벽 앞에서 번번이 좌절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도 우리나라 정치의 변화와 혁신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고 피할 수도 없다. 작금의 정치판 싸움질을 보더라도 이에 대한 국가적 소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반드시 바꿔야 하고, 좀 더 젊고 참신한 세대에게 새로운 정치를 기대해야 한다. 이웃 홍콩의 우산혁명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올해 고작 22살인 조슈아 윙 이라는 청년운동가다. 그는 이미 5년전 17세의 나이로 이 운동을 촉발시켰고 당시 그와 함께한 네이선 로 라는 젊은이는 3년전 만 23세의 역대 최연소로 홍콩 입법회(국회) 선거에 당선됐다. 유럽에선 30대 국가리더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물론 나이가 많고 다선이라고 해서 무조건 폄훼될 이유는 없다. 요즘 70대는 노인축에도 못끼고 중국이나 일본 등엔 평생 정치만 하는 80대이상 고령자도 많다. 묵은 솔이 관솔이라고도 한다. 문제는 시대적 흐름에 우리나라 정치가 과연 제대로 적응하고 있는가? 이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이 세상을 지배하는 이 엄중한 시기에, 국회 의사당에서 망치를 휘두르고 광화문에 텐트나 치는 천박한 정치에 기생하는 꼰대정치는 이제 종언을 고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모든 선거의 최고 메리트는 ‘사람’이 바뀐다는 것이고 바로 이래야만 ‘변화’는 현실이 된다. 이를 위한다면 내년 총선에선 2030 세대의 반란은 필수다. 결국 꼰대들을 퇴출시키는 힘도 이들에게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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