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길 걸었던 원로여성작가 김주영·황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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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길 걸었던 원로여성작가 김주영·황영자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7.1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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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청주시립미술관 기획전<놓아라!>

청주시립미술관은 2019년 기획전으로 한국 화단에서 원로 여성작가로서 활동을 이어온 김주영, 황영자 작가의 2인 전시를 6월 27일부터 9월 15일까지 개최한다. 설치, 영상, 회화, 사진 등 80여점의 대표작이 전시된다.

이번 <놓아라!>전에 초대된 김주영과 황영자 두 작가는 서로 연계점이 없는 작품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여성 작가들이며, 화단의 어떤 그룹이나 세력에도 속하지 않고 일생 독자적인 행보를 걸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전시제목 <놓아라!>또한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다.

어쩌면 두 작가는 자신들을 옭아매는 것들, 누군가에게 보호막이나 동아줄이 되어주었을 그것들을 일생에서 배제해왔다. 이번전시는 방대한 작가의 작업들을 현재 시점에서 놓고 보여준다.

김주영 작 '생태의 논리' 2001~2009
김주영 작 '밤의 심연' 2008

 

어떠한 세력도 거부한 작가들

 

김주영 작가의 노마디즘에 대한 몰두는 평생을 이어 왔던 것이지만, 이번에는 그의 테마 작업들 가운데서도 캔버스 틀을 벗어난 회화와 물성이 강한 설치 작품들을 보여준다.

황영자 작가는 자신이 바라보는 현실을 초현실적으로 표현해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화면을 창조해낸다. 황영자의 작품은 전 세계의 페미니즘 미술가들이 이론적으로 넘어서고자 했던 어떤 지점을 자신의 기질과 필력으로 가볍게 극복해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양식적, 내용적으로 전혀 다른 두 작가의 작품, 또한 전혀 다른 방식의 일생을 살아온 두 작가의 작품을 대비해볼 수 있다. 날카로운 지성과 폭발하는 감성이 서로 섞이고 충돌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김주영 작가는 1948년 충북 진천에서 태어나 진천과 청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홍익대학교 서양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1986년 파리에 유학해 파리 제 8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파리 볼가 아틀리에를 거쳐 프랑스 문화성이 제공하는 세잔 아틀리에에 영구 레지던스 작가로 입주했다.

1988년 인도 행을 시작으로 하여 몽골, 티베트, 일본, 유럽, 한국 DMZ 등지에서 노마디즘 콘셉트의 퍼포먼스와 설치를 중심으로 한 현장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떠남과 머묾’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2005년 귀국해 마련한 충북 오창의 작업실에서부터 현재의 경기도 안성 분토골의 작업실까지 노마디즘 작업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오창의 폐허 황토농가에서 수집한 잔재와 쓰레기, 고도의 세련된 문명을 외면한 옛 방앗간의 부품 등 작가가 기록하고 발견한 재료들을 오브제로 사용해 붙이거나 그린 작품 <그땐 그랬지>, <어느 가족 이야기>, <방앗간 쌀의 영혼> 등을 선보인다. 또 <밤의 심연>으로 대표되는 캔버스 틀을 벗어난 대형 작품들과 작가가 수집한 오브제들을 고착시킨 <기억상자 시리즈>, 기록 영상 작품 <시베리아, 시베리아> 등 작가가 유랑의 현장에서 얻은 흔적들을 입체적으로 선보인다.

 

황영자 작 '내안에 여럿이 산다' 2006~2008
황영자 작 '매직카페트' 2019

페미니즘 1세대 작가들

 

황영자 작가는 1941년 전남 목포 출생으로,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원로 여성작가이다. 미술교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림을 시작한 작가는 과거 가부장적 사회의 남존여비 사상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딸에게 ‘항상 상석에 앉으라’고 가르쳤던 아버지의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그러한 영향으로 황영자의 작품 속에서 여성은 늘 주인공이었고, 남성은 인형이나 펭귄처럼 자신의 관념 속에서 좌우되는 부수적인 존재로 표현됐다. 이처럼 작가는 여성의 시선으로 자신이 경험해온 것들을 캔버스 화면에 자유롭게 담아왔다. 특히 화가로 살아가면서 느꼈던 불안한 심리상태와 여성만이 느낄 수 있는 욕망, 에로티즘의 감정들을 강렬한 색채와 과감한 화면구성으로 표현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방대한 작업을 선보여온 황영자의 작품 중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작까지를 소개한다. <몽상가>, <내 안에 여럿이 산다>, <하늘 길>, <펭귄>, <인형들> 등 다양한 스토리로 구성된 작업들은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현실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주요 소재로 삼으면서도,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초현실의 세계를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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