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연초제초창 과도한 리모델링 논란
높던 층고는 낮추고, 민낯은 분장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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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연초제초창 과도한 리모델링 논란
높던 층고는 낮추고, 민낯은 분장하고…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7.11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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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클러스터’ 이름만 있을 뿐 킬러콘텐츠 부재
과거 흔적 사라져, 경쟁력 상실 가져와

문화재생이 가능할까
사라지는 흔적

 

충북 청주시 원도심에 자리한 옛 연초제조창(12만 2407㎡). 한때 3000명이 연간 담배 100억 개비를 생산했던 곳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담배생산 공장으로 청주지역 경제를 견인했지만, 1999년 원료공장 폐쇄, 2004년 가동 중단 후 방치됐다가 2011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개최되면서 문화재생 무대로 주목받았다. 옛 연초제조창은 그 후 3번의 비엔날레가 이 공간에서 치러지고, 많은 사람들의 계획과 꿈이 투영됐다. 청주시는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을 내세우고 사업을 추진했다. 현주소를 점검한다. 

 

옛 연초제조창은 지금 ‘공사중’이다. 1946년 설립한 청주 최대 규모의 공장이었던 이곳은 지금 74년만에 리모델링을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을 방문한 이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작가 A씨는 “올해 초 청주공예비엔날레 참여작가라서 현장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연초제조창이 작가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공간이 주는 영감이 있던 곳인데 안전설비 공사로 층고가 확 낮아진데다 외관도 과거의 흔적을 다 지웠다. 청주시 행정과 지역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지 탄식이 나왔다. 다시 되돌릴 수도 없을 텐데, 이 좋은 공간을 이렇게 망쳐놓을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문화기획자 B씨 또한 “거칠고 야생적인 모습이 이곳의 매력이었다. 지금은 화장을 넘어 가면을 씌워놓은 꼴이다. 문화재생이라고 하는 데 문화적 콘텐츠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공예비엔날레가 이곳에서 2년마다 치러지면서 전세계 수많은 예술가들이 찾아왔고, 공간에 대한 ‘찬사’를 남겼다. 소설가 알랭드 보통은 “환상적이고, 정직함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공간에 압도될 정도로 너무나 아름답다”라고 극찬했다. 어느 시인은 “이곳의 먼지 하나라도 지우지 말아야 한다”라고 표현했다.

2013년 연초제조창 모습. 사진/육성준 기자
2019년 연초제조창 현재 모습. 옛 연초제조창의 현재모습에서 과거의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후생동, 식당동은 이미 철거됐고, 남아있던 본관 건물도 대대적인 리모델링 작업을 하고 있다. 또 다른 메인 건물은 지난해 12월 국립현대미술관이 자리잡았다. 사진/육성준 기자

 

전세계가 극찬한 공간이었는데

 

하지만 청주시는 아이러니하게도 ‘문화적 도시재생’을 추구하면서 경제성을 이유로 공간에 대한 흔적들을 지우기 바빴다.

일단 옛 연초제조창 부지 내에 있었던 후생동과 식당동은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철거됐다. 본관동은 현재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하고 있으며 또 다른 메인건물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리모델링을 해서 사용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12월 개관했다. 입구에 남은 사무동은 현재 철거는 하지 않고 있지만 향후 2단계 민자유치 사업이 진행되면 사라질 예정이다.

예술인 모 씨는 “최근 이곳을 갔다가 깜짝 놀랐다. 카페를 해도 과거 흔적을 살리는 게 트렌드인데 하물며 이렇게 좋은 공간을 ‘새것’으로만 바꿔놓는 것 같아 이해가 안 된다. 남은 사무동에 역사관이라고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민간운영 아이템은 ‘쇼핑센터’

 

이제 담배공장의 흔적은 아직 사라지지 않는 공장 굴뚝과, 청주시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담뱃갑’형상의 조형물에서나 찾을 수 있다.

본관 건물 또한 민과 관이 나눠서 쓰는 데 층별 용도를 보면 다음과 같다. 1층은 아트샵(공예품 및 판매시설 502m², 민간 판매시설 5937m²이고 2층은 민간 판매시설이 6688m²다.

3층은 전시실이 6941m²로 청주공예비엔날레 전시장이 바로 이곳이다. 4층은 공공영역으로 수장고, 자료실, 사무실, 갤러리샵, 문화교육창업지원센터 등이 6531m²에 들어선다.

5층은 다목적실인 연극공연장이 561m², 시청자미디어센터가 2480m²가 공공영역에서 운영되고 뮤직컨텐츠홀 등 3215m²는 민간이 사용한다. 지붕층은 옥상정원 및 휴게공원이 공용공간으로 약 2644m²가 조성된다.

쉽게 말해 전체 5층 공간을 민간과 공공이 절반씩 나눠쓰는 셈이다. 층고 또한 낮아졌다. 과거 1,2,3층은 6m 45cm였던 것에서 4m 25cm로 줄었다. 4,5층은 4m 25cm에서 2m 30~40cm로 줄었다.

이에 대해 문화기획자 모 씨는 “국립현대미술관 건물은 층고가 본관 1,2,3층에 비해 더 낮았던 건물이지만 기반시설이 얇게 배치돼 층고가 살아남아있는데 본관 건물은 기반시설이 너무 두껍게 자리잡아 건물의 매력이 사라졌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미술관 용도 뿐만 아니라 문화 및 집회시설이기 때문에 기반시설이 더 많이 들어갔다”라고 해명했다.

청주시는 2019년 7월부터 이 공간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게 된다. 당장 10월에는 청주공예비엔날레가 본관 3층에서 펼쳐진다. 청주시는 이곳을 공예클러스터라고 명명한다. 공예와 관련한 아트숍 및 전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예클러스터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팔 지에 대한 전략은 부재하다. 또한 비엔날레가 열리지 않는 해의 공간 운영 계획도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결국 옛 연초제조창의 킬러콘텐츠는 현재로선 찾기 힘들다. 1층과 2층 민간임대를 맡아 운영하는 곳은 의류 브랜드인 원더플레이스다. 결국 1,2층에는 여성쇼핑몰 및 커피숍 등 상업공간의 자리잡을 예정이다.

예술인 모 씨는 “적어도 청주시가 대표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라면 세계적인 예술가의 작품이 이 공간에서 투영되도록 리모델링을 하거나 이슈를 만들어냈어야 한다. 겉만 반지르르한 상업공간이 되면 무슨 장점이 있겠는가. 대형아울렛을 가지 굳이 이곳을 올 이유가 있는가. 이것이 문화재생인지 졸속개발인지 누군에게 따져야 할지 참 답답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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