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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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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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16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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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거리언의 『소년의 심리학』
염 정 애 괴산 문광초 교사

학교현장에서는 교사이지만 가정에서는 그저 그런 평범한 엄마임을 알았던 시기가 2018년이다. 작년에 큰 아들이 중 2가 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크고 작은 말다툼이 있었고, 시험기간만 되면 더욱 큰 목소리가 오갔다.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라’는 명언도 있건만 우리 집에 있는 하숙생 큰아들은 시험기간 조차 저녁 여섯시부터 잠을 자서 다음 날 아침에 편안히 일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학교현장에서도 남자아이들의 머리 구조가 궁금한 상황을 셀 수 없이 만나지만 교사의 본분에 맞게 이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아이들의 심리와 행동을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해결점을 찾는 마이클 거리언의 『소년의 심리학』을 소개한다.

『소년의 심리학』의 저자 마이클 거리언은 약 20년 동안 남자아이들과 부모, 교사를 만나온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남자아이를 이해하고 도울지에 대한 유용한 조언을 제시한다. 그는 신경생물학과 뇌과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성별 간 차이에 초점을 맞춰 아이들의 발달과정을 연구하고 실제 교육에 적용시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훈련시키는 교육자이자 가족문제 전문심리치료사이다.

남자아이들과 남자성인은 여자아이들, 여자성인보다 학교를 더 쉽게 떠나고, 자살확률도 더 높으며, 범죄율은 말할 것도 없는 여러 통계기록을 소개한다.

남자아이들은 학습에 대한 목적의식 뿐만 아니라 사회적 목적의식도 잃어버려 많은 아이들이 소년원과 교도소로 간다. 남자아이는 사람을 차분하게 만드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여자아이에 비해 더 적게 분비되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성급히 의사결정을 하는 경향이 여자아이들보다 높다. 남성의 두뇌에는 언어-감정 중추가 더 적기 때문에 남자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어떤 일에 대해 ‘말하기’보다는 그에 대해 무언가를 ‘행동하려’ 애쓰며 자신의 감정과 느낌에 대한 언어표현은 매우 서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경험을 들음으로써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적고 이는 많은 위험을 감수하게 되며 실패할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그럼 남자아이들이 잘 자라도록 돕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은 세 가족의 중요성을 말한다. 세 가족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핵가족, 확대 가족, 공동체를 말한다. 남자 아이들은 정서지능과 인지발달, 변화하는 신체에 대한 기쁨과 수치심, 공부에 대한 즐거움과 부담감, 사랑에 대한 변덕에 이르기까지 너무 많은 것에 매우 힘겨워하므로 이들에게는 그들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칭찬해주고 안내해줄 많은 부모, 리더, 어른의 보살핌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한 남자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이 책은 남자아이들이 성의 가치를 알고 성에 대해 목적의식을 키우도록 도울 실제 전략도 다루고 있다. 선조들의 문화는 남자아이에게 자신의 몸에 대해 가르치고, 여성과 성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는 일의 ‘규칙’을 이해하는 일에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이는 바로 부모만이 할 수 없는 영역으로 바로 세 가족 시스템이 필요하다. 저자는 남자아이들에게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년의 심리학 마이클 거리언 지음 안진희 옮김 위고 펴냄

남자아이들은 가볍게 집안일부터 아르바이트까지 일을 해봐야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정확히 구분한다. 남자아이들은 스크린 앞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정상적인 뇌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고 의미 없는 단순한 즐거움으로 바른 성장을 놓친다.

남자아이에게 적합하지 않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학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초등학교는 남자아이들에게 같은 기준을 주되, 방식을 달리하게 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그 중 자신의 말을 할 수 있는 토론 형태의 수업은 아이들 스스로가 높은 기준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중고등학교는 학습공동체의 역할을 강조하며 현실에 더 적합한 과제, 프로젝트 중심의 교과과정, 정체성 발달을 돕는 수업구성, 가능한 한 토론을 많이 할 수 있는 수업 전략을 권장한다.

큰 아들은 사춘기 통과의례를 거친 후 올해는 조용해졌다. 엄마가 사주는 옷이라면 아무 옷이나 걸치던 아이가 갑자기 엄마의 패션 감각은 ‘구리다’라는 말을 하며 인터넷쇼핑몰 장바구니에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상품을 한가득 담아놓는 취미가 생겼다. 만약 아들보다 딸 키우기가 더 어렵다는 말씀을 하시고 싶으시다면 『소녀들의 심리학』 책도 있음을 알려드린다.

염 정 애
괴산 문광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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