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보기 창피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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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보기 창피하시죠?’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4.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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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상 충북인뉴스대표
   
민주주의는 인류 역사상 가장 완벽한 공동체 운영 방식이다. 그 지고지순한 가치를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선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성별, 빈부를 가리지 않고 똑같이 부여되는 한 표의 권리가 바로 민주주의의 초석이다. 충북 교육계가 또다시 공정선거 시비에 휩싸이고 있다. 교육계 일부 인사들은 때만 되면 재발되는 ‘선거 고질병’이라며 자조하기도 한다.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도교육청 6급 직원의 사전 선거운동 혐의가 드러나 선거 공신력에 큰 상처를 입혔다. 상처가 아물 무렵, 지난 8월에는 도교육위원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둘러싼 위원들의 내홍이 심각하게 불거졌다. 2명의 고참급 위원들이 선거 보이콧은 물론 한동안 등원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전체 7명의 위원 가운데 4명이 사실상 의장단 인선을 결정했다.

대학 교수, 전직 교장, 고위 관료 출신의 고매한 교육위원들이 ‘배신자’ ‘노추(老醜)’를 들먹이며 동료위원을 힐난했다. 당사자들을 취재했던 필자는 “저런 증오심과 불신감 속에 어떻게 교육위원회가 정상화될 수 있을까” 싶어 가슴이 답답했다. 하지만 필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도교육위원회는 정상을 되찾았고, 최근에는 도의회의 시군 교육청 행정사무감사를 반대하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이 대목에서 또다른 선거가 등장한다. 오는 12월 17일로 예정된 충북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충북교총) 회장 선거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는 도교육위원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보이콧한 비운의(?) 3선 교육위원이 주인공이 됐다. 입후보에 필요한 대의원 추천서를 ‘싹쓸이’ 로 받아내는 바람에 상대후보는 아예 후보등록조차 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도내 25명의 교총 대의원 가운데 5명의 추천서를 확보해야 하는데 상대후보가 접촉해 본 결과 이미 22명이 3선 교육위원에게 추천서를 썼거나 써 줄 예정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3명의 추천서를 다 받아낸 들 선거규칙에 미달되는 상황이다. 울화통이 터진 상대후보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억울함을 호소했고 3선 교육위원은 ‘싹쓸이’ 추천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충북교총 선거관리위원회는 두 후보예상자에게 추천서 6장씩을 배부해 주었고 복사본 추천서는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당 6장 이상의 추천서는 존재할 수가 없다. 상대후보의 주장대로 18명이 추천한 것이 사실이라면 결국 복사본 추천서가 나돌았다는 얘기다. 추천은 한 후보에게만 할 수 있기 때문에 복사본 추천서로 ‘싹쓸이’한다면 경쟁후보는 발붙일 곳이 없어진다. 결국 단독출마와 무투표 당선까지 가능한 셈이다.

상대후보가 25명의 대의원 가운데 불과 2명의 추천서만 확보하는 일방적인 결과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교육계 일부에서는 지난 교육위원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좌절을 맛본 3선 교육위원에게 일부 동료 교육위원들이 교총 회장 당선을 위해 지원사격을 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어찌보면 인지상정의 ‘빚가림’이 되겠지만, 한편으론 ‘어제의 배신자’가 ‘오늘의 연합군’으로 변신한 것 같아 갑자기 닭살(?)이 돋는다.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본보기를 보여줘야 할 교육계에서 왜 선거 때마다 ‘고질병’이 도질까. 최근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대학 수능시험의 부정행위 기사를 보면서, 쇠고랑을 차고 끌려가는 한국의 10대 청년들을 보면서, 이들이 우리네 교육계 원로들이 져야할 십자가를 대신 지는 것은 아닌지 꼽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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