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과 동병상련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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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과 동병상련의 사람들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07.18 09:32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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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집에는 가수 유승준 사인 음반과 브로마이드가 많았다. 아버지 지인이 유승준 매니지먼트에서 일하며 가끔씩 놀러와 이것들을 한 뭉치씩 놓고 갔다. 덕분에 친구들에게 자랑할만한 ‘잇템’(잇아이템, 꼭 필요하거나 갖고 싶은 아이템)을 확보했었다.

그러던 중 ‘스티븐유 병역기피 사건’이 벌어졌다. 병역이라는 큰 벽 앞에 당당했던 최고의 톱스타는 졸지에 우리 앞에서 사라졌다. 한 때 최고의 아이템이었던 가수 유승준의 음반과 브로마이드는 누구에게 주기도 애매한 계륵이 되었다.

몰락의 시작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승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1연평해전에서 느낀 바가 많아 해병대에 갈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2001년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고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은 뒤, 2002년 1월 해외공연을 위해 출국하여 미국시민권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 포기 신청을 하며 병역기피 사건이 터졌다.

곧바로 법무부는 그에게 입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후 몇 번의 입국시도가 있었지만 무산됐다. 그렇게 사람들에 잊힐 무렵인 2015년 한 온라인방송을 통해 그는 통회의 사죄를 했고 곧바로 재외동포자격으로 비자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했다. 그리고 소송을 시작했다.

그는 부당함을 주장했다. “한국에는 저와 같은 방법으로 국적을 포기한 채 외국 국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형평성을 강조했다. 최근 대법원은 그에게 비자발급 거부가 위법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그렇지만 여론은 아직 용서하지 못한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유승준의 입국을 막아 달라’며 나흘 만에 19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했다. 사회적 분위기에 정부 기관에서도 표현을 ‘유승준’으로 할지 ‘스티븐 유’로 해야 할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좌불안석인 사람들도 있다. 병무청에 따르면 요즘은 줄어드는 추세라고 하지만 2018년 기준으로 최근 3년간 국적포기자는 약 3만명으로 이중 81.7%가 남성이었다고 한다. 이중에는 외국국적 취득 후 한국으로 돌아온 사례도 많다. 유승준은 언론에 이점을 강조했다.

지금 시점에서 국민적 공분이 유승준 개인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병역의 의무를 저버리고 국적을 버린 이들에게 향한 것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병역은 헌법상 국민이 지는 4대 의무중 하나다. 대한민국 국민이면서 이를 기피하기 위해 국적을 포기하는 것에 대해 우리 사회는 엄격하다. 모두가 군대에 가고 싶어서 가는 건 아니다. 국가적 의무이기 때문에 지킨다. 누구는 군대에 갈 수 없다며 감옥생활을 하기도 한다.

요즘도 언론에서 유력자의 자녀들 가운데 누구는 외국국적을 취득해 군대를 면제받았다는 소식을 접한다. 이들 가운데는 국내에서 버젓이 활동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대법원의 판결이 났지만 유승준에게만 입국금지를 하고 비슷한 누군가에게는 입국을 자유롭게 하는 것 또한 차별일지 모른다. 모두에게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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