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지역, 진보단체-출입기자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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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지역, 진보단체-출입기자 충돌
  • 김천수 기자
  • 승인 2019.07.2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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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연료전지발전소 등 관련 기자회견장서 촉발
지난 10일 진천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진천지역 진보단체 대표자들 모습.

충북 진천군 관내 진보단체 대표자들과 군청 출입기자 일부 간 의견 충돌이 기자실폐쇄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단체들은 ‘기자실폐쇄실천단’을 꾸려 현수막 게시와 1인 시위를 통해 사과 및 기자실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기자들은 일부 발언의 실수는 인정하지만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일 오전 11시 진천군청 보도설명실(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양측 간의 충돌로 파행으로 끝났다.

이날 진보단체는 브리핑룸 내 전면에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설 등 각종 개발사업 관련, 진천군의 주민소통 없는 일방적인 추진 중단을 촉구한다!’라는 구호의 현수막을 걸고 기자회견을 했다.

2쪽짜리 해당 기자회견문을 살펴보면 진천군의 각종 개발사업의 인허가 과정이나 정책 추진과 관련된 갈등은 주민과의 소통이 없어 빚어졌다는 주장이다. 일방적 사업 추진의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회견문에선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추진의 문제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제목에서도 대표적으로 지적됐다.

이렇다 보니 수소연료전지발전소(진천그린에너지발전소) 문제가 전면에 등장하게 되고 해당 소재지 마을 주민들 의견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시 동영상 및 사진과 단체 관계자, 공무원, 시행사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주최는 진천지역 민주·시민·노동·사회단체 일동 명의였다. 앞에 선 대표자는 덕산읍 이장협의회장을 비롯해 지역 여성농민회장, 참여연대지부장, 공무원노조사무국장, 민중당지역위원장 등 6명이었다. 참석 기자 또한 6명이었고 실내에는 공무원 및 수소연료전지 시행사 관계자 등도 있었다.

기자회견 없던 것으로” 발언에 격분
현장에서 한 기자가 “수소연료전지발전소 해당 마을 주민의 참석이나 반대 의견이 없이, 1년이 지나고 내년 1월 착공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단체가 들고 나오면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을 내놨다. 이에 단체 대표자 한 명은 “사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수소연료발전소, 태양광발전시설, 산업단지 등 개발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말고 소통을 통한 행정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기자는 “주민이 10명이라도 참석해서 (사업 추진에 대해) 우리는 듣지 못했다. 이렇게 얘기를 해야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이번 회견은 없었던 걸로 하고, 다음에 주민들을 참석시켜서 같이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단체 대표들은 일제히 격분하며 현수막을 걷어내고 ‘없던 걸로 하자’는 발언을 문제 삼았다. 기사 작성 여부는 기자의 자유이지만 없던 것으로 하라는 것은 갑질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발언한 기자 쪽으로 몰려가 강력히 항의했고 해당 기자는 ‘명분있게 설득해야 될 것 아니냐’고 물러서지 않았다.

단체 관계자 A씨는 “현수막과 기자회견문에 반대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사업만이 아니라 많은 개발사업이 소통 부족으로 갈등을 빚고 있기에 일방적 행정의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기자들이 탐탁하지 않게 보는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1년 동안 보도자료도 한번 없다가 갑자기 관련 군민펀드 추진(일부) 기사가 나왔다”면서 “전국 수소연료전지발전소가 환경영양평가를 받지 않아 안전이 입증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파행의 기자회견은 40분가량 진행됐으며 10분 및 3분20초 분량의 편집된 관련 동영상이 SNS로 퍼져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촬영은 단체 쪽에서 대부분 시간 동안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충북민언련)은 지난 17일 논평을 통해 기자들의 갑질은 적폐라고 비판했고 일부 지역신문도 같은 논조로 보도했다. 진청군청 앞과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등에는 ‘진천군수는 기자실을 폐쇄하고 주민에게 환원하라’ 등의 현수막이 걸렸다. 해당 명의에는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와 노조단체 등 20여 곳이 참여했다.

기자들의 입장은 해당 마을인 덕산읍 합목리, 용몽리 이장 및 주민이 참석하지 않은 점, 기자회견 대표자로 나선 덕산읍 이장협의회장이 협의회 자격이 아닌 참여연대 소속으로 참석했다는 점을 문제의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지난해 7월 충북도청에서 충북도·진천군·한국서부발전·한프 간에 진행된 MOU 관련 기사가 다수 보도됐고 내년 1월 착공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시점의 문제도 제기했다.

“기자, 의문 질문할 수 있어”
출입기자단 간사인 B기자는 “기자들은 당연히 합리적 의문점을 질문할 수 있는 것”이라며 “갑질이라거나 기자회견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주장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기자회견을) 없었던 것으로 하자는 발언은 실수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브리핑룸 밖에서 사진 찍지 말라고 한 반말성 발언은 주민을 향한 것이 아니고 촬영하던 지역기자를 향해 한 것임을 밝혔다. 덧붙여 실내에서 발언하던 여성 기자를 향해 질문을 던진 것도 간사로서 원만한 진행을 위해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발언은 유감이지만 사과할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진천그린에너지발전소(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사업은 내년 1월 착공 계획으로 현재는 예비타당성 보고서 작성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2곳 발전소에서 총 80㎿ 발전량으로 총사업비는 약 5249억원 규모다. 사업자는 특수목적법인 제주에너지개발유한회사이며 시행사는 (주)한프다.

진천군은 발전소 준공 후 20년간 운영되며 연간 약 1820억원의 판매수익 및 지방소득세 약 78억원의 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진천군 등에 따르면 마을 주민들은 모두 찬성 의견이다. 이를 확인차 진천군, 덕산읍, 업체 관계자 등을 통해 이장들의 연락처를 파악하려고 했지만 응해주지 않았다. 다른 쪽을 통해 접촉한 마을 이장은 찬반을 묻는 질문에 “아직 관망 중이다. 8월 주민설명회가 있다”면서 더 이상의 발언을 자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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