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우라늄 사태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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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우라늄 사태를 보며
  • 김천수 기자
  • 승인 2019.07.2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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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수 충주·진천·음성 취재국장

최근 환경부 자료를 통해 전국에서 지하수를 이용하는 소규모 급수시설(상수도)의 우라늄 기준치 초과 수치가 공개됐다.

충북 음성의 한 시골마을 공동 상수도의 수돗물에서 기준치(30㎍/L)의 20배가 넘는 결과가 나왔다. 전국 최고 수치다. 보도를 통해 알려진 다음날, 먼저 해당 마을 사람들과 통화를 했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SNS를 통해 도시에 사는 지인들로부터 뉴스를 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떠한 마을 방송이나 문자 알림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문제의 물탱크를 찾아 장화로 갈아 신고 조심스럽게 마을 뒷산에 올랐다. 물탱크 뒷편으로 돌아가자 별도의 철문이 달린 장치가 있었다. 잠금 장치가 없어서 바로 열 수 있었다. 정수장치였다. 지하수를 퍼 올려 이 정수기를 통해 물탱크로 인입되게 하는 시설이다. 그러나 전기는 끊겼고 밸브가 잠겨 있다. 몇 년은 족히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듯 거미줄이 뒤엉켜 있고 철로 된 곳마다 부식이 한참 진행되고 있었다. 한마디로 충격적이었다.

기자는 전날 음성군의 2017년 1분기 소규모급수시설 수질검사 결과 자료를 확인한 상태였다. 2년전인 그 때 결과도 음성군 관내 시설 중 가장 높은 우라늄 수치를 나타냈기에 해당 시설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사진으로 담고자 이 곳을 찾은 것이다.

정수시설 내부를 들여다보자 ‘2010년’이란 글씨가 작게 쓰여진 필터 관련 부품들의 라벨이 보였다. 도대체 몇년이나 방치된 것일까. 해당 마을 이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물탱크 정수시설에 대해 묻자 “몇년 된지도 몰라. 자꾸 고장나 이젠 군에서 수리도 안하고 지하수를 (물탱크에) 직결로 연결했어.” 그는 이미 정수시설이 수년전에 잘못돼 있던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 동네에 100살이 넘게 사는 노인네도 있고 장수 동넨데 뭐. 옛날부터 그렇게 먹고 살았는데 뭐”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광역상수도를 먹어야 하는데 관심들이 없어. 돈도 들어가야 되니까.” 이렇게 말한 그는 별도의 개인용 지하수를 파서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공무원과 통화했다. 올해부터 우라늄 조사결과 수치를 공표하게 됐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러나 2년전 조사해 공개한 우라늄 수치 결과에 대해 알지 못했다. 문제는 이번 조사결과가 홈페이지에도 올라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른 관계자도 모르고 있었다. 모두 올해 1월 해당 보직을 받아 근무를 시작했다고 한다.

올해 1분기 조사결과나 2017년 1분기 조사결과가 크게 벗어나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음성군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뒤늦게 기준치를 넘긴 급수시설에 대한 정수시설 설치, 광역상수도 설치비 지원 검토 등을 밝혔다. 그럼에도 긴급한 조치 계획은 미흡했다. 화급한 위험성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및 임시 급수제공 계획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우라늄 오염은 수돗물 색깔로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심각성을 실감하지 못한다. 장기간 복용하거나 노출되면 신장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붉은 수돗물이면 이렇게 안일함의 극치를 보였을까. 올해 1월부터 우라늄 수질조사가 의무가 됐다지만 2년전 결과에 따라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면 어땠을까. 사람과 법과 도덕의 차이를 생각케 하는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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