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역사는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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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역사는 아름다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9.08.0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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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르네상스 기행, 문화 보존의 중요성 재차 깨달아
원형경기장·공중목욕탕·고아원 보존, 300년된 카페도 있어
고대 로마제국 때 만든 카라칼라 욕장. 대규모 공중목욕탕이었던 곳이다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 문화 보존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탈리아에 가면 여행객들은 ‘이건 레오나르도다빈치, 저건 미켈란젤로, 그리고 저건 라파엘로 작품이다. 또 이건 고대 로마제국 때부터 있었던 것’이라는 말을 수없이 듣는다. 여기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몇 백년에서 몇 천년전의 건축물과 미술 작품들이 생생하게 보존되고 있는 것에 대한 놀라움이다.

물론 화려했던 로마제국의 유적들 중에는 파괴돼 돌무더기 형태로 남아있는 것이 많다. 이탈리아 국가공인 건축사 정태남은 책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산책’에서 “르네상스 시기 때 성당이나 궁전, 귀족들의 저택을 지을 때 고대 로마 유적에서 건축자재를 조달하곤 했다. 그래서 포로 로마노는 지금 거대한 채석장으로 전락했고, 우아하고 멋진 고대 대리석 조각들은 불에 던져져 석회를 제조하는데 사용됐다”고 아쉬워했다.

거대한 건축박물관인 로마시가지

하나의 거대한 건축박물관 로마

포로 로마노는 융성했던 로마제국의 중심지였던 곳이다. 많이 파괴됐어도 여전히 남아있는 건축물들은 그 시대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 현대건축물을 볼 수 없는 로마는 하나의 거대한 건축박물관 같았다. 21세기에도 약 2000년 전에 세워진 콜로세움이 로마의 상징 건축물이 된 이유는 오랜 역사를 함께 하며 로마제국의 위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216년에 완공됐다는 로마의 카라칼라 욕장에 갔다. 1500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공중목욕탕인데 문화민족답게 미술관, 도서관, 회의실 등을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무려 300년 동안이나 이용되다가 이민족의 침입으로 파괴됐다는 것. 얼마나 넓고 웅장하던지 한 참을 걸었다.

최미선 씨는 책 ‘사랑한다면 이탈리아’에서 “16세기 즈음 귀족 가문들이 집을 짓기 위해 대리석을 빼가는 바람에 폐허가 됐다. 그러다 무솔리니의 아이디어로 야외 오페라가 열리기 시작해 해마다 여름이면 환상적인 오페라가 공연된다”고 썼다.

베로나 원형경기장

베로나의 원형경기장 아레나에서는 실제 공연을 봤다. 서기 30년경에 세워진 이 경기장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모든 것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지금은 공연장으로 쓰고 있다.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검투사들의 경기장은 지난 1913년 베르디 탄생 100주년 기념 ‘아이다’ 공연을 올리면서 변신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 카프카가 이 공연장을 보고 감탄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비록 딱딱한 돌계단이기는 했지만 꽉 들어찬 3만명 정도의 관중들과 세계문화유산에서 발레공연을 보니 감격스러웠다. 후손들이 여기서 공연을 보는 것은 카라칼라 욕장이나 아레나 경기장을 잘 보존한 덕분이다.

피렌체에는 천재적인 건축가 브루넬레스키가 설계한 세계 최초의 고아원이 있다. 이노첸티 고아원이다. 브루넬레스키는 피렌체 두오모성당의 돔을 지은 사람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이 고아원은 1419~1427년에 지은 최초의 르네상스 건축물이라고 한다. 현재도 고아원으로 쓰이고 있다. 피렌체에는 르네상스 시대에 세워진 각종 성당, 건축물, 조각작품 등이 많아 관광객들이 이 고아원을 많이 찾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tvN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나왔다.

이 안에 들어가보면 오래된 것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이탈리아인들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고아원에 들어올 당시 그 사람에 대한 각종 기록과 리본·십자가·배냇저고리 등의 소품이 고스란히 서랍에 들어있고, 디지털기술로 자료를 집대성해 클릭 한 번으로 여러 사항을 알 수 있었다.

베로나 원형경기장 내부

폼페이 화산폭발 현장이 관광지

아름다운 섬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에 가면 카페 플로리안이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다. 1720년 12월 29일에 문을 열었으니 내년이면 300주년이 된다. 그런데 지금도 꿋꿋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 흰 양복에 나비넥타이를 맨 종업원들이 차를 가져다 준다. 괴테, 나폴레옹, 바이런, 카사노바 등이 즐겨 찾았던 곳이라는 뒷얘기까지 전해져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스토리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탈리아의 남부도시 폼페이는 화산폭발로 매몰됐다가 잊혀진 후 18세기 중반 본격적으로 발굴되기 시작했다. 건축가 장태남은 책 ‘이탈리아 도시기행’에서 “서기 63년 2월 발생한 대지진으로 폼페이와 주변 도시들이 심하게 파괴됐다. 이어 79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다. 현재 전체의 2/3 정도가 발굴됐다. 이 것만으로 고대 로마 도시의 구조와 당시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고 썼다.

폼페이는 오래된 역사 외에 화산폭발 현장까지 그대로 남겨 1년에 250만여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고대 로마인들의 예술, 관습 등을 그대로 보여주는 열린 박물관도시 역할을 한다는 것. 그래서 이탈리아에서는 화산폭발이라는 조상들의 재앙마저 관광상품이 되고 있다는 우스개소리까지 있다.

만일 이것을 보존하지 않고 깨끗이 밀어버렸다면 관광객들이 이렇게 모여 들겠는가. 역사는 남기는 것이고, 거기서 문화가 꽃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한민국과 청주시는 외국인들에게 과연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궁궐, 한옥, 사찰, 온돌, 서원, 한지, 한복 등이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문화일진대 이와 관련된 옛 것들이 많이 사라져 안타깝기만 하다.

청주시는 또 어떤가. 오랜 역사를 가졌음에도 청주시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청주박물관이 없다. 국립청주박물관은 국립박물관이기 때문에 청주만의 역사를 가진 곳은 아니다. 청주성은 일제에 의해 다 파괴됐고 자랑스럽게 내놓을 만한 유물이나 유적이 없다. 직지가 있지만 제대로된 자리매김을 하지 못했다. 초기 백제시대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청주테크노폴리스 유적지를 파괴하지 말고 보존하자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래된 도시 아시시 풍경

 

유리공예로 반짝이는 섬, 무라노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때 초대, 영롱한 아름다움에 반해

무라노섬의 거리풍경. 웬만한 작업실과 판매장에서는 사진을 못 찍게 했다.

베네치아에서 배를 타면 작은 섬으로 갈 수 있다. 그 중 무라노섬이 청주시와 인연이 있어 그런지 인상적이다. 982년 베네치아에 유리공장이 세워진 뒤 유리제품이 생산됐다. 이것이 유럽 각국의 왕실과 귀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러자 이탈리아는 유리공예 기술이 새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외딴섬 무라노섬으로 본거지를 옮겼다는 것.

이 섬에는 유리박물관과 작가들의 작업실, 유리제품 판매장 등이 들어서 있다.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유리제품 전시장이다. 이 중 일부 작업실에서는 무료로 작품 시연을 했지만 박물관과 많은 작가들은 입장료를 받았다. 무료 작업실 앞에는 관광객들이 장사진을 쳤다. 한 작가는 단단한 유리뭉치를 불에 달궈 젤리처럼 부드럽게 만든 뒤 화려한 유리가루를 묻혔다. 그것을 불에 요리조리 굴린 뒤 입으로 불어 작품을 만들었다.

지난 2007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초대국가는 이탈리아였다. 주제는 ‘창조적 진화, 깊고 느리게’. 이탈리아는 이 때 유리공예를 선보였다. 같은 해 청주공예관에서도 작품을 전시했다. 당시 영롱한 빛깔을 내는 다양한 유리공예 작품을 보고 반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후 2008년에는 베네치아시립 유리학교 따떼오 주께리 교장이 청주시를 방문해 문화예술 교류 협의를 하는 등 청주시와 인연을 맺었다.
 

현지인의 숙소에 머무는 에어비앤비
밥 해먹을 수 있고 생활문화 체험까지

 

페라라의 현지인 숙소

해외여행을 가면 에어비앤비(Airbnb)를 활용해보라. 호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가 있고 현지인들의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 2008년 미국의 브라이언 체스키 등은 집을 빌려주는 사람과 빌리는 고객을 연결해주는 커뮤니티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어 이들은 그 해 8월 Airbedandbreakfast.com 이라는 사이트를 공식적으로 출범했고 다음 해 3월 Airbnb.com으로 변경했다. 한국은 서울에 지사를 두고 있다.

집의 형태는 집 전체 혹은 방 몇 개, 아파트, 성, 이글루 등 다양하다. 값은 천차만별이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로마, 시에나, 피렌체, 베니스, 베로나 등지에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 거의 단독주택이었고 더러 아파트도 있었다. 여행객들은 현지인들의 숙소에 머물며 허용된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인근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다 밥을 해먹었다. 이렇게 하면 밥, 국, 찌개 등 한식을 맛볼 수 있고 비용절감도 된다. 밥 해먹는 재미도 있다.

시에나의 산자미나노 시골 농가주택은 아름다웠다. 거기서 전형적인 이탈리아 일반 가정의 모습을 보았다. 늦은 시간까지 와인을 마시며 이탈리아와 한국문화에 대한 즉석 토론을 벌인 게 인상적이었다. 주인집 청년은 “단테가 ‘신곡’을 라틴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썼는데 당시 토스카나지방 언어로 썼다. 그래서 이 지방 언어가 나중에 이탈리아의 표준말이 됐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당시 이런 문학작품은 거의 라틴어로 쓰여졌으나 단테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피렌체의 보통 사람들이 쓰던 말로 썼다고 전해진다. 시에나와 피렌체는 토스카나지방에 속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 일행은 현존하는 세계 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와 당시 고려가 금속활자 발명국이었다는 사실을 자랑했다.

오래된 도서관 안젤라도서관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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