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 33년, ‘희망목장’은 곧 나의 분신이죠”
상태바
“낙농 33년, ‘희망목장’은 곧 나의 분신이죠”
  • 김천수 기자
  • 승인 2019.08.07 0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인묵 음성군 낙농연합회 회장

요즘 섭씨 40도를 육박하는 폭염 속에 목장의 젖소는 힘겨운 숨을 몰아쉬고 있다.

그나마 차양막과 물뿌리개, 대형 선풍기 등이 잘 설치된 희망목장의 100여 마리 젖소 식구들은 편안한 표정이다. 한여름 장마철임에도 목장 바닥이 질퍽대지 않고 뽀송뽀송할 정도로 청결한 상태인 것을 보면 목장주의 매무새도 다름없을 것이다.

365일, 33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곁을 지키며 자식 기르듯 하는 목장주가 있으니 젖소들은 행복한 자녀들이다.

충북 음성군 생극면 송곡리 기와집말 맨 꼭대기 임오산 자락에 위치한 ‘희망목장’은 최인묵(57)씨의 오랜 안식처다.

그 또한 스무살 청년시기에 돈을 벌어 성공하겠다는 청운의 뜻을 품고 고향을 떠나 도회지에서 공장생활을 했다고 한다. 가난한 시절 형제는 많고 먹을 것이 귀하니 너도나도 떠나던 시절이었다. 단돈 7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아 아끼고 저축하며 막연한 꿈을 키우던 때였다.

필연처럼 같은 곳에서 같은 뜻을 품은 처자를 만나게 된 그는 두 배가 된 꿈을 실현하고자 귀향을 택했다. 군대 제대 후인 1986년 지금의 아내인 전공님씨와 시작한 고향에서의 삶은 성공을 기약하는 희망의 출발이었다.

이들은 이 해 10월 26일 어린 젖소 1마리를 구입해 키웠다. 최씨는 품팔이를 했고 이 젖소는 이듬해 3월 첫 출산으로 젖을 짜기 시작했다. 새끼가 늘면서 전업 목장이 됐다. 목장 이름은 주저할 것 없이 두 사람 사랑의 꿈이 담긴 ‘희망목장’이 됐다.

1마리의 어린 젖소가 지금은 115마리로 늘어 대형 목장이 됐다. 목장이 커가듯 최씨도 업계에서 알아주는 인물로 성장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음성군 축산발전연합회와 낙농연합회 사무국장을 동시에 맡았다. 올해부터는 낙농연합회 회장에 올라 음성군 낙농인을 대표하고 있다.

최 회장은 책임을 맡은 만큼 낙농연합회 업무에도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그는 “전임 회장들의 노고와 늘 도움을 주는 공무원들이 고맙다”면서 “낙농인들의 단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몇년 전 그도 희귀한 전염병으로 여러 마리의 자식 같은 젖소를 잃었다고 한다. 그는 구제역 같은 어려움이 다시는 오지 않기를 기원한다.

유두만 봐도 몇년 된 젖소인지 알 정도라는 최 회장은 신화처럼 억척스레 일군 33년을 회상하면서 손자를 돌보기도 한다. 점점 넓어진 ‘희망목장’에서 그는 매일 젖을 짜면서 행복을 즐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