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의 힘겨움이 나를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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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의 힘겨움이 나를 만들어”
  • 육성준 기자
  • 승인 2019.08.07 09: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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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영(33)씨가 14년 전 청주시 복대동 대농공장에서 찍은 사진을 들어 보였다. 2005년 당시 양백여상 마지막 졸업생이었던 그는 지금 주부가 되었지만 해맑게 웃는 눈매며 표정은 그때와 변함이 없었다. 현재 평택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남편과 3살 된 딸과 한 가족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사진에 보이는 통장은 3개다. 적금통장, 월급통장, 출자금 통장이다. 하루 8시간을 일하며 번 돈 80여만 원을 빠짐 없이 저축한 양씨는 어린 나이에 부모 노릇도 했다. “당시 동생이 운동을 했기 때문에 많은 돈이 들어갔다. 매달 일정금액을 동생에게 보내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근무시간을 제외하고는 학생으로 돌아가 수업에도 열중해야 했다. 특히 수업하다 말고 잔업이 있다며 공장으로 불려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원단에서 실이 만들어지는 공장 안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36도가 넘는 공장에서 얼음을 입에 넣어가며 일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양 씨는 말했다.

3교대로 일하는 방식의 근무형태에서 야간 일은 더욱 고달팠다. “저녁 9시 30분에 출근해 다음 날 아침 6시에 퇴근 하는데 너무 졸려서 선 채로 자는 일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입학 당시부터 ‘울보’ 별명이 생길 정도로 가족을 떠난 슬픔의 눈물로 한동안 밤을 지새웠다는 양 씨는 그러나 “그때의 내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 만약 지금 또 일하라고 하면 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 당시 친구들을 만나러 청주에 갈 때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양백여상과 대농을 보면 슬픈 마음이 들었다”고 아쉬워했다.

당시 입학생 중 60% 만이 졸업할 정도로 학업과 노동을 병행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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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성 2019-08-08 20:17:50
꽃다운 나이에도 몸고생 맘고생 많았던 우리 와이프..못난 군인남편 만나서 한달에 몇번 볼까 말까 한 나를 만나주어서 한편으론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뿐이야..우리 세식구 우는 날보단 웃는날이 더 많은 행복한 시간 보내자 사랑하고 내가 더 잘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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