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기자의 '무엇'> 아파트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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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기자의 '무엇'> 아파트에 관한 이야기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8.0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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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면 도시의 건물들을 눈여겨본다. 도시에 남겨진 건물들은 모두 역사를 갖고 있다. 빈 건물들에도 역사가 숨겨져 있다. 도시의 건축물들을 따라가 보면 저마다 사연이 있겠지만 솔직히 우리나라는 전 도시가 비슷해지고 있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너무 재미없고 개성이 없다. 프랜차이즈 간판들만이 늘어나고 있는 느낌이다. 공공건물이라도 의미있게 제대로 지을 수 없을까.

일단 주변 건물과의 조화도 없고, 용적률 때문에 여유공간도 두지 않는다. 때때로 매일 아침 눈 뜨며 보는 도시의 건물이 이토록 재미없다는 것은 슬프기까지 하다.

게다가 아파트로 둘러싸인 청주시를 보면 언제까지 이렇게 시멘트로 도시를 디자인할 것인지 가슴이 막혀온다. 30년이 지나면 지금 지어지는 신축아파트 또한 재건축 대상 1호가 될 것이다. 현재 청주시내에 최초로 20년 전 건립된 아파트들은 조만간 ‘거래’가 되지 않는 물건이 될 것이다.

청주시의 도시정책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결국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른 시민들의 반발도, 청주테크노폴리스 개발문제도 기존의 질서를 깨고 부수고 새로운 것을 심는 것에 대한 저항이다. 나무를 뽑고 아파트를 짓는 문제이고, 기존의 삶의 질서를 깨부수며 아파트를 짓는 문제이다. 그렇다. 문제는 아파트다.

가장 편리한 주거공간인 아파트를 계속해서 짓는 것은 일단 건설회사들이 먹고 살기 위해서다. 시민들은 가장 편리하게 거주하며 또 가장 편리하게 팔 수 있으니 아파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얼마만큼 지어졌고, 또 얼마만큼 지어질지. 심리적으론 이미 도시를 다 아파트로 채운 것 같은데 청주시 행정은 뾰쪽한 해법도 논리도 없이 그냥 자본주의의 논리대로 흘러가도록 두겠다고 한다.

이제 시민들은 규제하고 기획하는 도시정책을 원한다. 개발업자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면 허가를 내주는 소극적인 행정을 펼칠 때가 아니다. 청주시 인구가 83만에서 꼭 100만 도시가 돼야 하는가. 100만 도시가 되기 위해 지금 청주시에 필요한 게 과연 아파트일까.

100만 도시가 되면 청주의 시민들은 지금보다 삶의 질이 나아질까. 이 모습 그대로 100만 도시가 된다면 그 자체로 재앙일 수 있다. 전세계 인구가 줄고 있는 데 왜 청주시 행정은 인구가 계속해서 늘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을까.

청주시가 100만 도시가 된다면 청주시 주변지역은 어떻게 될까. 가까운 괴산, 보은군은 소멸의 시계가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 또 인구가 늘기 위해 산업단지가 필요하다는 논리도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이 도시의 문제를 정말 이 도시에서 살고 있는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지 되묻고 싶다. 오늘 이 도시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결정들을 학연‧지연으로 엮인 소위 전문가그룹들이 자신들의 주변 이익을 위해 선택하지 않았는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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