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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이면으로 이사 와 남편 암으로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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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이면으로 이사 와 남편 암으로 잃어"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8.14 09:2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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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장 마을로 이사 온 견인복 씨 6년간 고군분투
환경부, 소각장 피해 주민 건강영향조사 실시해

“남편의 유언은 내 죽음의 원인을 밝혀달라는 것이었다. 지난 6년 동안 남편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모든 걸 내려놓고 달려왔다.”

견인복(62)씨 부부는 지난 2011년 내수 북이면으로 이사왔다. 눈 앞에 펼쳐진 풍광을 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집에서 채 700m도 안 되는 곳에 산업용폐기물을 처리하는 소각장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견인복 씨는 남편의 관련 자료를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지난 6년을 버텨왔다.

건강했던 남편은 이사 온 지 1년이 안 돼 쓰러졌다. 견 씨는 “검사를 해도 병명이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밝혀진 병명이 ‘비호치킨림프암’이었다. 외부에서 강력한 바이러스 세균이 들어와 감염됐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각장에서 뿜어내던 연기와 냄새가 떠올랐다. 시골집이라 바닥에 먼지가 많은 줄 알고 세제를 묻혀 바닥을 닦아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소각장에서 날아오는 분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남편은 1년여의 투병동안 23차례 항암치료까지 받았지만 끝내 세상을 떠났다. 55세의 건강했던 중년남성의 급작스런 죽음이었다. 산재 또한 받지 못했다. 충북대병원이 낸 소견서를 보면 남편 박 모 씨에 대해 △폐질환 등 호흡기계 질병에 대한 전문조사 필요 △호흡기계의 질병에 대한 역학조사 필요 △유해요인에 대한 측정 등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산재는 2016년에 최종 불승인이 났다.

견 씨는 “산재처리가 안 돼 치료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남편의 유언이 있었기 때문에 이유를 알려고 매일매일 인터넷을 뒤졌다. 이탈리아 세베소대학 메르다치 박사의 논문을 읽게 됐다. 다이옥신이 배출됐던 지역에서 역학조사를 해보니 남자는 비호치킨림프암, 여성은 백혈병이 많이 나온다고 했다. 주위를 돌아보니 남편만 아픈 게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암에 걸려 있었다. 이상하게도 발병하면 몇 개월 안에 죽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마을 사람들 찾아다녀

 

견 씨는 북이면 마을 사람들을 본격적으로 찾아나섰다. 동네에서 암이 걸린 사람이 몇 명이나 있는 지 조사를 시작했다. 견 씨가 조사에 나서자 일부 주민들은 손가락질을 했다. 토착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모진말도 많이 들었다. “지금은 동네분들이 함께 나서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 한다. 동네 사람들을 보면서 다이옥신이 암의 발명원인이라는 것에 확신이 들었다. 내가 본 세상은 지옥이었다.”

내수 북이면 주민들 몇 몇은 자체조사를 통해 동네에서만 60여명이 암에 걸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내수 대율2구 이승호 이장은 “동네사람들이 암으로 많이 죽은 것은 사실이다. 지금 병을 앓고 있는 집도 많다. 주민들이 그간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었다”고 말했다.

견 씨는 얼마 후 북이면에 있는 한 소각시설에서 다이옥신을 다량 배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환경중앙수사대가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견 씨는 “그 뉴스를 보고 아예 이 일에 뛰어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집은 초토화됐지만 청주시민들에게 위험성을 알려야겠다고 판단했다. 밥벌이로 하고 있던 식당도 문을 닫았다. 다이옥신 잠복기간이 45년이라고 하고, 또 공기중에서 어디까지 전파됐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 때부터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썼다. 페이스북에 가입을 하고 게시물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환경부, 청주시, 청주시의회, 국회의원실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북이면 이장들을 만나면 역학조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4월 북이면 주민 1523명은 환경부에 소각장으로 인한 건강역학조사 청원서를 제출했고, 환경부는 이를 승인했다. 환경부가 국내에서 산업폐기물 소각시설에 대한 역학조사를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시 생활폐기물 시설에 대해서는 환경부 역학조사를 10년 전 진행한 적이 있긴 하다.

 

북이면에는 클렌코(진주산업), 우진환경개발㈜, 디에스컨설팅(대한환경) 등 3개의 소각시설이 반경 3㎞ 이내에 밀집해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최소 2~3년 조사기간 필요해

 

환경부는 청원전문위원회를 구성한 후 지난 7월까지 두 차례 회의를 통해 건강영향조사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그 의견을 환경보건위에 제출했다.

환경부 환경피해구제과 관계자는 “조사방법과 대상, 기간 등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면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연구는 국립과학원이 맡게 될 것이다. 조사대상이나 범위도 대기방향으로 정할지 소각장 인근지역으로 국한할지 등은 미정이다”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이번 건강영향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이미 암이 발병해 죽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조사가 불가능하다.

견 씨의 경우도 그러하다. 견 씨는 “암으로 죽은 남편은 건강영향조사 대상이 안 된다고 들었다. 그동안 열심히 뛰어왔는데 조사대상이 안 된다고 하니 기가 막히다. 한 마을이 암으로 초토화됐는데 청주시는 지금까지 조사한번 한 적이 없다. 암에 걸려 2013년에서 2015년 사이 동네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조사기간 중에 죽으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억울해 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환경피해구제과 관계자는 “주민들이 오해할 수 있는데 역학조사는 결과를 예견하고 시작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역학조사 결과가 주민들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나올 수도 있다. 개인마다 상황이 복잡하기 때문에 건강검진, 면담조사 등을 거칠 것이다. 그 때 관련 자료를 갖고 소명을 하면 된다. 지금으로선 과학의 영역에서 사례별로 복합적으로 판단해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만약 이번에 주민들의 암 발병 원인이 소각장에서 배출된 오염물질로 밝혀질 경우 주민들에 대한 피해보상 및 인근 소각장 주민들의 추가 요구 등 파장이 커질 수 있다.

김천수 내수 북이면 이장단장은 “북이면의 경우 클렌코(진주산업), 우진환경개발㈜, 디에스컨설팅(대한환경) 등 3개의 소각시설이 반경 3㎞ 이내에 밀집해 있으며 매일 543t 이상의 사업장폐기물이 소각되고 있다. 다나에너지는 오창과 북이면 경계에 있고, 요코리아는 북이면 감암리에 있는데 음식물 퇴비화를 한다고 하지만 엄청난 악취를 내뿜고 있다. 지금 북이면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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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진규 2019-08-16 21:48:40
박소영 기자님 응원합니다.
맑은 고을 청주. 이름처럼 맑은 고장이었음 합니다.

고의곤 2019-08-14 18:53:16
충청리뷰의 박소영 기자,
견인복씨의 사연을 실어주어 정의가 살아있음을 실감케 해 주셨습니다. 수고하셨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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