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설관리공단이 운영 맡아…프로그램은 ‘현재 짜는 중’
청주시 내수읍 초정리 초정문화공원 일대에 세종대왕 행궁이 세워졌다. 청주시는 올해 12월 준공한 뒤 콘텐츠를 보강해 6개월 뒤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할 계획이다.
행궁은 왕이 궁궐을 떠나 머무는 임시 궁궐을 말한다. 세종대왕은 1444년 눈병치료차 초정에 행궁(行宮)을 짓고 121일간 머물렀다는 기록이 있다. 청주시는 165억 7800만원(국비 47억5000만원, 도비 23억7500만원, 시비 94억5300만원)을 들여 3만 8006㎡의 터에 침전·편전·체험관 등 전체 건축면적 2055㎡ 규모의 초정행궁 건물 35동을 지었다.
행궁은 관광상품이다
시는 초정행궁이 ‘문화재’가 아닌 ‘관광상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역사적 고증이 어려운 상황에서 초정행궁은 처음부터 관광상품으로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초정행궁의 운영관리도 청주시설관리공단이 맡기로 했다. 행궁 안에는 숙박시설로 한옥 6동 12실이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숙박시설이 있다 보니 전반적인 관리는 시에서 하기 어려워 시설관리공단이 맡기로 했다. 콘텐츠 및 프로그램 운영 등은 시에서 직영하거나 민간단체가 맡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시설관리공단이 문화시설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옥화자연휴양림이나 체육시설 들을 주로 관리해왔다. 시설관리공단에서는 자체적으로 초정행궁 운영을 맡을지 여부에 대해 타당성 용역을 현재 진행 중이다.
당초 초정행궁 운영을 두고 청주문화원이나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등이 거론됐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은 거부의사를 밝혔고, 청주문화원 또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청주문화원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들은바가 없다. 다만 현재 문화원 자체 인력이 적어 행궁 시설을 맡아서 운영하는 것은 역부족일 것 같다. 인력 보강 및 자체 인프라가 확충되고 난 뒤 생각해볼 문제다”라고 말했다.
초정행궁이 있던 초정에서는 해마다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가 열린다. 초장기에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 맡았다가 지금은 청주문화원이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으로선 청주시가 프로그램 및 콘텐츠 영역은 직영으로, 시설 관리 부분은 시 산하기관인 시설관리공단이 맡을 공산이 크다.
이를 두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지역의 문화기획자 모 씨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없이 껍데기만 문을 연다고 사람들이 오겠는가. 초정행궁까지 올 이유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문을 열자마자 바로 외면받을 것이다. 현재 진행과정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청주시가 직영으로 맡아 운영한 곳 중에 성공한 데가 단 한 곳도 없다. 차라리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간재단에서 맡아 운영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의문화재단지는 청주시 문화예술과 문화재팀에서 직영운영하고 있지만 사실상 거의 문만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청주시는 세종대왕이 초정에 머물렀던 역사적 가치를 고취하면서 초정약수, 한옥숙박 등 치유가 결합한 특화된 공간인 초정행궁의 운영에 관한 규정을 담은 ‘청주시 초정행궁 관리·운영 조례안’을 입법 예고하고 각계의 의견을 듣고 있다.
콘텐츠는 무엇?
초정행궁은 침전·편전·체험관‧숙박시설 등이 콘텐츠로 들어가 있다. 초정행궁 숙박시설의 비용은 4인실(29m²)이 10만원(성수기 14만원), 6인실(37m²)이 16만원(성수기 20만원)으로 잡았다.
숙박시설의 규모 또한 “너무 작다”라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모 씨는 “한옥을 유지 관리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적어도 규모의경제학으로 따지면 20실 이상이 돼야 한다. 숙박동이 너무 적어 오히려 경쟁력이 없어 보인다. 초정행궁을 왜 만들었는지 그 이유를 상기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초정행궁은 진행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4년께 감사원은 초정행궁에 투입되는 예산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당초 400억원으로 잡았던 예산이 120억원까지 줄었고, 최종 165억원을 투입해 사업을 완료했다. 165억원 가운데 부지매입비는 15억원이었다.
초정행궁이 위치한 곳은 지형상 지대가 낮은 편이다. 오히려 행궁 뒤 주차장 쪽이 높은 모양새다. 지역주민 모 씨는 “행궁은 임금님이 계셨던 곳인데 이렇게 지대가 낮아서 되겠는가. 돈이 없어서 지대를 못 높인 것 같다. 마치 세트장을 보는 것 같다. 좀 제대로 짓지 너무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초정행궁은 2016년과 2017년 실시설계 용역을 거쳤다. 당시 3번의 보고회가 있었다고 한다. 설계용역은 금성건축종합건축사무소에서 했고, 시공은 일반건축업체와 전통건축업체가 나눠서 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지형상 지대가 그렇게 돼 있다. 행궁 안에서 숙박시설은 더 지대가 낮다. 아늑한 분위기를 내려고 한 게 설계자의 의도다. 도로보다 50cm정도가 낮다”고 설명했다.
초정행궁의 콘텐츠 또한 아직까지 뚜렷하게 잡혀진 게 없다. 일단 청주시는 올해 초 초정행궁 콘텐츠 용역을 진행했다. 김경식 청주대 교수가 용역을 맡았는데 여기서 나온 의견은 수문장교대식, 전통혼례식, 전통무예공연, 마당극, 손글씨쓰기, 장원급제프로그램 등이었다.
청주시 관계자는 “지금은 껍데기만 완성됐다고 보면 된다. 안의 내용물을 채우는 작업을 남은 기간동안 할 것이다. 용역에서 나온 안들과 함께 전문가 의견을 들어 콘텐츠를 짤 것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초정행궁을 설계할 때부터 운영 방안 및 콘텐츠까지 세밀하게 고려해야 했는데 짓고 나서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는 지적이 많다. 청주시는 초정행궁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관광정책과를 별도로 독립시켰다. 초정행궁은 이래저래 청주시 관광정책과의 능력을 보여주는 첫 시험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