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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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리뷰
  • 승인 2019.08.2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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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갈등이 고조되면서 언론과 전문가 사이에서 자주 인용된 말이 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다. 한 마디로 기존 질서를 주도하던 강대국이 약화되고 신흥강국이 이 틈을 누려 그 주도권을 넘보게 되면 결국 패권다툼의 전쟁 으로 치닫는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책 <예정된 전쟁>으로 잘 알려진 그레이엄 엘리슨이 2012년 파이낸셜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처음 언급된 이 말은 사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정세의 정곡을 찌르고도 남는다. 어느덧 세계 제2강국이 된 중국은 시진핑의 ‘중국몽’으로 상징되는 부국강병을 내세워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고, 역시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은 영원한 숙적, 일본을 곳 곳에서 추월하며 이젠 정신적인 비교우위까지 선점하려 한다. 그러니 미국과 일본이 각 각 중국과 한국의 목을 조이려고 대드는 건 그들의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다.

문제는 ‘투키디데스 함정’의 실제 현시(顯示)로서 그 위험성으로만 따진다면 지금 한반도 역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이 식민지 팽창에서 선두주자였던 프랑스·영국·러시아와 후발국가인 독일·오스트리아 그리고 헝가리·터키 간의 충돌이었다면 2차 대전 또한 기존 강대국인 영국과 미국, 러시아에 맞서 새롭게 팽창하는 전체·제국주의 국가인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이 패권을 놓고 벌인 전쟁이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역사상 ‘투키디데스 함정’은 모두 16차례가 있었는데 이중 12차례가 전쟁으로 번졌고 현재 중국에 무역전쟁을 선포한 미국의 트럼프가 17번 째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당장의 전쟁은 아니더라도 언젠간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피할 수 없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에 대한 일본의 무역규제는 서로 위기를 공유하는 트럼프와 아베의 뒷거래 합작품일 수 있다는 추론은 그 개연성이 작지 않다.

한데 불행하게도 역사를 되돌아보면 기존의 강대국과 이에 도전하는 신흥국가 간 ‘투키디데스 함정’의 현상이 도래할 때마다 한반도는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명나라를 치겠으니 길을 열어달라며 일본이 야기한 임진왜란이나 또 명나라가 쇠락하면서 이를 제압하려는 신흥 여진족 즉 후금의 득세로 일어난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그리고 대륙의 약세를 틈탄 일본제국주의 발호로 촉발된 일제강점, 심지어 6.25 한국전쟁까지 모두가 기성 세력과 신흥 세력간 다툼으로 빚어진 한반도의 불운인 것이다.

지금도 미·중 무역전쟁의 중간에 낀 한국은 양쪽으로부터 끈임없이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있고 하다못해 북한과 미국 관계에서도 우리나라는 독자적 판단이 쉽지 않은, 시쳇말로 절간에 간 과부 신세가 되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은 한국에 대한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시사하고 있고 북한 김정은은 이 때다 싶은 듯 연거푸 미사일을 쏘아댄다.

하지만 한국의 중거리미사일 배치는 중국으로부터 사드사태 이상의 보복을 당할 공산이 크고 김정은의 미사일 장난은 그 것이 마냥 장난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두려운 것은 지금처럼 국가 간 구조적 긴장이 극심할수록 아주 사소한 불씨가 대규모 충돌, 이른바 전쟁까지도 일으킬 수 있다는 역사적 학습 때문이다. 현재 홍콩 민주화시위를 놓고 중국과 미국이 으르렁거리는 것도 실은 두 나라 사이에 엄청난 긴장감을 주고 있다고 봐야 한다. 김정은의 미사일 또한 만약 돌발적 상황이 벌어진다면 무슨 일로 비화될지 모른다.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친서를 보내 립서비스를 했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그나마 우리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일본에 대한 국민들의 강력한 응징이다. ‘글로벌 호구’라는 비아냥까지 듣는 지금의 난국을 헤쳐나갈 첫 단추는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일본에 다시는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하여 국민들에게 이를 실질적으로 체화(體化)시키는 일이다.

이 길만이 강대국들의 ‘투키디데스의 함정’에서 희생양이 되지 않고 오히려 주체로서 대응하며 그 흐름까지도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미상호방위조약 등 불평등하기 그지없는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정상화를 꾀할 수 있다. 그러지 못하고 지금 수구 세력들이 간절하게 바라고 있을, 끝내 한국 경제가 무너지고 남북관계까지 과거로 되돌려진다면 앞으로 이 나라의 운명은 가늠하기 어렵다. 이럴 때 가장 절실한 것은 내부의 적을 적출하는 것이다.

지난 13일 KBS 1TV의 <시사기획 창> ‘밀정’ 편은 우리가 왜 친일을 척결하고 일본을 극복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온 국민들이 영웅으로 받드는 안중근 의사와 김좌진 장군의 측근이 일본에 포섭된 밀정이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더구나 이들이 독립유공자로 둔갑해 국립묘지에 안장되고 이제 껏 갖은 예우를 받아왔다. 당시 방송의 맨 마지막에 자료로 확인된 밀정 800여명의 명단이 공개될 때는 아예 할말을 잊었다.

많은 사람들이 적폐청산에 피로증을 호소한다지만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부끄러운 역사는 이렇듯 상식을 깬다. 미국이 자신들의 편의와 입맛에 따라 전범 일본에게 면죄부를 준 것도 부족해 남한에 친일세력을 지배세력으로 세우고 이승만이 반민특위 해산으로 일제잔재를 옹호한 결과는 이렇다. 반일 운동이 가열될수록 미국의 과오 또한 재론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고 이는 작금의 트럼프와도 연계돼 우리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그는 지금 한국을 가지고 논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아주 다행스럽게도 이번 한일 갈등을 계기로 그동안 숨죽여 활동하며 호시탐탐 대한민국의 일본화, 소위 신(新)내선일체를 꾀하던 토착왜구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람, 언론, 기업가를 가리지 않는다. 방송에 공개된 밀정 800여명을 보면 가짜 서울대명예교수 이영훈과 엄마부대 주옥순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일본보다도 친일파가 더 문제’라는 민족적 자학을 요즘만큼 절감한 적도 없다.

어차피 일본의 정치와 기득권은 끝까지 한국을 짓밟으려 할 것이다. 그 DNA는 절대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한반도의 모든 일그러진 역사에는 반드시 원흉 일본이 있었다. 그러기에 일본을 이기고 극복하기 위해선 반민족행위의 골수 친일분자들부터 색출해 뿌리를 자르는 것이다.

그 궁극적인 책임자는 문재인 정부도 아니고 잘난 정치인도 아니다. 오로지 촛불시민혁명으로 이 나라를 바로잡은 국민, 깨어있는 시민의식만이 할 수 있다. 지금 국민들의 자발적인 항일, 반 아베 운동은 바로 이 것의 시작이다.

한덕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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