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하면 영동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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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하면 영동이지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08.2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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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즐기는 농촌관광의 진수 영동포도축제
41개 포도농가에서 만드는 국가대표 영동와인

올 여름 충북의 대표축제

2019 영동 포도축제

 

길을 따라 영동군 초입에 서면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된다. 다리는 과일의 나라 영동을 형상화한 조형물로 색상마다 의미를 담고 있다. 빨간색은 사과, 주황색은 감, 노란색은 국악, 초록색은 푸른 산, 파란색은 맑은 물, 남색은 포도, 보라색은 와인을 뜻한다.

아기자기하게 자리 잡은 영동읍 중심가에는 볼거리들이 모여 있다. 과일나라테마공원을 중심으로 열리는 영동포도축제에는 매년 2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몰린다. 올해는 8월 29일부터 9월 1일까지 4일간의 일정이다. 얼마 남지 않은 행사준비로 영동축제관광재단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지난해 영동포도축제 중 진행한 포도밟기체험행사 /영동군

백성우 총감독은 “올해로 15회째인 포도축제는 관광객들에게 호응이 좋다. 그 덕에 문체부에서 주관하는 문화관광 육성축제에 선정됐다. 축제를 통해 무얼 하기보다는 축제장에 와서 늦여름 농촌으로 떠나는 바캉스를 보내자는 게 올해 포도축제의 목표다”고 설명했다.

대개 특산물 축제가 지역의 농산품을 판매하기 위해 마련한 장이라고 한다면, 영동 포도축제는 결이 좀 다르다. 포도밭에서 나온 포도는 건조장이나 냉장고에 오래 머물 수 없다. 곧장 소비자에게 가야하는 데 현실적으로 축제를 위해 물량을 더 늘리기에는 부담이다. 그렇기 때문에 축제는 판매보다는 영동 포도 브랜드를 알리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백 감독은 “영동 포도는 우리나라 포도생산량의 13%로 전국 최대 규모다. 시장이나 마트 등에서 팔리는 규모도 몇 천억 단위이다. 축제를 통해 몇 십억 더 파는 것보다는 영동을 알리고 포도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일이 더 필요했다”고 축제의도를 설명했다.

이미 시장에서 영동포도는 인정 받고 있다. 영동이 포도를 키우기 적합한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영동에는 고품질 포도를 키우는 일조량, 습도는 영동의 푸른 하늘과 시원한 물줄기가 있다. 영동에는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와 풍요로움이 있다. 게다가 가을의 초입인 요즘에는 보랏빛 포도부터 사과, 감, 와인 등 다채로운 과일을 맛볼 수 있다.

 

“농촌관광 보여주겠다”

 

/영동군

지역 축제의 차별성은 얼마나 많은 지역민이 참여해 특색 있는 색깔을 내뿜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어느 지역이나 인구 노령화로 인해 축제를 준비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영동군 관계자는 “참여할 젊은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지역의 현실이다.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이 문제를 슬기롭게 대처하자는 뜻에서 이번 포도축제에서는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대폭 늘렸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참여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가 있는 날 ‘청춘마이크’ 프로그램은 31일 토요일에 준비된다. ‘청춘마이크’는 젊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노래, 의견 등을 많은 사람 앞에서 선보일 수 있는 무대를 의미한다.

주로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청년들이 마이크를 잡고 버스킹 공연을 한다. 이번 ‘청춘마이크’에는 영동에 거주하는 청년들 뿐 아니라 충북의 모든 청년들이 참여한다. 충북문화재단에서 활동하는 지역 청년들과 교류를 이루어 영동 청년들도 하나의 팀을 만들었다.

농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풍경도 펼쳐진다. 무더위 그늘막 대신에 비닐하우스로 얼기설기 만든 차광막은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도시인들의 사진 스팟으로 인기가 높다.

정돈되지는 않았지만 정이 묻어나는 무대들도 마련됐다. 11개 읍면 50개 농가가 참여하는 축제에는 각 주민자치위원회와 평생학습프로그램을 배우는 노인들이 한 여름 구슬땀을 흘려가며 무대를 준비했다. 31일 토요일 체육관 특설무대에서 펼쳐진다.

행사장인 과일나라테마공원에는 ‘여름철 농촌도 피서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포부가 묻어 있다.

영동와인체험관에 비치된 영동와인지도

 

영동포도로 빚은 세계적 와인

 

포도축제가 끝나면 10월 3일부터는 와인축제가 열린다. 영동은 2005년 포도·와인 산업특구로 지정된 이후 2008년부터 와이너리를 만들어 숙성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41개 농가에서 와인을 생산 중이다.

품질이 뛰어나서 청와대 만찬주로도 쓰인다. 작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때도 우리나라 대표 와인으로 식탁 위에 올랐다. 와이너리가 영동에만 있어서가 아니다. 경기 광명, 경북 영천, 문경 등 곳곳에도 와이너리 농가들이 있지만 맛은 영동와인이 으뜸이다. 맛을 인정받아 올 초에는 <2019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영동와인이 대상을 차지했다.

영동와인은 군과 농민이 ‘포도를 활용한 고부가가치산업이 어떤 것인가’를 함께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2013년과 2014년에는 2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브랜드로 선정되며 맛을 인정받고 이름도 알렸지만 판로는 늘 빈약했다.

이를 널리 알리겠다는 취지로 와인축제를 매년 연다. 난계국악축제와 병행하여 진행하는 와인축제에는 지난해 4일 간 약 28만5000명이 방문했다. 축제 중에 진행하는 와인시음행사가 특히 인기다. 와인잔을 사면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각 농가에서 만든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영동군 관계자는 “한잔 맛보고 하나 사가는 관광객들이 많다.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하는데 시음행사와 더불어 <한국와인 대상 시상식>도 진행한다. 국제소믈리에협회의 전문심사위원들이 참여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모든 와인을 선별하고 심사한 뒤 우수한 와인을 출품한 농가에 시상하는 행사다”고 설명했다.

여기서도 당연 영동와인이 으뜸이다. 지난해에도 영동의 3농가에서 출품한 와인이 가장 맛있는 제품으로 선정됐다. 주민들의 노력으로 영동하면 포도와 함께 와인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농산물을 가공해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 농촌이 풀어야할 숙제인데 영동은 전국 최대 포도생산지에서 만드는 와인으로 그 해답을 내놓았다.

지금 레인보우 영동에 가면 도심에서 보기 힘든 농촌마을의 정경이 있다. 그리고 8월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햇포도와 포도로 빚은 와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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