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개혁은 이미 대세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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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개혁은 이미 대세인 것을
  • 충북인뉴스
  • 승인 2004.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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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헌 환 (서원대 법학과 교수 )
   
2004년도 어느 새 저물어 간다. 매년 그렇듯이 지나온 한 해를 뒤돌아보고 다가올 새해에는 무언가 새로워지리라는 다짐을 하는 때가 된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겪어온 우리 국민들의 경험은 변화와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다시 한 번 곱씹게 해주는 것이었다. 올봄의 탄핵정국과 가을의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결정정국으로 상징되는 개혁에 대한 저항은 결국 국가보안법, 과거사기본법, 사립학교법, 언론기본법 등 4대 개혁입법들을 내년으로 넘겨버릴 상황에까지 이르게 하였다.

20세기 100년의 질곡의 역사 속에서도 자신의 이익과 영달을 위하여 권력에 빌붙고 외세에 아부하는 무리들은 항상 있었으되, 그들이 구축했던 왜곡된 질서를 바로잡고 올곧고 정직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바로 개혁입법들이다. 혹자는 20세기적 질서가 왜 잘못된 것인지를 반문하기도 한다. 가만히 눈을 들어 지난 세기를 돌아보자.

구한말의 상황에서 물질개벽을 이루어낸 서구문물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올 때 우리나라는 민비와 대원군 사이의 개방과 개혁에 대한 시각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국가권력 자체가 둘로 나뉘어지는 불운을 겪었다. 함께 힘모아 대적해도 이길까 말까한 싸움에서 서로 갈라져 싸우는 꼴이었으니, 나라가 망하지 않고 배겨낼 재간이 없었으리라.

식민지 상황의 질곡은 또 어떠했는가? 모든 조선의 백성들이 절망의 나락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국을 등지거나 피를 흘려 독립운동을 하는 즈음에도 식민권력에 빌붙은 자들은 자신의 안위와 영달을 구함에 스스럼없었으며, 그들은 해방된 후에도 독립국가의 권력의 상층부에서 여전히 민족을 왜곡하고 억압적 질서를 강요하며 그들만의 나라를 추구하였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구질서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던가?

커다란 못이 마르면 여기저기에 샘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큰 못에서 노닐던 큰 고기의 씨알들은 물이 말라 샘이 되어도 죽지 않고 살아남으려 애쓰지만, 물마른 샘에서는 자꾸 커지는 몸둥아리를 어쩌지 못한 채 씨알을 남긴 채 죽어간다. 잔챙이 고기들은 덩치 큰 고기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죽어갈 때 그 몸을 뜯어먹고 살아간다. 좁은 샘의 질서는 대양을 누비던 큰 고기들에게는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고난의 질서일 뿐이다.

지난 100년의 우리 역사에서 잔챙이들에게 뜯어먹힌 큰 고기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식민지 시대에 나라잃은 설움을 몸으로 감내하면서 수많은 큰 인물들이 고통스런 삶을 이어가야 했고, 해방 후 외세의 다툼 속에서 스러져간 숱한 위인들이 잘못된 질서 속에서 제대로 커보지도 못하고 사라져야 했었으니...

분단된 조국에서 남북의 권력 또한 자신들의 집권욕 때문에 엄청난 수의 사람들을 고통과 죽음으로 내몰았고, 강요된 질서 속에서도 우리 민중들은 우리 자신을 되찾는 데에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우리나라는 마른 못에 물이 차오르고 있다. 좁은 샘의 질서에서 넓은 못의 질서로 아니, 커다란 대양의 질서로 나아가고 있다. 물이 차올라 넘치면 샘은 이제 더 이상 샘이 아니다. 샘과 샘이 이어져 못을 이루고 마침내는 큰 바다 같은 모습을 이루게 된다.

우리 사회의 변화와 개혁은 샘의 질서에서 못의 질서로 그리고 대양의 질서로 나아가는 것이다. 좁은 샘에서의 왜곡된 질서를 부여잡고 행여나 자신의 이익을 놓칠세라 사실의 왜곡과 조작과 중상모략을 스스럼없이 행하는 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더 이상 새로운 질서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마른 샘에서나 통하던 잔챙이들의 방식은 물이 차오른 못에서는 그저 큰 고기가 꼬리 한 번 흔들면 그만이다. 넓고 큰 못에서 이리저리 유유히 노니는 큰 고기들을 상상해보라. 어디 그들이 잔챙이들의 놀음에 흔들리기나 할까?

앞으로 전개될 우리의 역사는 이제 통일국가를 이루고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중심무대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 속에 숨겨져 있는 능력을 결코 가벼이 보아서는 안된다. 좁은 샘의 질서에서 넓은 대양의 질서로 나아감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과거의 영화를 그리워하며 잘못된 샘의 질서를 부여잡고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그냥 그대로 놀게 내버려 두자. 그들까지 설득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기에는 오히려 시간이 모자란다. 이미 변화와 개혁은 대세로 굳어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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