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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다, 편리함이 만든 ‘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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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다, 편리함이 만든 ‘毒’
  • 충청리뷰
  • 승인 2019.08.2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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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 전 세계의 문제…‘미세 플라스틱’ 위험 드러나
신 동 혁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CNN 방송을 타고 전 세계로 알려진 의성의 ‘쓰레기 산’, 중국의 쓰레기 수입 중단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재활용품 수거업체가 수거를 중단하여 빚어진 쓰레기 대란 문제, 필리핀으로 수출되었던 플라스틱 쓰레기가 다시 돌아온 일. 모두 최근에 일어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이다. 이들 사태는 그동안 분리배출을 열심히 했기에 재활용이 잘 되고 있고, 분리배출만 잘하면 지금처럼 사용하고 버리는 소비중심의 사회도 괜찮다는 생각이 얼마나 근거 없는 막연한 믿음에 불과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리고 이 사태를 계기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우리 사회만의 문제가 아닌 자본주의 사회, 도시중심의 산업사회, 소비사회인 전 세계의 문제라는 사실을 일반인도 어느 정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의성 같은 쓰레기 산은 없지만 유럽과 미국, 일본도 일상에서 쓰고 버려진 폐플라스틱을 우리처럼 중국을 비롯한 후발개도국들에게 수출하여 ‘해결’하여 왔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폐플라스틱을 수출하기도 하지만, 수출보다 많은 양을 수입한다는 것이다.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그 세세한 내용까지 같은 것은 아니란 반증이다. 어쨌든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아직까진 어느 나라도 해결하지 못하고 나라 밖으로 밀어내 ‘해결’이 아닌 ‘처리’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작은’ 차이에서 우리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플라스틱은 나온 지 100여 년 정도이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배출된 물질이 되었다. 눈에 보이는 플라스틱 문제도 위험한데, 그동안 너무 작아서 몰랐던 ‘미세 플라스틱’의 위험까지 드러났다. 먹이사슬과 지구 기후 순환을 따라 이동하여 새알, 북극의 빙하, 식탁 위의 생선과 소금에서까지 검출된다.

따라서 먹이사슬의 정점에 위치한 인간은 그 위험을 도저히 피할 수 없다. 플라스틱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는 물질이 되었다. 이 문제는 이윤을 그 어떤 가치보다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자본주의 체제와 편리하고 안락한 생활을 쫓는 인류, 경제 성장을 정책적 우선 목표로 추구하는 정부, 이들 삼자간의 탐욕과 무지가 초래한 재앙이다.

플라스틱은 정말 편리하다. 견고하면서 가볍고, 어떤 형태로든 만들 수 있는 등등의 물성으로 인해 그야말로 혁신적인 소재가 되었다. 산업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환상적인’ 물질이 되었다. 2차 대전 이후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플라스틱은 ‘1950년 200만 톤에서 2015년 3억8천만 톤으로 190배 늘어났다. 연평균 성장률이 8.4%로, 같은 기간 세계 국내총생산 성장률보다 2.5배 높았다.

66년 동안 생산된 플라스틱의 절반이 최근 13년 동안 생산될 정도로 플라스틱 생산량은 급증하고 있다. 플라스틱 성장률이 경제성장률보다 2.5배나 높은 것은 플라스틱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큼을 의미한다. 어느 정도 압도적인지는 우리 일상만 한 번 휙 둘러봐도 금방 알 수 있다.

나무와 쇠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은 플라스틱이라 봐도 된다. 그래서 플라스틱을 일회용품이나 빨대 정도로만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심지어 담배에도 플라스틱이 들어 있다. 전 세계적으로 60조 개비 정도가 생산된다고 한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수치의 담배 필터가 바로 플라스틱인데, 이 많은 꽁초들이 어디로 갈까? 눈앞의 성장과 편리에 끌려 온 나의 합리적 행동은 몇 십년 만에 나의 생명과 내 생명의 전제 조건인 다른 생명체와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치명적인 행동이 되었다.

이윤과 편리 추구가 역설적으로 생명과 이윤축적 조건을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자본은 앞으로도 계속 이윤을 추구하려면 ‘쓰고 버리는 소비사회’를 통한 이윤획득 방식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물적 토대와 기술적 능력도 있다. 문제는 바꾸지 않아도 이윤을 획득할 수 있다는 짧은 생각으로 지금의 상황을 방치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소비자인 우리의 합리적 행동이 자본의 단견을 방치하고 오히려 키워준다는 데 있다. 결국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최종심급은 소비자인 우리이다. 소비사회의 수혜자이지만 가장 큰 피해자인 우리가 살기 위해서라도 나서야 한다. 어떻게? 지금과 같은 약탈적이고 파괴적 방식으론 이윤획득이 가능하지 않도록 ‘조건’을 바꿔야 한다. 플라스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술적 조건이 실현될 수 있도록 사회적, 경제적, 법적 조건을 바꿔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본이 사회와 자연에 ‘어느 정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나라별 플라스틱 배출 수치가 다른 것은 사회, 제도, 법적 장치로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작은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유럽, 미국, 일본의 폐플라스틱을 한국이 수입하는 것은 국내산 폐플라스틱보다 품질이 좋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법과 제도가 환경과 사회, 생명의 관점에서 생산과정과 수거, 선별과정에 대해 우리보다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의식의 차이를 말하는 주장도 있지만, 생산과정부터 분리수거가 쉽고 실효성이 있도록 자본에 강제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분리해서 버리려고 해도 원료에 이미 이물질이 섞여 있고 분리하기 힘들게 생산하면 분리배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의식이 분리배출에만 높을 것이 아니라 분리배출이 쉽도록 법과 제도를 바꿀 수 있는 사회, 정치적 조건을 만드는 데까지 미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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