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통로 ‘橋梁’을 찾아서’5-청운·백운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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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통로 ‘橋梁’을 찾아서’5-청운·백운교
  • 충청리뷰
  • 승인 2002.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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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의 연화·칠보교 청운·백운교

범부의 땅에서 불국토(佛國土)에 이르는 종교적 통로

“구름을 마시고 토한다”는 토함산(745m)의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불국사와 석굴암은 찬란한 신라불교문화의 핵심으로 꼽힌다. 불국사는 1,440여년전 신라 법흥왕 22년에 그 어머니 뜻에 따라 나라의 안정과 백성의 평안을 위하여 세워졌으며, 그후 신라 경덕왕 (742-764)때 재상 김대성이 다시 지어 절의 면모를 새롭게 하였다. 그 뒤 임진왜란으로 건물은 물론 값진 보물들이 거의 불에 타거나 약탈되었다. 1920년 이전에는 일부 건물과 탑만이 퇴락한 채 남아 있었으나, 지속적인 원형복구 및 보수로 국보 7점을 간직한 오늘날 대사찰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불국사에서 산등성이를 타고 약 3km (포장도로 석굴로는 9km) 올라가면 동양 제일의 걸작으로 알려진 여래좌상의 본존불이 동해를 마주 바라보고 있는 유명한 석굴암이 있다.
불국사, 석굴암은 1995.12.6 해인사 팔만대장경, 종묘와 함께 세계 문화유산으로 공식 지정되어 국제적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이곳 불국사는 신라인이 그린 부처님의 세계며 지상에 만들어 놓은 이상적인 피안(彼岸)의 세계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의 모든 조형물 하나 하나에는 부처님 나라를 표현하는 상징과 의미가 담겨져 있다.
먼저 신라인들은, 부처님의 나라를 표현하기 위하여 높은 석축을 쌓아 범부(凡夫)의 세계와 불국을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석축 위의 경내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분하였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한 영역은 석가모니불이 관장하는 사바세계, 극락전이 있는 곳은 아미타불이 있는 서방 극락세계, 비로전이 있는 영역은 비로자나불, 즉 일체의 법이 화(化)하여 나타나시는 법신불을 모신 연화장 세계가 바로 그것입니다.
여기에서 연화교·칠보교, 청운·백운교는 범부의 세계에서 석축을 쌓아 구분해 놓은 불국에 이르는 다리다.
부처님을 따라 배우고자 했던 우리 조상들의 숨결이 도시 곳곳에 남겨져 있는 경주이지만, 특히 불국사에 가면 바로 눈앞에서 조상들의 기품과 이상 그리고 그들의 한결같은 염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국사를 거닐면서 신라사람들이 꿈꿔 오던 부처님 나라, 불국토의 형상화를 위한 염원을 천년의 세월을 버텨 온 석조물에서, 불국에 이르는 한켠 한켠의 연화·칠보, 청운·백운교의 다양한 무늬에서 당시 석공들의 호흡과 함께 느끼게 된다.

연화·칠보교

연화·칠보교의 양식은 청운·백운교와 같으며 다소규모가 작을 뿐이다. 연꽃잎이 새겨진 아래쪽의 계단이 연화교이고 위쪽이 칠보교이다.
무량수경전에 의하면 지성으로 부처님을 믿은 사람이 죽으면 극락세계 앞에 있는 구품연못에 솟아난 연꽃 봉우리 속에 그 영혼이 잉태된다고 한다. 꽃 봉우리가 피면 그 영혼은 극락의 사람으로 태어나는데 그 사람이 못 가운데서 발을 옮길 때마다 연꽂이 솟아 나와 발을 받쳐주니 그것을 연화교라 했다.
또 금·은·유리·수정·산호·마노·호박의 일곱 개의 보석으로 된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그 다리를 칠보교라 한다. 칠보교를 건너면 안양문에 오르고 안양문을 통과하면 아미타의 극락세계인 극락전 영역에 이르게 된다. 불국사의 돌 축대 밑에는 원래 큰 못이 있어 구품 연못이라 했다.
연화교는 연꽃잎을 곱게 새긴 돌을 열한층계식 두 줄로 쌓고 그 사이에 다시 좁은 돌로 열한층계를 쌓아 다른 다리보다 더욱 화려한 변화를 이루었다. 연화교에 계속하여 일곱계층씩 두 줄로 쌓아 칠보교를 만들었다.
두 층의 층계 사이에 긴 장대석을 세로 놓아 오르고 내리는 길을 갈라 놓았는데 장대석 밑에도 장식으로 놓인 한 층계가 있다.
연꽃잎을 새긴 연화교의 층계는 속세에 찌든 범부들의 마음을 깨끗이 씻어주는 세욕(洗慾)의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을까 싶다. 한 층계 한 층계를 밟고 지나는 순간 마음은 연꽃처럼 맑아지는 기쁨을 맛보게 했다.
극락이 다가오는 기쁨을 이렇게 돌 사다리에 나타낸 것이다. 두 사다리의 층계수를 합하면 48층계가 되니 이는 아미타 여래의 48대원의 수다.
△국보 제 22호

청운교·백운교

구름 위에 날개를 펼친 듯 경쾌하게 범영루와 좌경루가 솟아 있는 석단 중앙에 힘차게 내뻗은 계단이 있다. 대웅전을 올라가는 이 계단은 구성을 2단계로 하고 있는데 아래에 있는 길이 6.3m되는 계단을 백운교라 하고 위에 있는 길이 5.4m 되는 계단을 청운교라 한다.
이 계단은 모두 33개로 구성되었다. 이것은 부처님이 계신 도리천을 의미하고 있다. 33이라는 숫자는 욕계(欲界) 제2천(天)인 33천을 상징하는 것이다.
즉, 도리천을 구성하고 있는 33천은 온갖 욕심과 어리석음으로 가득 찬 속세를 떠나 천상의 부처님 세계로 인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 계단을 오르는 것은 바로 고통과 좌절로부터 희망과 환희로 나아가는 것이다.
백운교와 청운교에는 가운데와 양가로 세 줄의 긴 장대석이 놓여있다. 하늘을 향해 세 줄로 힘차게 그어진 맑은 선을 볼 때 자신도 모르게 불국으로 향해 발을 옮기고 싶어진다. 불국토를 향하고자하는 희망을 표현하기 위하여 청운교 밑에는 무지개처럼 둥근 들보 모양으로 만들어진 홍예문으로 장식되어 있다.
홍예문은 고요하고 안정된 긴 석축에 둥근 곡선으로 변화를 일으켜 전체적인 조화와 생동하는 기운을 불어넣은 것이기도 하다.
△ 국보 제 23호

 

-송광섭 청주건설 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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