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청원 통합과 어용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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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청원 통합과 어용교수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5.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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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편집국장
청원군이 청주 청원통합을 주장하는 학자들을 어용교수로 내몰았다. 이들이 청주시의 사주를 받아 통합 쪽으로 여론을 호도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전제가 청주시로부터 용역을 받는 교수에 국한되지만 통합론자들에 대한 청원군의 반감은 듣기에 살벌하기까지 하다. 어용교수라는 말이 언제부터 나왔는지 자세히 알지 못해도 과거 이승만 독재를 예찬하고 협력한 교수들에게 어용의 딱지가 붙었었고, 5·16과 12·12군사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와 전두환에게 전략적(?)으로 영입된 교수들도 어용으로 불렸다.

어용교수를 나름의 미천한 식견으로 정리한다면 일제시대 일본에 빌붙은 친일학자, 권위·독재권력에 용비어천가를 부르며 아부하거나 이용됐던 정치지향의 학자, 그리고 학교 재단에 찰싹 달라 붙어 충실한 강아지 역할을 하는 족속들이 해당될 것이다. 그렇다면 청원군이 주장하는 어용교수는 자신들과 반대 입장인 청주시에 아부하고 기생하며 용역비 몇푼을 얻어 쓴 교수들일텐데, 과연 청주 청원통합을 찬성하는 교수들이 이처럼 형편없는 쓰레기들인지 청원군이 확실한 근거를 대기 바란다. 내가 보기엔 교수 대부분이 청주 청원통합을 바라고 있고, 그중에서도 주도적으로 통합과 관련된 논의를 만들며 연구하는 교수들은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더 인정받는 훌륭한 교수로 여겨진다. 청원군에 묻고 싶다. 청원군으로부터 용역을 받아 ‘앞으로도 청원을 더 쪼개야 한다’는 헷갈리는 결과물을 낸 그 고명한 교수는 왜 어용이 아닌가.

차제에 지역 대학의 교수님들에게 말하고 싶다. 청주가 엄밀한 의미에서 교육의 도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학이 많다보니 청주권만 해도 수천명의 교수가 활동하는 것으로 듣고 있다. 그들 중 전부가 아니더라도, 다시말해 청주에 내려 와 달랑 강의만 하고 끝나자마자 내쳐 서울로 달려가는 교수들은 빼고, 이 지역에 확실한 연고를 가진 교수들은 제발 지역 현안에 관심을 갖기 바란다. 촌스럽게 학자들의 사회참여에 대한 당위성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전문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것만큼 최고의 목소리를 내라는 것이다. 신행정수도 등 그동안 숱한 현안에도 밖으로 모습을 보인 교수는 불과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이들이 지역의 교수사회를 대표한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고군분투하는 이들 스타 교수도 고맙지만 많은 도민들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그야말로 학문의 내공을 누구보다도 크고 넓게 쌓았을 숨어있는 교수들이 더 간절해진다. 힘있는 자에게 적극적으로 아부하며 사회적 명예와 부에 집착하는 교수들도 어용이지만, 이처럼 알량한 007 가방의 노예가 돼 그저 아무 생각없이 침묵하는 교수들은 더 심각한 어용이라는 생각이다. 만약 청주 청원통합문제를 이들 전문가들이 앞장 서 정확하게 진단해 준다면 우리같은 민초들의 불필요한 소모전은 훨씬 줄어 들 것이다.

실제로 청주 청원통합논란은 학자(전문가)들과 일반 시민, 시민단체들이 주도해야 한다. 지금처럼 청주시와 청원군이 나서면 결과는 뻔하다. 특히 한대수청주시장과 오효진청원군수는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이들은 ‘통합전제 시장사퇴’(한) ‘주민 50% 찬성하면 통합’(오), 이 한마디로 서로 역할을 다했다. 나머지는 시민들의 몫이다. 그런데도 계속 핏대를 올리며 청주 청원간 대립을 부추긴다. 시민과 군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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