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도시락’과 ‘젖소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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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도시락’과 ‘젖소고기’
  • 충북인뉴스
  • 승인 2005.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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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주(청주교차로 편집부장 )
   
어제는 제주도에서 방학중 결식아동에게 `부실 도시락'을 제공해 파문을 일으킨 기사가 마음을 울적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도내 학교급식 납품업체에서 젖소고기를 한우고기로 둔갑시켜 공급한 것이 적발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어린이, 학생들을 대상으로한 이같은 불법행위는 우리 사회 전반의 신뢰기반을 무너뜨리는 안타까운 일이다.

하루 세끼 밥조차 챙겨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어찌 그런 모진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또한 자신의 자녀들도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 입장에서 어떻게 젖소고기를 한우라고 속여 내놓을 수 있단 말인가? 특히 문제의 납품업체 가운데는 농민후계자 영농단체도 끼어있다고 하니 정말 누굴 믿고 살아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하지만 늘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인면수심만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에서 먹거리 범죄행위를 가혹하게 단속한다고 천명했지만 이런 식의 교묘한 편법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학교급식을 납품업체의 경쟁구조로 방치하지 말고 공적영역에서 다뤄야만 가능할 것이다. 최근 경기불황속에서도 꾸준한 매출신장을 나타내는 업종이 유기농산물 판매점이라고 한다.

살림이 어려워도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깊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가정에서 챙기는 ‘건강한 밥상’이 왜 학교에서는 유지되지 못하는가. 미래를 짊어질 성장기의 청소년들이야말로 누구보다도 ‘건강한 밥상’이 필요한 세대다. 중학교 의무교육까지 주창한 정부가 학교급식조차 제대로 책임지지 못한다면 이것 자체가 모순이다. 지난해말 충주를 시끄럽게 했던 초등학교와 유치원 이질 집단발생 사건도 결국 불량한 학교급식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건강한 먹거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공적기능의 지원과 제도가 수반되야 할 것이다. 최근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 주장하는 학교급식조례 제정운동이 바로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본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이 공조해 예산과 제도를 정비해 학교급식 시스템을 대폭 개선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도민 5000명의 서명을 받아 주민발의로 충북도에 조례안을 제출했고 도의회에 상정된 상태다.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 충북본부가 청구한 학교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지역과 국내 농수축산물의 우선 사용 또는 의무화 ▲지원대상에 유치원 및 보육시설 포함 ▲도의 학교급식종합계획 수립 시행 ▲학교급식시설 설비에 대한 재정 지원 및 재정지원과 재정지원 의무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일부 도의원들은 "충북본부와 교육청이 발의한 학교급식 조례안이 똑같아 교육청이 조례안을 철회해야 한다"거나 "학교급식은 교육의 일환이라는 학교급식법 규정에 따라 (충북본부가 제출한)조례안은 상위법을 위배하는 것"이라며 난색을 표명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충북도는 지방정부의 과다한 재정부담을 이유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렇다면 순수한 개인적인 의견을 제안하고자 한다.

도내 시군에서 매년 벌이는 축제행사 가운데 1개씩을 포기한다면 해당 지역 학교급식의 질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소비성’ 축제행사에 쓸 돈을 지역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라는 것이다. 자치단체장들이 투표권이 있는 주민들만 바라보지 말고 자라나는 주민들도 보살피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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