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회관 ‘확’ 바꿉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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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회관 ‘확’ 바꿉시다”
  • 충청리뷰
  • 승인 2002.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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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회관의 기능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도지사와 도의원에 출마했던 일부 후보들이 이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고, 뜻있는 여성들은 그 이전부터 기능전환을 요구해 왔다. 때마침 충북도와 청주시의 살림을 책임질 새로운 단체장이 탄생했다. 이에 따라 많은 여성들은 여성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여성회관을 확 바꾸길 기대하고 있다.

다른 사회단체에서 하는 것 나열

충북도와 청주시 여성회관의 기능은 ‘그게 그 것’이라는 불만이 가장 많다. 현재 도내에는 충북도를 비롯해 청원군을 제외한 각 시·군에 각각 1개씩 있다. 도 여성회관은 지난 68년 북문로2가에 개관했다 97년 현재의 지북동 자리에 청사를 완공하고 이전했다. 여기에서는 양재·미용·한복·수자수·기계자수 등의 전문기능인 양성교육과 홈패션·단전호흡·퀼트와 침선·자동차정비·컴퓨터 등의 부업 취미교실이 연중 열리고 있다.
그리고 청주시여성회관은 지난 2000년 부녀아동상담소를 폐지하는 동시에 나기정 전 시장의 공약사업으로 설치됐다. 시여성회관도 역시 간병인양성·수지침·육아도우미 등의 직업교육과 영어·일어·중국어·꽃꽂이 등의 교양교육, 건전가정육성 예방교육을 해오고 있으며 상담실, 아버지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두 곳 모두 여성의 사회참여 기회 확대와 전문기능인 양성에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양쪽의 프로그램을 훑어보면 겹치는 것은 없다고 치더라도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인들이 도와 시 여성회관 역할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시민 강인숙(40·청주시 개신동)씨도 “도 여성회관은 지북동, 시 여성회관은 용암동에 있어 모두 남쪽에 편중된데다 프로그램도 그게 그 것이라서 차별성이 없다. 더욱이 이런 프로그램들은 다른 사회단체나 사설 학원에서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것들이다”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 점은 여성회관 관련자들도 인정하는 것으로 시·도간에 차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공통분모다.
게다가 기계자수, 꽃꽂이, 종이공예, 홈패션 등은 ‘한물 간’ 것으로 현대여성들에게는 인기를 끌지 못한다. 컴퓨터·인터넷 등의 정보화교육, 자동차정비교육반을 신설한 것은 시대에 맞는 프로그램 편성이지만 나머지는 10년전에도 해오던 것 그대로라는 것이 많은 여성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다른 도 여성회관처럼 여성정책 연구 및 조사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고, 이는 시대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최정자 도 여성회관장은 “연구기능을 확대하는 것은 좋으나 현재 하고 있는 교육프로그램도 유지해야 여성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다. 이 곳은 하루 이용객이 150∼200명씩 되고 지난해 수료생중 취업한 사람도 130명이나 된다. 수강료도 매월 1만원 정도로 저소득층 여성이 기능교육을 받기에는 적당하다”며 조직을 확대해 연구와 교육기능을 동시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충북도 “아직 추진계획 없다”

그러나 시·군에서는 상급기관인 도에서 교육프로그램을 하기 보다는 강사를 배출한다든지, 여성단체를 한군데로 모이도록 해서 센터 역할을 하는 식의 ‘맏 언니’ 기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이 곳에서는 시·군사회교육 담당자 교육과 시·군여성회관 지도강사교육을 하고 있지만 1년에 한 번 하는 것으로 그치고 있다.
그런가하면 청주시 여성회관의 고민은 다양하지 못한 프로그램과 협소한 공간에 있다. 기능전환을 하려면 청사를 새로 짓거나, 넓은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달아야 할 만큼 좁다. 이 곳은 당초 민방위교육장으로 지어졌으나 중간에 여성회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졸속행정의 표본이다. 그러다보니 교육실 4개, 상담실 1개가 전부인 시 여성회관은 오전·오후반으로 나눠 풀가동해도 공간이 없어 쩔쩔맨다는 것이 관련자들의 말이다.
정창순 시 여성회관장은 “문화, 스포츠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전시, 토론, 공연도 할 수 있도록 해서 원스톱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외에도 수강생들은 정보교육과 창업강좌, 요리반 등을 마련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며 현대여성들에게 맞는 유익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여성회관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여성계 인사들은 여성회관이 대전시의 경우처럼 여성단체들에게 사무실을 한 칸씩 배정, 네트웍을 형성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충북도가 펴낸 ‘충북여성발전 3개년계획’에도 도 여성회관의 위상 재정립에 관한 부분이 언급돼 있다. 여기에는 여성회관 내에 가칭 여성교육정보종합센터를 설치하고 이 센터 내에 전문가, 현장 담당자, 공무원 등을 망라하는 여성평생교육 자문위원회를 두어 조사연구 및 프로그램 개발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들어있다. 정영애 여성정책관은 “내년에 준비위원회를 조직해 구체적인 일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발전 계획은 민간인들의 의견을 많이 수렴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혀 여성들의 변화 요구가 거센 것에 비해 충북도는 아직 준비를 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여성회관 전국 곳 곳‘변화바람’
정책개발원, 발전센터, 프라자, 문화회관 등으로 기능전환

여성회관의 변화 바람은 몇 년전부터 불어왔다. 다른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이미 기능전환을 꾀한지 오래다. 충남과 경북이 여성정책개발원, 광주시가 여성발전센터, 서울시가 여성프라자, 인천시가 여성문화회관, 그리고 나머지는 복지회관 등으로 바꾸었다. 기능은 그대로 두고 명칭만 바꾼 곳도 있지만 몇 곳은 대대적인 손질을 했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은 지난 97년 규모를 최소화한 재단법인으로 전환했다. 원장도 비상근 체제로 운영하고 여성관련 정책 조사연구, 교육프로그램 개발, 여성문제 상담 및 자문, 여성단체 지원 육성 등의 업무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여성정책개발원은 지난 99년 7월 역시 도 출연기관인 재단법인으로 전환했다. 단독 건물을 사용하고 있고 적립액도 20여 억원에 달해 경북보다 조직이 큰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관련 정책 조사연구, 정보제공, 여성들의 능력개발 등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곳은 여성정책 연구에 주력하고 취미·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아 여성들의 발길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또 지난 2000년 민간위탁으로 바꾼 인천여성문화회관은 여성자원금고 서울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운영비로 6억2천만원의 시비 보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전문기능인 양성과 기술·교양교육, 취업알선 등의 역할을 하고 있으나 교육비 인상 우려와 수익위주의 사업확대, 비인기 직종 폐강 우려 등을 안고 있다는 것이 관련자의 분석이다. 한마디로 민간위탁을 하다보니 돈 되는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충북도 여성회관도 구조조정 바람이 몰아칠 때 민간위탁 이야기가 거론됐으나 반대여론이 많아 백지화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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