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 건설, 그 양면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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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도시 건설, 그 양면성에 대하여
  • 충북인뉴스
  • 승인 2005.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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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헌 석 (서원대 법학과 교수)
   
지난 3월 2일, 그 동안 난항을 겪었던 ‘행정도시특별법’이 국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통과되었다. 돌이켜 보면,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행정수도 충청권이전이라는 공약에서부터 시작하여, 2004년 2월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급기야 헌법재판소에서의 위헌결정에 이르기까지 일희일비해야 했던 도민의 한사람으로서 감회가 새롭고 반갑기만 하다. 그리고 행정도시의 배후도시로서 우리지역의 살림살이가 더욱 풍성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나 이렇게 반가운 마음도 잠시이고, 한편으로 우려와 근심도 떨쳐버릴 수 없다. 우선은 이번에 통과된 ‘행정도시특별법’이 원만하게 잘 시행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다. 지난 ‘신행정수도특별법’ 통과 이후에도 경험한 바이지만, 그저 국회를 통과했다고 해서 순탄하게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없는 난제들이 우리의 길목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는 여전히 행정도시이전에 대해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있고, 또 위헌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은 상태이다. 게다가 이런 수도권의 분위기에 편승한 일부 야당의원들이 또다시 ‘다 된밥에 재뿌리는’ 식의 반격도 예상된다.

근본적으로 따지고 보더라도 이번 국회에서 ‘행정도시특별법’이 통과된 속내도, 야당이 여론을 의식하여 일단 작전상 후퇴라는 측면이 매우 강하다. 따라서 정치적 고려에 의한 야당의 선택이기에, 훗날 야당의 입지가 좋아지거나, 혹은 더 이상 충청권에서는 건질 것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언제라도 뒤집기를 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아니면 이렇게 내놓고 뒤집지는 못할 지라도 후속작업을 사사건건 물고 늘어져, 끝내 무산시키는 지연전술을 쓸 수도 있다. 이러한 정치인들의 기만적 행태는 이미 신행정수도이전이 무산되는 과정을 보아 왔던 우리들이라면 충분히 알고도 남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법률 통과에 안도할 것이 아니라, 이왕에 통과된 행정도시가 순조롭고 조속하게 건설되도록 정치권을 독려하는 감시의 끈을 더욱 잡아 당겨야 한다. 이와 함께 수도권 주민에 대해서도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설득작업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전혀 다른 차원의 우려이지만, 행정도시가 들어서고 나서, 오히려 서민들의 입에서 “못살겠다, 옛날이 좋았다”는 탄식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행정도시가 우리의 인근으로 온다면 좋아지는 것이 많을 것이다. 우선은 그 동안 천안과 대립해 왔던 호남고속철도 분기역이 오송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청주나 청원에 인구가 유입되면서 장사가 잘 될 것이고, 문화시설도 많아 질 것이다.

그러나 좋은 것이 있으면, 나쁜 것도 있는 법이다. 즉 행정도시건설이 우리 모두에게 풍요와 발전을 약속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땅을 가지고 있거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익이 확실하지만, 반면에 땅도 없고 그저 하루를 소시민같이 살아가는 많은 서민들에게는 냉혹한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미 행정수도특별법이 통과되었을 때도 경험한 바 있지만,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주택과 아파트 값도 엄청나게 상승하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집 없는 서민들의 내집 장만은 꿈같은 일이 되어 버릴 것이다. 여기에 더해 청주로 인구가 유입되면서 교통체증과 각종 사회범죄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결국 지금처럼 쾌적하고 조금은 느긋하게 살아도 밥은 먹고 살 수 있었던 내 고향 청주가 아니라, 각박하고 인간미 없는 또 하나의 위성도시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사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러한 문제점들은 묻어 둔 채, 발전이라는 환상적인 미래만을 꿈꾸도록 강요받아왔는지 모를 일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행정도시로 인해 예견되는 문제들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도민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지금은 행정도시의 조속한 이전과 이로 인해 발생된 문제의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할 시점에 있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행정도시특별법’이 통과되어 반가운 마음이 그지없지만,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산적한 문제들을 생각해보니 걱정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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