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라는 이름의 교육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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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라는 이름의 교육매체
  • 충북인뉴스
  • 승인 2005.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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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승 환 (충북대교수)

   
온 국민이 독도 문제에 흥분했다. 곳곳에서 일장기를 태우는가 하면 일본과의 교류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잠잠한 것처럼 보이는 일본 역시, 수천만이 분노하고 수천만의 목소리가 뜨거운 것은 마찬가지다.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도발행위로 서로를 비난하는 험악한 태세다. 전쟁의 전초전처럼 보인다.

나는 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독도는 물론 한국의 영토이지만, 영토나 자원 문제와 별개로 현상의 내면을 진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독도문제는 절대 신성불가침의 국가의식이 어떻게 강화되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독도문제는 원리상 중국의 동북공정과 같다. 이 두 사건에는 한 국가의 주권(sovereignty)이 개입하고 있다.

근대는 국민국가(nation state)의 시대다. 국민국가는 중세국가나 고대국가와 다르다. 국민국가 시대의 국민은 시민(civilian) 즉, 세금을 내고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데올로기가 필요한데 이 때 필요한 국가이데올로기는 민족주의, 국가주의, 자민족우월주의, 애국주의 등이다. 국가이데올로기와 더불어 공동의 역사를 가지고 공동의 언어를 사용하게 되면 역사적 공동체와 소통의 공동체가 확립되는데 이것이 곧 국가의식이다.

한 국가 내에서는 민족주의나 국가주의가 나쁠 것이 없다. 국가 내에서는 오히려 칭송을 받는다. 하지만,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 자민족중심주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한다. 자민족중심주의는 대체로 자기 국가의 우월성을 유도한다. 이런 상태에서 국가와 국가가 충돌하면 결국 패권과 전쟁의 막다른 길에 다다를 수밖에 없게 된다. 과거의 제국주의/식민지 역시 자민족중심주의의 결과다.

국가는 국민을 교육해야 한다. 국민교육이라는 것은 원래 국민을 만드는 교육으로 국가이데올로기와 세금 내는 방법, 복종과 권리를 함께 가르치며, 국민이 알아야 할 지식과 국가에 충성하는 법을 교육시킨다. 현재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사고체계 대부분이 국가의식을 절대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의식은 교육을 통해서도 형성되지만 전쟁이나 적대감을 통해서도 형성된다. 일반적으로 현실의 공동체인 국가가 침해당했다고 생각할 때 국민들의 강력한 동일체감을 가진다. 근대국가에서 한 개인은 국가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받기 때문에 국가가 위기에 놓이게 되면 자신 역시 위기에 놓이게 된다.

거기 교육매체인 독도와 동북공정이 놓여 있다. 독도에 패자(敗者)는 없다. 한국도, 일본도 패자가 아니다. 무척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양 국가 모두 독도를 통하여 얻는 이익이 잃어버린 손해보다 크다. 지금 두 국가는 독도라는 교육매체를 통하여 국민을 교육시키고 있는 셈이다.

국가는 적절하게 국민을 규율하고 국민을 처벌하며 감시해야 한다. 이 국가비용은 어마어마하다. 국가에 대한 신뢰와 소속감이 없으면 자신의 정체성 상실의 위기가 생기므로, 국민국가의 시민 역시 심각한 정신결함에 이른다. 국가와 국민의 이해가 일치하는 순간 삼엄한 동원령이 선포되고 국민은 국가에 목숨과 재산을 바친다고 맹세하는 장엄한 의식이 거행된다. 현재의 독도 문제는 국가주의의 장엄한 의식이다.

민족과 영토를 근간으로 하는 국민국가제도에서 분쟁은 피할 수 없다. 현재 대다수 국가들의 분쟁은 국가나 민족 문제에서 생긴다. 가족과 마찬가지로 국가라는 제도 역시 인류가 만든 제도이기는 하지만, 국가의 기능과 역할이 변할 필요가 있다. 이것을 세계체제(world system) 또는 세계국가(world state)라고 흔히 일컬어진다. 한국은 민족통일이라는 숙제를 남겨놓고 있지만, 통일 이후를 생각해서라도 세계체제적인 생존방식을 학습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열린 마음으로 일본이나 중국의 패권주의를 약화시키고 세계시민공동체를 향해서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남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①배타적인 한국인-②한국인-③한국인이면서 세계시민-④세계시민으로서의 한국인으로 이동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21세기에는 지나친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는 그 민족과 국가에 이롭지 않다. 그래서 타자를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세상에는 절대선과 절대악은 없다. 언제나 상대적인 것이다. 일본이나 중국을 적대적 타자로 설정하는 것은 국민교육에는 효율적인지 모르지만, 국가나 민족의 미래에 결코 현명하지 않다. 진정 민족을 사랑하고 진정 국가를 사랑한다면, 열린 자세를 가지고 세계시민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열린 민족주의와 열린 국가의식이야말로 진정한 민족주의이고 진정한 애국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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