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해결 이제부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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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해결 이제부터 중요하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05.03.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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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모경제부차장
   
지난달쯤으로 기억된다.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딸아이가 읽어 보라며 학교에서 가져온 가정통신문을 불쑥 내밀었다. 사회문제로 떠오른 학교폭력 예방 안내문이었다. 무슨 내용인지 알고 있을까 하는 궁금한 생각에 나는 딸아이에게 물었다. “언니 오빠들이 돈을 가져오라고 하면 넌 어떻게 할거니?” 딸아이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없다고 하면 되지 뭐”하고 입을 삐죽거렸다. 학교는 친구들과 뛰어놀고 공부만 하는 곳으로 알고 있는 순진한 딸아이에게 학교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하나 하는 생각에 잠시 막막했던 기억이 난다.

경찰이 전국 일선서를 동원해 학교내 폭력조직에 의한 피해사례 접수와 함께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학교 폭력이 도를 넘어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에서다. 소위 잘나가는 아이들의 학내 모임인 일진회는 점차 광역화되고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한다. 이들의 일탈행위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위험 수위에 도달 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충북지방경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주지역 15개 중학교에서 245명의 학생이 일진회를 조직해 수시로 폭력을 행사하고 돈을 갈취해 왔다는 것이다. 세력확장을 위해 학교별로 패싸움을 벌이고 유명 제품에 붙어 있는 상표를 뜯은 뒤 1매당 2000-5000원씩 받고 힘없는 학생들에게 강매해 왔다고 한다. 이들이 돈을 뜯어낸 수법도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이성친구를 만난지 22일째 되는 날을 기념하기 위해 일명 투투비 명목으로 금품을 뜯어 선배에게 상납하고 후배들에게 앵벌이까지 시켰다는 것이다.

더욱이 남녀공학 학교의 선배 여학생이 후배 남학생을 구타하고 여름방학기간 중에는 화양동계곡에서 각 학교 대표들이 연합대회를 가지면서 조직적인 활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조직활동은 피해 학생이 전학을 가더라도 학교간 연계된 일진회의 손아귀를 벗어 날 수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학생들이 이지경에 이르렀는데 학교폭력 자진신고제는 겉돌고 있다고 한다. 경찰이 선도적 차원에서 불입건한 학생을 해당 학교에서는 처벌하겠다고 해 불신감만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 신고한 한 학생은 교장실로 불려가 “너 같은 문제아는 필요없다. 전학갈 준비를 하라”는 강요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제도의 근본 취지를 다시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교육청의 접근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신고와 모범을 보인 학교와 교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고 폭력문제가 있는 학교와 교사들은 엄중 문책하겠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구성원간 신뢰를 깨뜨려 부작용이 발생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문제는 이제 학교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끼와 젊음을 발산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는 일이 중요하다. 지역사회가 건전한 청소년 문화 육성을 위해 무엇을 지원해야 할지 심각히 고민할 때가 됐다는 생각에서다. 지금이라도 지역사회 구성원들은 청소년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되새기며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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