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을것들 큰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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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을것들 큰 일이야
  • 충북인뉴스
  • 승인 2005.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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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B 청주방송 보도국 취재팀장 오 영 근
   

꼭 10년 전, 법조계를 출입했을 때의 일로 기억된다.
당시 충북사회,특히 교육계에 있어 최대 화두중의 하나가 학교폭력이었다. 청주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이른바 ‘B-3’라는 불량서클이 적발된게 계기였다.

학교폭력을 우려하는 소리는 일파만파로 번졌다. 경찰은 물론 검찰까지 ‘학교폭력 근절’에 직접 팔을 걷어 부쳤다.
검찰이 나선 판에 자치단체,민간단체가 빠질 리 없었다.

교육주체인 학교와 학부모가 참여하면서 이른바 ‘학교폭력 추방협의회’란 모임체도 구성됐다. 이제 학교폭력은 영락없이 치도곤을 맞고 자취를 감 출 판이었다. 이런 분위기속에 세미나를 겸해 학교폭력 추방협의회 행사가 열렸다.

물론 검찰이 주관한 행사였다. 행사에는 지사와 교육감,검사장,경찰청장,민간단체장등 내로라하는 인사에서 학부모까지 총 망라돼 참석했다. 헌데 이 자리에서 당시 도지사가 축사를 하면서 묘한상황이 연출됐다. 그 지사는 준비된 원고대로 연설을 하지 않는데다 돌출 발언이 잦아 기자들에게 심심찮게 가십거리를 제공해 주곤 했다.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학교폭력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준비된 원고에 따라 말 문을 연 지사. 돌연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발견됐다는 알 수 없는 문자를 거론했다.

“5000년전 축조된 피라미드에서 발견된 낙서를 해석해보니 ‘요즘 젊은 것들 큰일이야’ 라는 뜻이었다고 합니다. 자고로 청소년 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있어 왔던 일입니다.

그 청소년들이 크면 어른이 되고 다시 ‘요즘 젊은것들 문제야’라고 말하지요…” 지사의 즉흥 연설은 청소년 문제, 더 나아가 학교폭력이 별문제가 아니라는 듯한 방향으로 자꾸만 흘렀다. 행사장은 찬 물을 끼얹은 형국으로 변했다. 어색해질대로 어색해진 상황에 모두들 마음을 졸여야 했던 그 순간. 딱 한 사람, 도 교육청의 생활지도 담당 장학관만은 지그시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며 지사의 연설에 동조하고 있었다.

얼마전 일진회가 불거지면서 학교폭력 문제가 또 도마위에 올랐다. 꼭 10년 만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학교폭력을 다루는 모습이 똑 같다.

어느날 갑자기 학교폭력이 터져나와 모두들 심각하다는 듯한 반응이다. 느닷없이 일진회가 나오더니 교육의 고장이라는 청주가, 양반의 고장인 충북이, 온 나라가 학교폭력 문제로 떠들썩했다. 폭력학생을 고발하는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학교에 경찰관을 상주시키고 학교에 CC-TV를 설치한다는 묘안(?)까지 나왔다.

청주에서만 15개 중학교 245명의 일진회가 해체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도 했다. 그러더니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잠잠해졌다. 불량써클과 학생을 색출해 냈으니 이제 학교폭력문제는 다 해결됐다는 듯한 태도다. 그런데 정작 교육환경은 변한게 없다.

인성보다 성적이 우선되는것도 그대로고, 눈만 돌리면 접할 수 있는 퇴폐향락문화, 날로 커지는 성문화산업, 잘생긴 배우까지 동원해 미화되고 있는 폭력영화등등… 학교폭력,청소년 문제를 키워왔던 모든 요소가 그대로다.

학교 폭력은 분명 추방돼야 하다.누구나 다 아는 답이다. 그러나 그 답을 찾는 우리의 모습은 늘 이렇게 단편적이고 즉흥적이다.

‘요즘 젊은것들 큰일이야!'
5000년전 피라미드에서 발견됐다는 낙서는 분명 어른의 낙서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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