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여인, 그 영원한 밀월
상태바
권력과 여인, 그 영원한 밀월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5.04.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덕현 편집인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끔찍한 죽음, 양계장 파쇄기에 산 채로 밀어 넣어 닭모이로 줬다는, 이 믿기지 않는 얘기가 많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권력의 비정함이 겨울 새벽녘의 서릿발처럼 전해지는 느낌이다. 게다가 이런 살벌함에 아리따운 여배우가 오버랩되는 것이 영 불편하기 그지 없다.

역사적 사건, 권력의 언저리엔 항상 여인이 있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가부장적 남성주의(?)의 산물이라고 한다면 할말이 없지만 이번 김형욱의 죽음에서도 색다른 관심을 끄는 건 안타깝게도 김형욱의 유인에 동원됐다는 미모의 여배우다. 그녀가 과연 누구인지, 김형욱과 어떤 관계였는지, 앞으로 전개될 언론매체들의 어지러운 경쟁이 눈에 보듯 선하다.

남녀간 상열지사는 누구한테도, 어디에서도 일어 날 수 있다. 다만 그 주체의 차이가 내용을 달리하게 만든다. 아무리 뒷방 사사(私事)라고는 하지만 역시 공인들의 그 짓거리는 항상 주목의 대상이 된다. 그들에겐 배꼽밑의 인격도 요주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도 예의 여인문제에선 예외가 아니었다.

박정희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전두환대통령도 J모라는 여배우와의 관계설 때문에 한동안 많은 가십을 만들어 냈다. 김영삼대통령은 선거 때마다 특히 여성편력 시비로 곤혹을 치른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금까지 하나도 밝혀진 게 없지만 무려 십수명에 달하는 여인들이 열거된 괴문서는 묘하게도 선거막판에 자주 뿌려졌다. 불행하게도(!) 노무현대통령도 취임 초 반대세력들에 의해 이 문제가 불거졌다. 다분히 악의적인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는 바람에 사실여부와는 상관없이 사석에서 반노(反盧)들의 좋은 안주거리가 됐다.

굳이 권력과 여인 관계라고 정의하기엔 다소 버거운 면은 있으나 충북에서도 그동안 이와 관련된 많은 구설수가 양산됐다. 꽤 오래된 얘기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기관장이 여인문제로 자살하는가 하면 잘 나가던 변호사가 역시 이성과 관련된 부적절한 처신으로 졸지에 패가망신한 사례도 있다.

얼마전 청주지역에선 거의 게이트 수준의 메머드급 불상사가 터질뻔 했다. 지역의 알만한 인사 다수가 한 여인의 덫에 걸려 한동안 헤맸던 것이다. 역시 대표적인 기관장까지 이 여인 때문에 열병을 앓았고, 공교롭게도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그녀의 이름이 거론됐다. '오빠' '형부' 등으로 부르며 살갑게 접근하는 문제의 여인 때문에 점잖은 분들의 바지춤이 흔들린 것이다.

지금 시중엔 지방의원을 대표하는 모인사가 단연 얘깃거리다. 그의 화려한 여성편력이 철저하게 묻히는 듯 했으나 일부 지인들에 의해 조금씩 새면서 지금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적 위상을 한 껏 올리겠다고 벼르는 이 돈많은 인사가 과연 뜻을 이룰지는 지켜 볼 일이다.

자칫 상대 후보가 이를 터뜨리기라도 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지금 청주 무심천엔 말 그대로 벚꽃이 눈부시다. 이럴 때 남녀간 애틋한 사랑도 꽃피워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서로를 탐만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어느날 운명처럼 다가 온 현실에 파르르 몸을 떠는 애수의 사라와, 메릴스트립의 가슴저미는 조바심에 되레 삶의 극치를 경험하는 메디슨카운티의 크린트이스트우드처럼, 밤 새워 베갯잇을 눈물로 적실 것같은 그런 애절한 사랑이 절시해지는 계절이다. 김형욱의 죽음을 떠올리며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