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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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05.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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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시인 , 흥덕문화의 집 관장)
   
내가 근무하는 문화의 집에는 아이들이 많이 와서 논다. 나는 이 아이들을 보면서 가끔씩 내가 살아있음을 아프게 느낀다. 그들의 눈을 보면 내가 가지지 못한 아니 잃어버린 순수한고 맑은, 이 봄의 생명을 느낀다. 그들은 자기를 뽐내거나 남을 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햇살 같은 그들의 웃음은 그 어느 꽃보다 아름답다. 이 아이들에게 나는 많은 것을 배운다.

요즘 서울에 오르내리는 횟수가 잦아졌다. 예전에는 별로 내키지 않는 발걸음이었지만 지금은 내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간다. 특히 문광부 직원들을 만날 때는 한결 마음이 가볍다.

그간 나는 내 스스로 진보적 문화예술을 한다고 자부해 왔다. 또한 공무원들은 관료적이고 자기에게 주어진 일 이외의 것은 귀찮아하는 줄 알았다. 그동안 만나왔던 공무원들이 그랬다. 그러나 문광부 직원들을 만나면서 그런 인식은 나의 옹졸한 선입견이었음을 처절히 알게 되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 진보적 문화예술을 한다고 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진보적이고 또한 게으르지 않았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여유도 있어 보였다. 하물며 공무원인 그들이 바뀌고 있었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예술 한다고 적당히 세상을 내 식대로 만 이해하며 살아온 세월이, 공부하지 않고 지금껏 살아온 ‘깜냥’으로 세상의 잣대를 가졌던 것이 부끄럽게 다가온다.

변화하는 지형 속에 방관자가 아닌 실천하는 문화예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제대로 예술을 하는 것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실천하지 않는 용기는 만용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지금의 새로운 것은 새로운 것이 되지 못하고 그저 사람만이 바뀐 새로움이 많다. 진정한 변화는 사람만 바꾸는 것이 아닌 생각을 바꾸는 것이리라. 별반 잘난 것이 없는 사람들이 개혁을 외치며 자기 자신의 영달을 꾀하는 모습들을 볼 때 더욱 안타깝다.

진실로 소아(小我)적인 나를 버리고 대아(大我)를 찾아가는 모습들이 그립다. 스스로가 개척하고 만들어가는 그래서 적극적인 내일의 전망과 실천을 내오는 진정한 용기를 갖고 싶다.

늘 처음처럼 시작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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