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파티스타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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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파티스타여 영원하라
  • 충북인뉴스
  • 승인 2005.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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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승 환(충북민예총 회장, 충북대교수)
   

세계는 황당무계한 거짓말을 공공연하게 가르치고 있다. 그것은 ‘컬럼부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라는 것으로써 이 기상천외한 거짓말은 아직도 전세계의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에서 가르치고 배운다.

이것은 명백한 서구 제국주의의 사기극(詐欺劇)이다. 당시 남북 아메리카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고 찬란한 문명과 문화가 존재하고 있었다. 애시당초 발견과 같은 개념과는 상관이 없다.

컬럼부스는 잔혹한 식민지배자였고 세계는 소위 ‘컬럼부스의 발견’이라는 사건으로부터 불행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발견했다’라는 동사는 서구의 주관적인 주장일 뿐이며, 그 거짓 담론을 가르치는 행위는 서구패권주의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인식을 실천하는 단체가 멕시코 치아파스주의 자파티스타다. 자파티스타(Zapastista)는 서구의 제3세계 침략으로부터 자신들의 불행이 오백년간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반세계화, 반제국, 반서구, 반패권 운동을 하고 있다. 세계화가 좋은 것이라고 믿는 분들은 의아할 테지만, 세계화는 결국 서구패권주의 국가들의 지배 전략이며 인간 불평등의 근원이라는 것을 이해하면 왜 반세계화 운동이 전세계에서 격렬하게 벌어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사상은 제1세계, 정확하게는 서구제국주의가 제3세계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아메리카를 식민화하고 억압한다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들의 터전은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시장이 되어 버렸고, 자신들의 육체는 제1세계의 노예가 되었으며, 자신들의 영혼을 빼앗겨 버렸다고 믿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자파티스타는 ‘자신의 땅에서 유폐된 사람들’이라는 분노로 표출된다.

신비한 인물 마르코스 부사령관이 이끄는 자파티스타 해방군은 2001년 3월 멕시코 남부에서 출발하여 멕시코시티의 국회에서 연설을 하기까지 수많은 고난을 겪었다. 이 놀라운 광경은 전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오랜 억압에 억눌린 원주민들의 반세계화의 일차적 성공이기 때문이다. 오랜 행군으로 지친 혁명군이 멕시코시티의 대통령궁 앞 광장을 메우고 ‘비바 멕시코’를 외치는 광경은 베를린 장벽의 해체만큼이나 감격스러운 장면이었다.

원주민과 혼혈의 하층민들이 주축이 된 자파티스타 운동은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한편 반자본주의를 강령으로 하고 있다. 마돈나가 주연한 영화 ‘울지 말아요 아르헨티나’에서 서술자로 등장하는 체 게바라(Che Guebara)가 이들의 정신적 스승이다.

의사 출신의 보수적이던 체게바라는 남미의 원주민들이 정직하고 성실함에도 불구하고 가난하고 억눌린 삶을 사는 것을 보고 혁명가가 되었다. 이 때의 원주민이란 식민지/반식민지의 제3세계 민중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 원주민의 반대 자리에 잔혹한 식민지배자인 서구의 제국주의가 놓여 있다.

미국의 양심적인 학자가 ‘오리엔탈리즘’이라는 탈식민주의 이론을 내놓아서 세계적인 각광을 받았다.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란 제국주의가 남긴 모순과 고통을 식민지인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식민지민들의 내면적 고통을 극복하도록 하자는 이론이다. 그런데 문제는 식민지를 겪은 사람들은 자기를 억압하고 불행하게 만든 사람들을 닮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식민의식의 내면화다.

그런데 이 이론의 권위는 강대국의 힘에 의해서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국주의를 극복하자는 이론이 거꾸로 제국주의의 힘이 아니면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이 현실은 아이러니다. 그래서 우리는 진정한 자기의식과 자기정체성으로 불평등과 내면화된 지배의 논리를 해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파티스타는 바로 이러한 진정성을 가지고 출발했다.

자파티스타는 자신들의 힘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내세우면서, 초라하지만 당당하게 반세계화와 반제국주의를 외치기 때문에 귀중한 것이다. 서구우월주의와 이성중심주의로 은폐된, 그래서 21세기에도 여전히 세상을 교묘하게 지배하고 있는 위장된 제국주의에 대한 항전(抗戰)은 양식 있는 민중들에게는 의무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꼭 싸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곧 자파티스타 운동이다.

현재 그 운동이 주춤한 자파티스타는 그런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자파티스타 정신은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가? ‘컬럼부스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단지 탐험했고 지배했지만 그곳에는 이미 찬란한 문명이 존재했던것처럼 가르치고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자파티스타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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