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면제가 오히려 자랑인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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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면제가 오히려 자랑인 대한민국
  • 충북인뉴스
  • 승인 2005.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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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헌 석 (서원대 법학과 교수)
   
80년의 광주가 떠오르는 5월에, 생뚱맞게도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세상이 술렁이고 있다. 다름이 아니라 재외동포법이 개정되어, 병역을 마치지 않은 사람은 국적을 포기할 수 없게 한다고 하자, 서둘러 우리나라 국적을 포기하려는 이중국적자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전반적인 여론은 매우 격앙되어 있다. 차라리 불법체류 외국인들처럼 국외로 추방하라는 극단적인 주장에서부터 부모들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항의성 요구가 이어 지고 있다. 반면 아이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는 것인데 무엇이 문제냐는 볼멘 항의도 간간히 흘러나오고 있다.

생각해보면 누가 국적을 포기하든지 말든지 내가 알 필요도 없고, 국적선택권도 인간의 기본권으로 치부해 버리고 지나가면 그만인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마음을 곱게 먹으려 해도, 국적포기의 직접적인 목적이 병역의무를 벗어나기 위한 얄팍한 이기심 때문이요, 포기자의 부모들이 대부분 우리사회에서 그 동안 온갖 단물을 빼먹던 소위 특권층이라는 사실 때문에 울화가 끓어올라 간단히 흘려보낼 수 없게 한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그들의 부도덕성에 분노하고, 그들의 이중성에 돌을 던지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자녀의 이중국적은 일반적인 일이 되어 버렸고, 요즘처럼 여론이 빗발치는 와중에도 돈 많은 사람들은 미국으로, 돈이 부족한 사람들은 괌으로 날아가 원정출산에 나서고 있는 판이니, 근본적인 해법없는 분노만으로 국적포기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일 것 같다.

우선은 무엇보다 국적을 포기해도 불이익은 없고, 오히려 혜택만 있는 제도적 맹점을 고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데 반갑게도 우리의 돈키호테(?) 홍준표의원이 나서서 국적포기자들에게 건강보험이나 입학 등에서 불이익을 주고, 특례입학이나 취업의 특혜도 철폐하겠다고 하니 믿고 지켜 볼 생각이다.

다음으로는 군필자들에 대한 사회적 불이익을 해소하고 취업에서 적절한 혜택을 주는 것이다. 사실 이번의 국적포기사태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과거에 유행했던 특권층 자제들의 불법적인 병역면제의 또 다른 변형에 불과하다. 즉 과거에는 아이를 군대에 보내지 않기 위해 신체검사에서 온갖 불법을 동원해 면제판정을 받았지만, 지금은 깔끔하게(?) 국적포기로 병역면제를 받는 합법적인 방법을 쓰고 있을 따름인 것이다.

과거의 유행어처럼 신의 아들은 면제, 장군의 아들은 방위, 그리고 신이 버린 아들은 현역이라던 시대에서, 오늘 날은 영광스런 미국시민으로 그 방법만 다를 뿐이지 군대에 빠지는 것이 목적일 뿐이다. 따라서 특권층들이 아들을 군에 보내지 않겠다는 일념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국적포기는 계속될 것이며, 설혹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또 다른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서 면제를 시키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면제에 집착하는가? 그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다. 군대를 가지 않아도 불이익은 없고 오히려 자랑거리가 되는 것이 현실이고, 반면에 순진하게 병역의무를 다한 사람들은 부모를 원망하는 것이 개탄스러운 우리사회의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어찌 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군대를 가지 않는 것이 너무도 현명한 일이 아닐까?

결국 해법은 부정한 면제자에게는 사회적 불이익을 주고, 의무를 다한 사람에게는 정당한 사회적 혜택을 주는 것이다. 사라져 버린 군가산점제도의 부활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군가산점제도는 구시대 유물이고, 남녀 차별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있다.

필자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헌법재판소가 군가산점제도의 위헌을 심사할 당시에 누구보다 위헌성을 역설했던 경험도 있다. 그러나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조국까지 등지는 행렬 앞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 한 사람들이 자신의 희생에 걸 맞는 혜택을 받는 것이 과연 불합리한 것인지, 오히려 자신을 희생했음에도 부당하게 의무를 면탈한 사람들로부터 조롱거리가 되는 현실이 불합리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을 정리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민주주의를 생각해야 할 5월에, 기득권층들의 부도덕한 행태들에 속을 끓이다 보니 이래 저래 참았던 열이 치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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