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통합 열쇠는 ‘현장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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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통합 열쇠는 ‘현장행정’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5.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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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상 충북인뉴스 대표
지난 94년 찬반투표에서 청원군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던 청주시 청원군의 통합이 11년만에 재시동을 걸게 됐다. 그동안 ‘요지부동’ 반대입장을 견지해 온 오효진 청원군수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조건부 수용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청원군 시승격론으로 시군 통합론에 맞불을 지펴온 오 군수가 긍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것 자체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당장 청주시와 청원군 공무원들이 통합실무를 협의하기 위해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됐다. 대화를 진행하다보면 접점을 찾게되고, 그 접점에 대한 주민들의 찬반의견을 수렴하면 결론에 이르게 된다.

청주지역의 여론 주도층 사이에서 간헐적으로 제기됐던 시군통합 문제가 본격적인 지역 의제로 부상한 것은 ‘충청리뷰’의 보도에서 비롯됐다. 2005년 연중 보도기획으로 설정한 의제가 ‘청주 청원 통합’이었다. 신년호에 시민사회단체 주도로 3개 시군이 통합을 이뤄낸 전남 여수시를 현장 취재한 탐사보도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한대수 시장은 시장직 사퇴 선언을 하는등 시군통합에 전력투구했다.

인접한 천안시가 시군통합 이후 도시개발에 가속도가 붙었고, 공주 연기지역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로 인한 청주시의 장기적 비전에 불안감을 느낀 자치단체장의 고뇌의 산물일 수 있다. 시군통합시 통합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는등 자신의 정치적 입지마저 좁히는 결단을 내렸다.

한 시장의 적극적인 의지가 시의회와 직능단체로 퍼져나가면서 청원군도 시군통합의 화두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오 군수는 지난 5월부터 참모회의를 통해 통합에 대한 진지한 내부논의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청주시와 시의회의 이행결의문이 채택되자, 곧바로 ‘조건부 수용’이라는 전향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지방선거를 1년 앞에 둔 예민한 시기에 통합시장 불출마를 선언한 한대수 시장이나 ‘조건부 수용’으로 입장을 정리한 오 군수 모두 결단으로 평가받을 만 하다. 하지만 시군통합은 이제 물꼬를 텄을 뿐 종착지까지 흘러가기에는 몇가지 난관이 있다. 우선적으로 충북도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이 행정절차를 밟을 수 없다.

주민투표든 주민여론조사든 결과에 대해 충북도와 도의회가 검토를 거쳐 행정자치부에 건의해야 한다. 그동안 시군통합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온 충북도가 이같은 절차를 느슨하게 처리할 경우 자칫 내년 지방선거전 통합시 탄생이 불발로 끝날 수 있다.

이원종 지사는 1일 직원조회에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을 강조했지만 여기에 보태 ‘신속한 처리’를 주문하고 싶다. 시군통합이 주민들의 반대의견으로 무산된다면 그만이지만, 만에 하나 행정절차상의 문제로 내년 지방선거전 통합시 출범이 물거품이 된다면 주민들의 허탈감은 대단할 것이다.

또한 청주시는 현재 진행형인 청원군 지역 주민들의 집단민원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학천광역쓰레기매립장 인근의 피해마을에 대한 보상적 차원의 예산배정에서 청원군 지역을 제외시킨 것은 합리적인 행정행위로 볼 수 없다. 또한 청주 화장장 건립사업에서 인접한 낭성면 주민들의 반발을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남북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측의 지원사업을 어느 한쪽에서는 ‘퍼주기’로 꼰아보기도 하지만, 주민 기피시설에 대한 청주시의 청원군민 ‘퍼주기’를 시비걸 사람은 별로 없다. 청원군민 껴안기가 바로 시군통합의 핵심과제이고 문제해결의 열쇠다. 청주시는 책상행정보다는 현장행정을 통해 청원군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데 ‘올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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