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에 관심 있으면 여수에 가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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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에 관심 있으면 여수에 가봐라”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5.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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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자치행정부장

지난해 12월 전남 여수시·여천시·여천군 등 ‘3여’의 통합과정을 취재하러 여수시에 갔을 때 통합운동을 주도해온 한 시민운동가는 “청주는 매년 12월만 되면 청원군과 통합한다고 나서다 다음해 1월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가라앉고 마는데 그렇게 하다가는 통합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그 시민운동가는 청주지역 시민사회단체 초청으로 통합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여수시의 통합과정을 발표한 적도 있었다.

토론회장에서는 당장 통합할 것처럼 하다가 ‘감감 무소식’을 몇 차례 경험한 터라 이번도 그러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그래서 기자는 “이번에는 꼭 할테니 한 수 가르쳐 달라”고 어거지를 써 통합 당시 과정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청주·청원은 오히려 여수보다 통합하기 더 좋은 조건에 놓여 있다. 청원군이 조직적으로 반대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주민투표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지 않았는가.

여수는 여천시·군의 조직적인 반대에 대응하는 통합운동을 펼치느라 힘들었고 당시 주민투표법도 없었다“면서 앞 날을 내다보기라도 한 듯 “청원군이 청원시를 만들더라도 청주시에 예속될 것이고, 오창과 오송이 시로 승격돼 떨어져 나가면 양 측 모두에게 손해이므로 통합해서 공동발전을 이루는 게 훨씬 나을 것”이라며 용기를 주었다.

이제 ‘희망사항’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의 주장도 맞아들어가고 있다. 아직 양 지자체가 살림을 합친 것은 아니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축배를 들 날도 머지 않은 듯하다. 그 때 여수시를 방문한 것은 2005년 신년기획특집기사를 쓰기 위해서였다. 본사가 올해 역점사업으로 청주·청원 통합을 정했기 때문에 새해 1월 1일에 화두를 던진다는 의미에서 캐롤송이 울리고 분주한 12월 23일 여수땅을 밟았다.

요즘 청주·청원 통합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사람들의 여수행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오효진 청원군수의 조건부 통합안 제시 이후 견고하던 통합 반대의 ‘둑’이 터지자 너도 나도 여수로 달려가고 있다. 청주시와 청원군 관계 공무원들은 오는 14일에, 청원군의회 의원들은 13~14일에 여수를 방문할 예정이고 CJB 청주방송은 오군수 발언 이후 곧바로 여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현재 청주시의회의 의원 정수 줄이기가 양 지자체의 화두로 등장했기 때문에 여수방문은 더 필요할지 모른다. 여수시의회가 이를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럼 여수에 가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통합됐다는 결과 만으로 여수를 바라보기 보다는 통합 과정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수시민들의 가슴 속에 있는 것은 ‘위대한 통합정신’이다. 행정기관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고, 바로 시민들의 손으로 통합을 시켰다는 점에서 여수는 배울 점이 많다. 그들 또한 이 점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시민운동가는 참여와 자치에 의한 주민들의 합의된 의견이 중요하고 통합된 후에는 지방자치시대의 시민정신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 말뿐인 공약일지 모르지만, 정치권이 2010년경 전국을 70개 지자체로 광역화 한다는 계획보다 훨씬 의미있는 것은 청주와 청원군민들이 나서 통합을 이루는 것이다. 그 것이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일 것이다. 우리 손으로 지역현안을 해결하는 것. 청주와 청원의 통합 드라마가 성공리에 막을 내린다면 현재 통합운동을 하고 있는 지역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기자는 감히 말한다. “통합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여수에 가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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