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센터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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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복지센터를 만들자”
  • 충북인뉴스
  • 승인 2005.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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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자활기업 미가건축 대표)
   
저소득층(국민기초 수급권자)의 집수리를 지원하는 예산은 해를 거듭할 수록 다양하게 늘고 있다. 청원군의 저소득층 집수리사업을 전담하는 우리 회사의 경우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주거급여 , 공동모금회 중앙과 지역의 사랑의 집고치기, 복권기금에서 실시하는 장애인가구집수리, 한화부강공장에서 지원하는 사회공헌사업, LG복지재단이 지원하는 따뜻한 집만들기, 새마을본부에서 지원하는 예산, EBS에서 지원하는 사업 등이 저소득층의 집수리를 지원하는 예산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집수리예산은 확대되어 가고 있지만 정작 100~200만원에 국한된 예산으로 허술하기 짝이 없는 집을 고치노라면 한숨 먼저 앞서는 게 사실이다. 장마 오기 전 지붕공사를 먼저 해야 하는데 부가세 포함 150만원의 주거급여공사비로는 비용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낡을대로 낡은 기와나 스레트 지붕을 돈되는 만큼 일부분만 고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다른 예산을 붙여 고쳐주자니 같은 집에 이중지원을 할 수 없다는 조례에 발목이 잡히고 말귀도 잘 못 알아듣는 노인에게 한참을 설명하곤 매달 나오는 생계비에서 할부로 조금씩 받기도 한다.

정작 고쳐야 할 곳은 돈이 부족해서 고치지 못하고, 엄한 곳만 손보다 마는 경우도 있어 이 일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가끔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예산 되는 만큼 고치면 되지 않느냐고 속 편하게 이야기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공사라는게 지붕을 반만 잇다가 말수도 없고, 부엌을 반만 만들다 끝낼 수도 없는 노릇에 무작정 다 고쳐놓으라고 떼쓰는 분들까지 부지기수니 난들 무어라 설명을 할것인가?

가끔은 아주 황당한 경우도 있긴 한데 작업준비를 다 해 현장에 도착하면 이미 누군가가 그 작업을 해놓고 사라진 경우다. 자원봉사센타나 면의 자원봉사자들이 이장의 추천을 받아 고친 것이다.

이것 저것 지원되는 예산은 많지만 공적으로 투입되는 예산을 한곳에서 계획하고, 공사를 감독할 수 있는 조직이 없다 보니 이리 찔금, 저리 찔금 생색만 낼 뿐 수혜자 가구 입장에서는 실익이 별로 없는 공사가 되는 것이다.

수혜자가구를 발굴하고, 정확한 조사를 통해 집수리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고민하는 원스텝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라 생각하며 나는 감히 ‘주거복지센타’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저소득층의 집수리에 대한 문의가 주거복지센타로 집결되고, 수리계획이 나오고, 예산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고민하며 각 가구에 대한 데이터를 망라하는 기초작업이 이루어 질 때, 보일러가 안 돌아가도 어찌 할 줄 몰라 냉골에서 몇밤을 새우잠을 자던 문의의 할머니도, 비새는 방에 양동이를 줄줄이 세워 놓고 잠들 수 밖에 없었던 낭성의 총각도, 정신지체인 6명이 콘테이너에 모여 잠들던 강내의 집도 조금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주거문화의 혜택을 받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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