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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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민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5.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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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표 정치부 차장
   
우리는 흔히 역사를 ‘장강(長江)의 흐름’에 비유한다. 장강이란 중국의 양쯔강을 달리 부르는 이름으로, 거대한 물줄기를 이루며 중국 대륙을 횡단하는 양쯔강의 흐름이 도도한 역사의 진보와 닮았다는 데서 역사를 장강에 빗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충북에서도 요즘 격렬한 물줄기가 시대를 휘돌아치고 있다. 혹은 애달픈 사연을 집어삼키고 또는 분노를 곁에 이끌며 시대를 관통하는데, 그 주된 흐름 가운데 하나가 최근 불거진 도내 교육계의 여러 사건들이다.

옥천 모 중학교 김 모 교감이 교육감에 대한 과잉영접을 둘러싸고 빚어진 일련의 갈등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에 대한 책임공방이 가열되는 가운데 6월20일 새벽, 간접 당사자인 김천호 충청북도교육감이 관사에서 잠을 자다 ‘돌연사’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당초 김교감의 자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부터 그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콩을 볶 듯 시끄러웠다. 학교를 방문한 교육감이 이용한 화장실에 수건을 비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교감에게 모욕감을 준 12살 연하의 교장을 성토하는 여론에서부터 이 같은 내용을 전교조 홈페이지 등에 올린 고발교사에게 책임을 묻는 여론, 급기야는 일선 학교를 자주 방문해 부담(?)을 준 교육감을 성토하는 분위기까지 조성됐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양비론의 형식을 빌어 쏟아져 나온 단편적인 시각의 막말(?)들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전교조 홈페이지 등 관련 단체와 언론기관 등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일련의 사태들과 관련해 본질을 외면한 채 물고 헐뜯는 내용의 글들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교육감의 돌연사에 직면해 자제를 요청하는 글도 오르고 있지만 ‘제도적 모순’을 꼬집는 글 보다는 인신공격성의 글이 대부분이다. ‘과잉영접을 한 교장도 나쁘지만 인터넷에 오른 글이 김교감을 자살에 이르게 했다’는 식의 무책임한 양비론적 시각은 언론 보도에서도 두드러졌다. 인터넷 상에서는 ‘김천호교육감도 결국 전교조 교사들이 정신적 압박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해 했다’는 무서운 음모론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제왕적 권위’로까지 일컬어지는 일부 교장들의 전횡과 ‘권력 그 후의 쓸쓸한 추락’이라는 문제를 앉고 있는 현행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외면한 채 마녀사냥식으로 이뤄지는 여론재판은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현행 교장 임명제도는 전문직 공채 등을 통해 교장에 임명될 수 있는 길이 다양해 지면서 교장의 연령이 40~50대까지 낮아지고 있지만, 4년 중임제인 교장임기(총 8년)가 끝나면 다시 평교사로 근무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다.

젊은 교장들의 경우 평교사로 추락하지 않기 위해 교장임기에 포함되지 않는 교육청 관리직을 거치거나 교육청이 교직의 종착역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과잉영접 논란도 이같은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같은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장의 권한을 각종 위원회로 확실히 분산하거나 교장직선제 등을 통해 누구든 기득권을 훌훌 버리고 평교사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아니면 ‘한번 교장은 영원한 교장’이라는 식으로 과거 회귀를 원하는 목소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장강에 비유된다. 또 중국에는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민다’는 속담이 있다. 강물을 역류하지 않는 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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