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발전 대 공간중심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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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중심 발전 대 공간중심 발전
  • 충북인뉴스
  • 승인 2005.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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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 은(충북대행정학과 교수)
   
국가나 기업,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심지어 개인도 ‘발전’을 모토로 움직인다. 흔히 하는 말로 우리가 발전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퇴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차원에서 발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세태이다. 사전적인 의미에서 발전이라는 용어는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는 다의적 개념이다. 그중에서도 사회적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는 의미는 “어떤 상태가 보다 좋은 상태로 되어 감”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발전이 항상 좋은 것인가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막상 발전을 해 놓고 보니 정작 발전의 수혜를 받아야 할 당사자는 외면되는 상황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는 보다 좋은 상태로 되어간다는 발전의 개념이 정작 발전이 이루어진 상태에서는 새로운 능력과 조건을 갖춘 사람만이 필요로 되어 온 탓도 있다.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당 지역의 각 분야별 전문가들을 망라하여 동원하고 자원을 투입하면서 향후 10년 혹은 20년, 아니면 그 이상의 먼 미래를 생각하며 발전계획을 수립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계획을 수립하면서 간과하기 쉽고 또 간과되는 사실이 있다. 발전을 하는 것이 진정으로 현재 해당 지역에서 살고 있는 ‘주민을 위한 발전’인지 아니면 해당 ‘공간을 위한 발전’ 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민이 그것이다.

만일 지역의 장기발전을 계획한다고 가정해 보면 보다 분명하게 이러한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 지역의 발전은 지역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몇 가지 전제를 충족시킬 때 진정한 의미의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있다. 먼저, 지역의 발전은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cultural identity)을 유지해야 한다. 지역발전에 따른 인구유입을 통해 주민이 늘어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받아들이자. 그렇다 하더라도 지역이 그동안 간직해온 역사성과 가치관, 생활문화, 행동양식이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진다면 그것은 발전의 의미를 퇴색하게 하는 것이리라 생각된다.

둘째, 지역발전은 공간중심의 발전이기보다는 사람중심의 발전이 되어야 한다. 발전계획에 따라 지역이 경제적 측면에서 발전하였다고 치자. 하지만 지역의 땅값이 오르고 아파트 분양가가 오르는 것을 발전의 척도로 삼을 수는 없는 것이다. 만일 IT나 BT 등의 새로운 첨단산업의 유치를 통해 지역발전이 이루어진다면 마땅히 그 수혜자는 해당 지역의 주민이 되어야 함에도 정작 발전의 편익이 외부의 재력가나 신규 유입 주민에게만 돌아간다면 이 역시 발전의 의미가 훼손되는 것이다.

셋째, 발전의 주체와 객체는 공히 해당 지역 주민 모두이어야 한다.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별다른 혜택이 돌아가지 않거나 또는 더 궁한 생활을 강요하게 된다면 그리하여 보다 심한 자괴감만을 불러일으키는 발전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부러 있는 사람만을 위한 발전계획을 수립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혹여라도 없는 사람을 소외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그 후속대책을 마련하는 발전계획이 만들어져야 한다.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충청권 지역은 알게 모르게 발전의 기대감에 쌓여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오고, 오송?오창 지역의 첨단산업단지가 활기를 띄고 있고, 공공기관 이전이 예정되는 등 여러모로 발전의 기운이 움트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그런 과정에서 남모르는 불안감에 어깨 움츠리는 서민이나 저소득 계층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파트 값이 오르는 것을 보면서 좋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전세 값이나 월세 보증금 오를 걱정에 밤잠 못 이루는 주민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역이 발전되고 보니 그동안 애환을 함께 해 온 옆집 사람들이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타 지역으로 나가게 되는 ‘발전된(?) 미래 현실’을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지역 시민단체와 언론은 자치단체의 발전계획을 보면서 정체성과 역사성, 그리고 가치관과 문화를 같이 나눠 온 친근한 이웃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발전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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