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에 오른 오효진군수의 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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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에 오른 오효진군수의 내공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5.06.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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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편집국장
지난 2002년 오효진청원군수의 당선은 기자들에게 원천적인 동질감을 안겼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이는 두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언론계 선배라는 단순한 기대감이었고, 다른 하나는 오히려 동종의 선배라는 것이 부담(?)이 돼 앞으로 누구보다도 성공적 자치단체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일종의 ‘집단의식’의 발로였다.

오래전에 오군수와 진솔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16대 총선에 떨어진 후 상실감이 극에 달해 있을 당시 낙선 후의 이러 저러한 것들을 묻는 인터뷰 때였다. 이 자리에 부인과 함께 나온 오군수는 뜻밖에도 선거의 패인을 시종 자신에게 돌렸다. 15, 16대에서 연거푸 좌절을 안긴 상대에 대한 비난 하나쯤은 기대했는데 되레 자신만을 책망하던 모습이 아주 신선하게 와 닿았고 그 초연함이 지금까지 생생히 기억된다.

이러한 오군수이지만 지금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 청주 청원 통합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선 것에 대한 일부 반대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농민단체와 이장단이 반대운동을 표면화하기 시작했다. 만약 오군수가 계속 통합 반대를 고수했다면 이들은 지금쯤 자신의 친위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상황은 정반대가 됐고, 이럴 때 리더는 고민스러울 수 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오군수는 이 문제에 대해 “군민의 다수가 통합을 찬성하기 때문”이라며 분명한 원칙을 밝혔다. 충청리뷰가 청주 청원통합을 올해 주제로 선정한 후 계속 기획기사를 편집하는 배경 역시 이러했다. 통합이 대세인 여론에 근거해 대안 언론으로서 총대를 멘 것이다.

사실상 청주 청원통합은 이미 답이 나왔다. 양 자치단체의 집행부와 의회가 통합의 총론에 이미 공감하는 상황에서 지엽적인 문제는 더 이상 걸림돌이 안 된다. 그런데도 쓸데없이 혈세 들여가며 선진지 조사한다고 쪼르르 몰려 다니는 모습이 보기에 참으로 안타깝다. 남들은 이미 10년전에 끝낸 일을 이제 와서 벌이는 것도 창피할 지경인데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봤자 “역시 촌놈들”이라는 평가밖에 더 받겠는가.

한대수청주시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뭐가 그리 지저분한 뒷말이 달리는지 모르겠다. 충북의 수부 자치단체장이 한두번도 아니고 수차례 약속한 말까지 못 믿겠다는 분위기다. 통합이 가시화되면 시장을 즉각 사퇴하고 내년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어디 함부로 내뱉을 사안인가. 자치단체장으로서 이보다 더 시원하고 명쾌한 태도도 없다.

그렇다면 방법이 하나 있다. 한시장이 지금 당장 사퇴를 표명하길 바란다. 시정이 걱정된다면 시한을 못박고 그때까지 사퇴한다고 약속하면 된다. 여기에 오효진군수가 제시할 최고의 화답은 본인 스스로 초대 통합시장을 맡겠다는 분명한 의사표시다. 한시장이 사퇴를 누차 천명했기 때문에 어차피 현행법상으로도 선거전 통합시장은 오군수가 맡는게 정상이다.

통합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도 이를 바라고 있다. 남들은 감히 나서지 못할 때 광주사태 취재로 옥고를 치른 그 의연한 ‘내공’을 다시 한번 보여달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하찮은 유채꽃 하나로 무려 100만명을 끌어 들이고, 선거에서 두 번이나 당하고도 의연함을 잃지 않았던 그 ‘실체’가 비로소 빛나게 되는 것이다.

혁명은 절대 잔머리로는 이룰 수 없다. 이는 역사가 증명한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때의 얘기가 틀리고 술이 깨면 말이 달라지는 이런 ‘양아치 신념’으로는 통합은 커녕 현상유지도 어렵다. 이미 답은 나왔는데 왜 여론조사를 빨리 안하는지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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